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소문일 뿐!

염소는 내 친구! 7

by 동화작가 김동석

소문은 소문일 뿐!



부덕은 갑식이 집을 향해 뛰었어요.

갑식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부덕은 다리에 힘이 없었어요.

갑식이 집 앞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갑식아!

할머니."


부덕이 불렀어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어요.

부덕은 갑식이 집 뒤 텃밭으로 갔어요.

할머니는 텃밭에도 없었어요.


"갑식아!"


하고 부덕이 갑식의 방을 향해 불렀어요.


잠자고 있던 갑식이 부덕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이불로 몸을 싸고 갑식이 문을 열었어요.


"안녕!"


갑식이 인사하자


"죽었다고 소문났어!

갑식아."


"나!

내가 죽었다고.

난!

안 죽었는데.

여기 있잖아."


하고 갑식이 말했어요.

부덕은 소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프다고 하던데!

이제 괜찮아?"


마루에 앉아 갑식이 물었어요.


부덕은 아랫채가 불에 탄 뒤 몸이 많이 아팠어요.

기운도 없고 밥맛도 없었어요.


"부덕아!

주사 맞은 곳은 안 아파?"


갑식도 부덕이 주사 맞은 것을 알고 있었어요.

엄마는 부덕이 아프다고 영양주사를 정임아빠에게 부탁해 맞췄어요.

정임아빠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돼지들에게 주사를 주고 다녔어요.

집에 아이들이 아프면 직접 주사를 놔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을사람들이 정임이 아빠에게 부탁할 때가 많았어요.

가끔

정임아빠는 <돌팔이 의사>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돼지주사는 잘 놨어요.


부덕은 주사만 생각하면 몸이 아팠어요.

정임아빠가 주사 놓을 때 엉덩이에 힘을 주어 주삿바늘이 빠지지 않아 혼났어요.

엉덩이에 힘을 주는 바람에 주삿바늘이 휘어졌어요.


"힘 빼!

엉덩이 힘 빼."


하고 정임아빠가 말했어요.

그런데

부덕은 아파서 엉덩이에 힘을 더 주웠어요.

정임아빠는 몇 번이나 주삿바늘을 뽑았지만 뽑히지 않았어요.

다행히

엄마가 부덕을 안아주자 엉덩이 힘이 빠지며 주삿바늘이 빠졌어요.

부덕은

그 뒤로 병원 가는 것과 주사 맞는 것을 싫어했어요.

가끔

엉덩이가 따끔하게 아플 때가 있었어요.

부덕은

집에 불난 것도 무서웠지만 아플 때 주사 맞은 것도 무서웠어요.




갑식은 물에 빠진 뒤로 몸이 추웠어요.

할머니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는 날도 아랫목에 누워 춥다고 할 때가 많았어요.

할머니는 손자 걱정에 잠 못 이룬 날도 많았어요.


"갑식아!

꿀물 마셔라.

저체온증에는 꿀물이 최고란다."


할머니는 아카시아벌꿀을 한 숟가락 떠서 갑식에게 먹였어요.

할머니 정성에 갑식은 몸이 점점 좋아졌어요.


갑식은

밤나무골을 향했어요.

밤을 많이 따고 싶었어요.

할머니 정성에 조금이라도 도움 드리고 싶었어요.

밤나무 가지에는 떨어지지 않은 밤이 입을 벌리고 매달려 있었어요.

밤나무를 흔들면 벌어진 밤송이에서 밤알이 떨어질 것 같았어요.


"올라가서!

밤나무를 흔들어 볼까."


갑식은 밤나무를 돌며 생각했어요.

올라갈 방법을 찾았어요.

꼭대기까지 올라갈 생각이었어요.


"올라가자!

가지만 흔들면 밤이 많이 떨어질 거야.

밤알을 많이 주울 거야."


갑식은 밤나무에 올라갔어요.

힘들었지만 밤알이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힘이 났어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갑식은 밤나무 가지를 밟고 흔들었어요.


