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눈사람!

달콤시리즈 036

by 동화작가 김동석

망가진 눈사람!



"아빠!

저런 행동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니에요?"

하고 지은이가 올림픽 게임을 보며 물었다.


"저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을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되는 거야!"

아빠는 무심결에 한 말이었지만 옆에서 듣던 엄마는 동의할 수 없었다.


"수단과 방법!

당신이 그렇게 아이들에게 말하면 안 되지!

그래도

최소한 올림픽 정신의 원칙과 룰을 설명해 줘야지.

민주주의도 자유도 깨지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이 그 무거운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어른이면!

아이들에게 최소한 원칙과 정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려 줘야 해"

엄마는 올림픽 게임을 보면서 아빠가 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는 걸 보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올림픽도

강한 나라가 만들었잖아.

그들의 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만든 게임이라 지금의 사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아빠는 화내는 아내와 딸들을 보며 한 마디 했다.


"강한 나라!

그 강한 나라의 기준이 뭘까요?"

지은이는 더 깊이 알고 싶었다.


"언니!

그거야 경제대국이 강한 나라겠지!"

하고 동생 제민이가 말했다.


"경제대국이라면 우리나라도 세계 십 위권 나라잖아!"

지은이 말이 맞았다.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인 것은 사실이었다.


"올림픽!

이제는 열 필요도 없어.

원칙과 룰을 어기면서까지 자국의 이익을 위한다면 올림픽 정신은 이미 사라졌어!"

엄마는 살아오면서 원칙과 정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올림픽 게임을 보면서 일부 심판들의 원칙 없는 행동에 화가 났다.


"알았어!

텔레비전 끌게."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 게임이 보는 사람들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었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껐다.


"지은아! 제민아!

우리 밖에 나가서 눈사람 만들까?"

하고 아빠가 두 딸에게 묻자


"좋아!

나가서 눈사람 만들어요."

두 딸은 너무 좋아했다.


"당신도 나갈 거야?"

하고 아빠가 물었지만


"난 집에서 쉴 거야!"

엄마는 집에서 쉬고 싶었다.


장갑을 끼고 두툼한 옷을 입은 두 딸과 함께 아빠는 밖으로 나갔다.


"난!

코가 긴 눈사람을 만들 거야."

하고 지은이가 말하자


"그럼!

나는 키가 큰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제민이는 자신보다 더 큰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언니!

코가 길면 이상하지 않을까?"

하고 동생이 물었다.


"이상하지!

눈사람이 다 이상한 사람들이잖아."

하고 지은이가 대답했다.


"맞아!

키가 커도 이상할 거야."

동생도 키가 큰 눈사람을 만들 생각을 하니 이상했다.


"눈을 뭉쳐볼까!"

지은이가 장갑을 끼고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나는 저쪽에 눈사람을 만들 거야!"
하고 말하더니 동생은 언니 반대편으로 눈을 뭉쳐갔다.


"서로 마주 보게 만들자!"
지은이가 말하자


"좋아!

서로 마주 보면 밤에도 외롭지 않을 거야."

하고 대답한 동생 제민이도 좋았다.


지은이와 제민이는 열심히 눈을 뭉쳤다.

눈 뭉치가 지나간 자리에는 긴 길이 생겼다.


"와우!

비단길, 초원길, 바닷길, 하늘길, 보이지 않는 길이 생겼군!"

아빠는 눈 뭉치가 지나간 자리를 걸으며 말했다.


"언니!

사람들은 코가 긴 눈사람을 좋아할까?

아니면!

키가 큰 눈사람을 좋아할까?"

제민이가 물었다.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렇지!

누군가는 코가 길어서 눈사람이 이상하다 할 거야.

또 누군가는 키가 너무 큰 눈사람이라고 이상하단 말을 할 테고."

지은이는 사람들 마음에 다 들게 눈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맞아!

눈사람을 그냥 보면 되는 데 이렇다 저렇다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은 싫어."

제민이도 눈사람을 보고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몇 시간 동안 눈 뭉치를 만들었다.

사람 형태의 눈 뭉치를 만든 지은이와 제민이는 즐거웠다.


"춥지?"

하고 지은이가 묻자


"아니!

하나도 안 추워."

하고 제민이가 대답했다.

하늘에서 뜨거운 햇살도 지은이와 제민이가 눈사람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히히히!

녀석들 머리가 좋군.

햇살이 비치는 곳을 피해 눈사람을 만들다니."

