상상에 빠진 동화 0550
휘파람!
꽃이 만발한 들판!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걷고 있었어요.
들판 끝자락에서 보름달이 떠올랐어요.
달빛에 누군가의 이마가 반짝반짝 빛났어요.
그 누군가는 선아였어요.
꿈 많은 소녀!
선아는 꿈이 많았어요.
마법사와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소녀였어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꿈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대답은 변함없이 마법사나 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선아는 마법사가 되는 길을 몰랐어요.
마법사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없었어요.
선아는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밤마다
선아는 들판을 걸어다니며 달과 별들을 보고 기도했어요.
간절히!
마법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세상에 알렸어요.
선아가 들판에 나타나면 꽃과 동물들은 선아의 기도를 듣기 위해 조용히 기다렸어요.
"소녀의 꿈!
들어보실래요.
저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착한 마법사
노래 잘하는 마법사
춤도 잘 추는 마법사
마법을 잘 부리는 마법사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마법사
달님
별님
소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선아는 어둠 속에 멈춰 서서 기도했어요.
보름달과 별들이 지켜봤어요.
마법사!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쉽지 않았어요.
선아는 어둠 속에서 마법사의 꿈을 키웠어요.
어둠
들판
동물
바람
공기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두
선아의 꿈을 응원했어요.
휘파람!
선아는 휘파람을 잘 불었어요.
특히
어둠 속에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는 아름다웠어요.
'휘이!
휘파라라아암.'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렸어요.
"그 소녀야!
휘파람 소리가 아름다워.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니까."
풀잎에 앉아있던 무당벌레는 휘파람 소리가 좋았어요.
"잠이 잘 와!
휘파람 소리가 자장가 노래 같아.
매일 밤마다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좋겠어."
꿀벌도 휘파람 소리가 좋았어요.
밤에 듣는 휘파람 소리가 마법사가 노래 부르는 것 같았어요.
"또!
휘파람 소리야.
시끄러워 잠도 잘 수 없어."
거미는 휘파람 소리가 싫었어요.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시간!
벌레들이 돌아다니지 않아 거미는 속상했어요.
여기저기!
거미줄을 쳐놓고 거미는 벌레가 잡히길 기다렸어요.
하지만
밤마다 휘파람 소리에 벌레들이 돌아다니지 않아 며칠 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휘이!
휘이이이이익.'
어둠 속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어요.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휘파람 소리를 들었어요.
소녀가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소녀의 꿈!
들어보세요.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도 되고 싶어요.
그런데
선생님보다 마법사가 더 되고 싶어요.
달님
별님
어떻게 해야 마법사가 될까요.
휘이!
휘이이이이익."
기도를 마친 선아는 간절한 마음으로 휘파람 불었어요.
휘파람 부는 선아의 노래를 모두 들었어요.
"마법사!
저 소녀는 마법사야.
내 마음의 아픔을 기쁘게 해 줬어."
하고 풀잎에 앉아있던 고추잠자리가 말했어요.
"맞아!
나도 휘파람 소리가 좋아.
밤마다
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어.
그런데
휘파람 소리를 들은 뒤부터 잠도 잘 자고 힘들지 않아.
저 소녀는 마법사가 틀림없어!"
하고 장미 넝쿨을 붙잡고 있던 사마귀가 말했어요.
"마법사는 무슨!
나도 휘파람 불 수 있어."
거미줄 위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던 거미 었어요.
"불러봐!
휘파람을 불 수 있다고.
웃겨!"
하고 거미줄에 잡힌 하루살이가 거미에게 말했어요.
"좋아!
내가 휘파람 불 테니 들어 봐.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게 휘파람을 불 수 있는지 보여줄게."
하고 거미가 말했어요.
거미는
거미줄 위에 서서 휘파람을 불었어요.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이봐!
거미가 휘파람을 불고 있어.
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아니
거미 하품 소리도 들어 본 적 없어.
저것 봐봐!
똥꼬에서 거미줄만 나오잖아.
호호호!"
하고 나비가 말하며 웃었어요.
꿀벌과 잠자리도 웃었어요.
"들었지!
내가 소녀보다 훨씬 휘파람 잘 불지."
하고 거미가 어딘가를 보며 말했어요.
"나처럼 소리가 나야지!
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하고 매미가 말했어요.
"너희들이 귀가 먹은 거야!
난!
휘파람을 불었어."
하고 말한 거미는 친구들을 바라봤어요.
달님과 별님이 없는 날이었어요.
들판은 새까만 어둠이 가득했어요.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렸어요.
"소녀다!
오늘은 휘파람 소리가 유난히 아름답다."
소녀의 꿈!
휘파람 소리에 소녀의 꿈이 꿈틀거렸어요.
어둠 속에서 들판 친구들은 눈을 크게 뜨고 휘파람 부는 소녀를 찾았어요.
"그 소녀!
아니.
마법사다!"
마법사가 휘파람을 불고 있었어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목에 두른 스카프가 휘파람 소리에 맞춰 휘날렸어요.
"그 소녀!
마법사가 되었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잖아."
들판에 사는 곤충들은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녀를 봤어요.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소녀는 아름다웠어요.
마법사의 꿈을 이룬 것 같았어요.
소녀의 휘파람 소리가 들판에 메아리쳤어요.
거미도 거미줄 위에 서서 소녀를 지켜봤어요.
거미줄에 올라탄 거미도 휘파람 불었어요.
그런데
거미의 휘파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소녀가 꿈을 이뤘어!
마법사가 되겠다는 꿈 말이야.
나도 소원을 빌어야지!"
사마귀가 말한 뒤 날개를 펴고 날았어요.
사마귀는 새처럼 멀리 날고 싶었어요.
그런데
조금밖에 날 수 없었어요.
"나도!
소원을 빌어야지."
하루살이었어요.
하루살이는 사계절을 사는 게 꿈이었어요.
겨울에 눈 오는 것을 보고 싶어 했어요.
"나도 소원을 빌까!
아니야.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
거미는 더 크게 휘파람 불고 싶었어요.
소녀보다 더 아름답게 휘파람 불고 싶었어요.
"난!
소원이 없어.
매일
소녀의 휘파람 소리만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
무당벌레 었어요.
무당벌레는 소녀의 휘파람 소리가 아름다워서 좋았어요.
새들이 노래 부르는 것처럼 들려서 좋았어요.
소원을 말해 봐
휘이
휘이이이이익
간절히 원해 봐
휘이
휘이이이이익
달님에게 말해 봐
별님에게 말해 봐
휘이
휘이이이이익
소원을 빌어 봐
휘이
휘이이이이익
나비가 노래 불렀어요.
무당벌레도 따라 불렀어요.
사마귀도 따라 부르며 춤췄어요.
다람쥐
들쥐
두더지
족제비
들판에 사는 동물이 나비를 따라 노래 불렀어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휘파람 소리가 나플거리며 날아다녔어요.
어린 왕자와 여우도 소녀의 휘파람 소리를 들었어요.
숲 속 요정도 들었어요.
물무산 골짜기 사는 마녀도 소녀의 휘파람 소리를 들었어요.
성질 고약한 마녀는 휘파람 소리를 싫어했어요.
그런데
거미줄에 앉아 소녀의 휘파람 노래를 들었어요.
휘 파 람!
파람 파람 휘파람
꿀벌과 파리
매미와 귀뚜라미가 춤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