우두둑!

우두둑!


밤알이 떨어졌어요.


우지직!

우지지직!


갑식이 흔들던 밤나무 가지가 찢어졌어요.

순간!

갑식은 밤나무에서 떨어졌어요.


"어어어!

어어엉."


갑식의 비명소리가 밤나무골에 울렸어요.

그 뒤

밤나무골은 고요했어요.

갑식은 떨어진 뒤 정신을 잃었어요.

기절했어요.


시간은 멈추지 않았어요.

점심 먹고 밤나무골에 갔던 갑식은 저녁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았어요.

밤나무골에 사는 동물들이 꿈틀거렸어요.


"저 녀석은!

물에 빠졌다는 녀석이잖아."


숲의 요정이 밤나무 밑에 누워 있는 갑식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숨 쉬는 것도 같지 않았어요.


숲의 요정은 갑식의 심장을 만져봤어요.

소리 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일어나!

빨리 일어나 집에 가야지.

더 늦으면

밤나무골 악령이 살아나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숲의 요정은 갑식을 일으켜 세웠어요.


으으윽!

으으윽!


갑식이 신음소리를 냈어요.

갑식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앞은 캄캄했어요.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어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봤어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어요.

등만

따끔따끔한 것 같았어요.


"내가 왜!

여기 누워 있었지."


갑식은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천천히 일어난 갑식은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서도

갑식이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는 조금 걱정되었어요.

하지만

갑식이 친구집에서 놀고 있는 줄 알았어요.


"할머니!"


갑식이 할머니를 불렀어요.


"빨리 들어와 자!"


할머니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말했어요.


"할머니!

밤나무에서 떨어졌어요.

낮에 갔는데 지금까지 기절해 있었어요.

죽었다 살아난 것 같아요."


하고 갑식이 말하자


"죽었다 살아나!

할머니도 죽어본 적 없는데.

옥황상제를 만나지 못했군.

도깨비랑 저승사자는 못 봤어!

살아 돌아왔으니 오래는 살겠다."


하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할머니!

등에 가시 좀 빼주세요."


"가시!"


하고 말한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불을 켰어요.


"이게 다 뭐냐!

이 녀석이 밤나무 밑에서 뒹굴고 왔나.

세상에!

이게 다 뭐냐.'


할머니는 밤가시를 빼기 시작했어요.


"아파!

아파요."


"많이 아프지!

조금만 참아 봐.

금방 빼줄 테니.

아이구!

내새끼 얼마나 아플까.

가시를 빼야 뒹굴며 잘 수 있어."


할머니는 손이 빨라졌어요.

눈에 보이는 가시는 다 빼주었어요.

그런데

뒤통수 머리카락 속에 박힌 가시는 찾기 힘들었어요.


스르르!

갑식은 깊은 잠에 빠졌어요.

다음날도 계속 잠을 잤어요.

할머니가 아침 먹으라고 깨웠어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상한 녀석!

할머니보다 먼저 일어나는 녀석인데."


할머니는 갑식이 자는 걸 그냥 두었어요.

갑식은 하루 종일 잠만 잤어요.

그다음 날도

화장실 한 번 갔다 온 뒤 또 잤어요.



부덕은

새끼염소를 데리고 달렸어요.

토끼를 기르는 막냇동생(복칠)도 토끼와 함께 달리기 했어요.

복덕도 오리와 병아리를 몰며 그 뒤를 따랐어요.

오리와 병아리는 복덕이 가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잡초 사이로 들어갔어요.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서였어요.

토끼도 자꾸만 숲으로 도망쳤어요.

복칠은 토끼를 잡고 앞으로 가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어요.

부덕이 뒤돌아봐도 동생들(복덕, 복칠)은 보이지 않았어요.


집에 돌아온 뒤

복칠을 성냥갑을 들고 뒷마당으로 갔어요.

부덕은 심장이 뛰었어요.

막냇동생이 성냥갑만 들면 마음이 불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