지은이와 제민이는 햇살이 닿지 않는 곳에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언니!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옮겨 봐."

하고 제민이가 맞은편 눈사람을 보고 말하자


"안 돼!

옮기면 햇살이 들어와 빨리 눈사람을 녹여버릴 거야."

하고 지은이가 대답했다.


"언니!

그런 생각도 했어?"

하고 동생이 묻자


"그럼!

눈사람이 오래 살아있게 하려면 햇살을 피해 만들어야지."

하고 지은이가 말하자


"언니!

내가 만든 눈사람을 옮길게."

하고 말한 제민이가 눈 뭉치를 조금 왼쪽으로 옮겼다.


"잘했어!"

지은이는 동생이 햇살이 없는 방향으로 눈 뭉치를 옮기자 칭찬해줬다.


"코가 너무 길지 않을까?"

아빠가 지은이 눈사람을 보고 말하자


"아빠!

눈사람이 코가 길면 어때.

현실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천상에서 온 사람이니까 코가 길 수도 있을 거야!"

하고 딸이 말하자


"그렇지!

천상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를 수 있지.

딸!

미안 미안!"
아빠는 딸이 어떤 눈사람을 만들어도 그냥 두기로 했다.


"아빠!

나는 키가 큰 눈사람을 만들 거야."

하고 제민이가 말하자


"좋아!

천상을 훔쳐보는 눈사람이면 좋겠다."

하고 아빠가 말했다.


"아빠!

그렇게 큰 눈사람은 만들 수 없어요.

그리고 천상을 훔쳐보면 안 돼요.

신들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하고 제민이가 말했다.


"그럴까!

신들이 천상을 훔쳐보는 눈사람을 가만두지 않을까?"

하고 아빠가 딸에게 묻자


"당연하죠!

신들의 나라도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하니까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하고 제민이가 말했다.


"그럴 거야!

누군가 우리 집을 내다보거나 훔쳐보고 있다면 기분 나쁠 테니까."

하고 지은이가 대답했다.


"그럼!

아빠만큼 크게 만들어."

하고 아빠가 제민이에게 크기를 정해줬다.


"알았어요!

딱 아빠 크기만큼 눈사람을 만들게요."

하고 제민이가 대답하더니 눈 뭉치를 쌓아 올렸다.




"코가 길어도 너무 길어!"
아빠는 지은이가 만든 눈사람 코를 보고 말했다.


"아빠!

세상에서 가장 코가 긴 눈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길어야 해요."

지은이는 코를 줄일 생각이 없었다.


"언니!

멋지다.

그런데

코가 부러지지 않을까?"

제민이도 긴 코를 보고 좋았지만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걱정 마!

온도가 내려가고 있으니까 부러지지 않을 거야.

더 단단한 얼음으로 변할 테니까."

지은이는 추운 날씨가 코를 지켜줄 것으로 믿었다.


"와!

코가 길어서 눈사람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착시현상이 일어날 거야."

지은이도 눈사람을 만들면서 자꾸만 몸이 기울어진 것 같이 보였다.


"넘어지고 부러지지만 않으면 돼!"
지은이는 어떤 모습의 눈사람이어도 좋았다.


"언니!

내가 만든 눈사람 봐봐!"

하고 동생이 말하자


"좋아!

아빠보다 조금 작다.

머리스타일을 조금 세워 봐."

하고 지은이가 말하자


"알았어!"

하고 대답한 제민이는 눈사람 머리카락을 쭈뼛쭈뼛하게 세웠다.


"아빠!

여기 와서 서 봐요?"

하고 제민이가 말하자


"알았어!"
의자에 앉아있던 아빠가 일어나 걸어왔다.


"와!

정말 크다."

지은이가 멀리서 아빠와 눈사람을 보며 말했다.


"언니!

누가 더 커?"

하고 동생이 묻자


"똑같아!

아주 키가 똑같아."

하고 지은이가 말하자


"고마워!"
하고 대답한 제민이도 뒤로 물러나며 아빠와 눈사람을 봤다.


"와!

내가 이렇게 큰 눈사람을 만들다니."

제민이는 좋았다.


"아빠!

아빠도 그대로 서 있으면 쌍둥이 눈사람 같아요."

하고 제민이가 말하자


"알았어!

오늘 밤에는 여기서 나도 이렇게 서 있을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다."

하고 아빠가 말했다.


"호호호!

아빠!

밤새 서있으면 얼어 죽을 걸요."

하고 지은이가 말하자


"맞아!

아빠가 얼어 죽는 걸 보고 눈사람이 걱정할 거야."

하고 제민이가 말했다.


"그렇지!

아빠가 죽으면 안 되겠지?"

아빠는 두 딸에게 물었다.


"네!

아빠가 죽으면 안 돼요.

아직!

아빠가 우리에게 해줄 게 많으니까 죽지 마세요."

하고 지은이가 말하자


"알았다!

아니 고맙다."

아빠가 대답하더니 다시 의자를 향해 걸었다.




하얀 세상이 달빛에 반짝거렸다.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어둠이 찾아온 공원에는 찾는 사람이 없었다.


"이봐!

저 사람들은 누구야?"

공원에 찾아와 밤마다 놀다 간 들고양이들이었다.


"모르겠어!

처음 보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니 놀라워."

들고양이들은 들판에서 만난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을 보고 공원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대장!

오늘은 그냥 갈까?"

하고 새끼 고양이가 묻자


"가만있어 봐!

내가 가까이 가서 보고 올 테니까."

하고 말한 대장 고양이가 천천히 눈사람을 향해 걸었다.


"뭐야!

사람이 아니잖아.

눈사람이잖아."

하고 대장 고양이가 소곤거리자


"뭐!

사람이 아니라고!

눈사람은 사람이 아니야?"

코가 긴 눈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대장 고양이를 향해 외쳤다.


"깜짝이야!

눈사람이 말을 하다니."

대장 고양이는 깜짝 놀라며 도망쳤다.


"대장!

왜 그래?"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묻자


"눈사람이 말을 해!

아니!

코가 긴 눈사람이 말을 한다니까."

하고 대장 고양이가 말하자


"설마!

눈사람이 어떻게 말을 해?"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다시 묻자


"정말이야!

저기 코가 긴 눈사람이 내게 말을 했다고."


"뭐라고?"


"눈사람은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어!"


"눈사람은 사람이 아니야?"


"아니지!

눈으로 만든 눈사람이니까 사람이 아니지."

하고 대장 고양이가 말하자


"대장!

눈으로 만들었어도 사람이니까 눈사람이라고 하겠지."

하고 새끼 고양이가 말했다.


"그럴까!

눈으로 만든 눈사람도 사람일까?"

대장 고양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대장!

저기 키가 큰 눈사람에게 가서 물어봐."

하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말하자


"알았어!"

대장 고양이는 용기 내어 키가 큰 눈사람을 향해 걸었다.


"와!

정말 키가 크다.

이렇게 큰 눈사람은 처음 봐."

하고 대장 고양이가 키가 큰 눈사람을 빙빙 돌며 말했다.


"처음 보지!

이렇게 키가 큰 고양이 아니 눈사람은 처음 보지?"

하고 키가 큰 눈사람이 말하자


"깜짝이야!

눈사람이 말을 하다니."

대장 고양이는 이번에도 깜짝 놀라 멀리 도망쳤다.


"대장!

키가 큰 눈사람도 말을 해?"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물었다.


"응!

말을 해.

이상하게 코가 긴 눈사람도 키가 큰 눈사람도 말을 해."

대장 고양이는 그동안 많은 눈사람을 봤지만 말을 하는 눈사람은 처음이었다.


"대장!

우리가 눈사람을 없애버릴까?"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말하자


"아니야!

이번 눈사람은 우리가 망가뜨린 눈사람 하고 다른 것 같아."

대장 고양이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눈사람 속에 진짜 사람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대장!

눈사람 망가뜨리는 게 재밌잖아."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말하자


"아니야!

이 눈사람은 망가뜨리면 안 될 것 같아."

하고 대장 고양이는 눈사람을 망가뜨리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돌아가자!

오늘은 여기서 놀지 말자."

하고 대장 고양이는 고양이들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알았어!"

고양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공원에는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만 남았다.


그림 나오미 G





"비켜!"

바람은 코가 긴 눈사람을 향해 외쳤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긴 코가 맘에 들지 않았다.


"비키라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코가 긴 눈사람이 물었다.


"내가!

지나가는 길목을 코가 막고 있잖아."

바람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긴 코 앞에 멈춰 서서 말했다.


"지나가는 길목이라니!

이곳은 내가 먼저 자리한 곳이야.

그러니까!

나를 피해 돌아가면 되잖아."

하고 코가 긴 눈사람이 말하자


"원래!

내가 다니던 길목이라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비켜.

안 비키면 코를 부러뜨릴 거야!"

하고 바람이 말했다.


"코를!

코를 부러뜨린다고?"


"그래!

코를 부러뜨릴 거야."

바람은 더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말했다.


"부러뜨려 봐!

그런 고집은 통하지 않아."

코가 긴 눈사람은 고집부리는 바람이 맘에 들지 않았다.


"좋아!

코를 두 동강 내주지."

하고 말한 바람이 아주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호호호!

바람이 춤추는 건 처음 봐.

그 정도 바람으로는 내 코를 부러뜨리지 못하지."

하고 코가 긴 눈사람이 말했다.


"뭐라고!

조금만 기다려 봐."

바람은 더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긴 코를 부러뜨리지 못했다.

차갑고 강한 바람 덕분에 긴 코는 더 단단한 얼음이 되었다.


"이런! 이런!

내 바람에 코가 부러지지 않다니."

바람은 화가 났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기다려!

더 강한 바람을 일으킬 테니."

바람은 잠시 뒤로 물러섰다.


"맘대로 해!

하지만 난 절대로 코가 부러지지 않을 거야."

하고 코가 긴 눈사람이 말했다.


"안 되겠다!

저 녀석부터 없애야지."

바람은 반대편에 서 있는 키가 큰 눈사람을 보더니 달려갔다.


"히히히!

이렇게 큰 눈사람은 처음 봐.

강한 바람으로 한 번에 허리를 두 동강 내야지."

하고 말한 바람이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호호호!

가느다란 긴 코도 부러뜨리지 못한 녀석이 내 허리를 부러뜨린다고.

웃기는 녀석!"

키가 큰 눈사람이 웃으며 말하자


"두고 봐!

바람이 얼마나 무섭고 강한 지 보여줄 테니."

하고 말하더니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이! 휘이익!'


강한 바람은 키가 큰 눈사람을 향해 달렸다.

허리를 두 동강 내려고 달렸지만 키가 큰 눈사람 허리는 더 단단해졌다.

차갑고 강한 바람 덕분에 단단한 얼음이 되어 무너뜨리고 부러뜨릴 수 없는 강한 허리를 가질 수 있었다.


"호호호!

그 정도 바람으로 안 될 거야."

키가 큰 눈사람이 말하자


"이것들이!

나를 놀리다니."

바람은 화가 났다.

하지만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을 없앨 수 없었다.


바람은 물러갔다.

강한 바람을 일으킬수록 눈사람은 더 단단하고 강해진다는 걸 알았다.




"왕 짜증!

우리나라 선수가 이길 수 있었는데."

철수는 올림픽 경기를 보다 화가 났다.


텔레비전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

화가 난 철수는 공원으로 향했다.


"뭐야!

누가 눈사람을 만들어 놨지?"

철수는 공원에서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을 봤다.


"히히히!

눈을 던져 맞춰볼까?"

철수는 눈을 한 주먹 뭉쳤다.

코가 긴 눈사람 코를 향해 던졌다.


"히히히!

눈을 피하다니.

어쭈!

내가 공 던지기 선수란 걸 모르다니."

철수는 다시 눈을 뭉쳤다.

그리고

코가 긴 눈사람을 향해 던졌다.


"히히히!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

내가 공 던지기 선수란 걸 모르는 군."

철수는 뒤로 돌아 키가 큰 눈사람 허리를 향해 눈을 던졌다.


"히히히!

정확히 허리를 맞았다.

어쭈!

그런데 안 쓰러지다니 웃기는 녀석."

철수는 다시 눈을 뭉쳤다.


"히히히!

목을 부러뜨려야지."

하고 말한 철수는 키가 큰 눈사람 목을 향해 던졌다.


"히히히!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

난 공 던지기 선수란 걸 모르는 녀석들."

철수는 눈을 뭉쳤다.

그리고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을 향해 눈을 던졌다.


"아파!

아프니까 그만해.

아무리 던져도 소용없어.

강한 바람도

우릴 이기지 못했다니까."

하고 코가 긴 눈사람이 철수를 향해 말했다.


"아파!

더 아프게 해 줄게."

하고 말한 철수는 더 큰 눈 뭉치를 만들어 던졌다.


"난 말이야!

누굴 아프게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이야."

하고 말한 철수는 더 큰 눈 뭉치를 만들어 키가 큰 눈사람 목을 향해 던졌다.


"사람이 문제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야."

나무 뒤에 숨어서 철수가 하는 행동을 지켜본 고양이들은 사람이 무서웠다.


"뭐야!

나도 부러뜨리지 못한 긴 코를 부러뜨리겠다고.

웃기는 녀석이군!"

바람이 철수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며 천천히 움직였다.


"히히히!

내가 눈사람은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사람은 무너뜨리고 부러지게 할 수 있지."

하고 말하더니 철수를 향해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아이 추워!

갑자기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지.

들어가야겠다!"

철수는 눈을 뭉치다 말고 손을 털더니 집으로 들어갔다.


"히히히!

봤지 내가 사람을 어떻게 하는지."

하고 바람이 눈사람을 보고 말하자


"봤어!

바람이 얼마나 강한 지 알지."

하고 키가 큰 눈사람이 말하자


"그러니까!

내가 가는 길목을 막지 마.

난!

누구든 내 길목을 막는 사람이 있으면 쓸어버릴 테니까."

하고 바람이 말했다.


"호호호!

아직도 고집부리는 건 여전하군.

우린!

길목을 막을 생각이 없어.

순수하고 착한 어린이의 손에 탄생한 눈사람일 뿐이야.

너처럼 고집쟁이나 스트레스를 맘대로 풀려는 철수 같은 사람이 만든 눈사람이 아니라고.

우린!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빛내는 어린이 손에 만들어진 눈사람이야.

그러니까!

누구도 우릴 무너뜨리거나 망가지게 할 수 없어."

하고 키가 큰 눈사람이 말했다.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은 오래오래 공원을 지켰다.

밤마다 들고양이들도 눈사람을 찾아와 놀다 가곤 했다.


"안녕!

오래오래 그곳에 있어줘서 고마워."

지은이와 제민이는 날마다 찾아와 아직도 공원에 자리한 눈사람을 보고 인사했다.


"고맙긴요!

우리가 더 고마워요."

눈사람이 지은이와 제민이에게 인사했다.


"망가지지 말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지은이가 말하자


"네!

걱정 마세요.

오래오래 버틸게요!"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살고 싶었다.


지은이와 제민이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고 봄이 오자 눈사람은 조금씩 망가지지 시작했다.


"코!

내 코가 부러졌어."

코가 긴 눈사람이 말하자


"머리카락!

내 머리카락이 녹아내렸어."

키가 큰 눈사람이 말했다.


"호호호!

너무 웃기게 생겼다."

서로 마주 본 눈사람은 그동안 보지 못한 모습을 한 맞은편 눈사람을 보고 웃었다.


"호호호!

우리 할 일은 다했어.

이제!

이렇게 망가져도 괜찮아."

코가 긴 눈사람이 말하자


"맞아!

우린 할 일을 다 했으니 망가져도 좋아."

키가 큰 눈사람이 말했다.


"미안!

미안해."

뜨거운 태양이 녹아내리는 눈사람을 향해 외쳤다.


"아니!

그동안 고마웠어."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은 뜨거운 햇살에게도 인사했다.


"엄마!

없어졌어."

학교에서 돌아온 지은이와 제민이가 엄마에게 외쳤다.


"뭐가!

뭐가 없어졌다는 거야?"

하고 엄마가 묻자


"눈사람!

눈사람이 사라졌어."

하고 두 딸이 외쳤다.


"호호호!

천상으로 돌아갔구나."

하고 엄마가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엄마 천상으로 돌아갔을까?"


"그럼!

겨울이 오면 또 올 거야."


"그렇지!

내년에 또 오겠지?"


"그럼!

코가 긴 눈사람과 키가 큰 눈사람이 반드시 올 테니까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건강하게 지내며 기다려 봐."

하고 엄마가 말하자 두 딸은 기분이 좋았다.


"엄마!

정의와 원칙을 지키는 딸이 될게요."

지은이와 제민이는 엄마의 깊은 뜻을 알고 속삭였다.


"그래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원칙을 지켜야 해.

정의롭지 못한 일에 당당히 맞서서 싸울 수 있어야 하고!"
엄마는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하며 살아가는 딸들이 되었으면 했다.


"금메달!

우리나라가 금메달 땄다."

아빠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외쳤다.


"금메달! 금메달!

못 따면 어때서 난리들이야.

올림픽에 나간 것만도 대단한 선수들인데!"
거실로 나오던 엄마가 아빠를 보고 또 한마디 했다.


"금메달 따니까 좋잖아!"
아빠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경기를 마치고 눈물 흘리는 선수들을 보고 엄마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날 밤,

지은이와 제민이는 책상에 앉아 <망가진 눈사람> 일기를 썼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똥 줍는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