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잔소리!

눈이 큰 사슴!-3

by 동화작가 김동석

오빠의 잔소리!



아기사슴들은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이마를 맞대고 힘자랑 하는 아기사슴도 있었어요.

서로 머리를 부딪치며 노는 아기사슴도 있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아기사슴도 있었어요.


밧줄에 묶인 대장사슴은 아기사슴을 노려봤어요.

아기사슴이 가까이 오면 뒷발로 차버리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밧줄은 풀리지 않았어요.

사슴목장 주인도 외출한 뒤라 아무도 없었어요.


'크루엉!

크엉 크엉 크엉.'


대장사슴은 크게 외쳤어요.

엄마사슴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어린사슴들에게 외치는 것 같았어요.

대장사슴은 아기사슴우리를 뒷발로 찼어요.

아기사슴이 오면 뒷발로 차고 싶었지만 차지 않았어요.

아기사슴우리를 뒷발로 몇 번 차자 아기사슴들이 한쪽으로 피했어요.

다행히

아기사슴이 모여 있는 곳까지 대장사슴 뒷발이 닿지는 않았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지혜는 사슴목장으로 향했어요.

친구들이 사슴을 보고 싶어 해 아기사슴 한 마리를 학교에 데려가고 싶었어요.


"사슴아!

나랑 학교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

아니다.

앞발을 들어 봐.

아니면

내게 뛰어 와!"


하고 말한 지혜는 아기사슴우리 앞에 앉아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기사슴들은 한 마리도 지혜에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여기!

맛있는 토끼풀이야.

빨리 오면 먹을 수 있어.

앞에 던져 놓을게 먹어.

제일 먼저 와서 먹으면 학교에 데리고 갈게."


지혜는 아기사슴을 잡아 집에 데리고 가고 싶었어요.

오빠가 돌아오기 전에 집에 데리고 가서 방에 숨겨둘 생각이었어요.


아기사슴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

오빠 차가 집으로 오는 게 보였어요.

아기사슴을 집에 데리고 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았어요.

지혜는 아기사슴을 데리고 갈 마음을 포기했어요.


"지혜야!

거기서 뭐 해.

아기사슴이 놀랄 텐데."


오빠가 농장으로 오다 여동생을 보고 말했어요.


"아기사슴이 예뻐서!

안아보고 싶어서 있는 거야."


하고 지혜가 말하자


"안아보고 싶어!

안 돼.

아기사슴이 놀랄 거야.

사슴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야 해.

집에 가서 놀아!"


하고 오빠가 말하고 건초를 들고 사슴이 놀고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지혜는 학교에 아기사슴을 데려가는 걸 포기했어요.


다음날!

지혜는 친구들을 데리고 사슴목장에 왔어요.

책에서만 보던 사슴을 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조심해!

아기사슴 만지면 안 돼."


지혜가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진석인 아기사슴을 안아보고 싶었어요.

경례도 아기사슴을 만져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기사슴이 멀리 도망갔어요.


"지혜야!

저기 꽃사슴 이름이 뭐야?"


하고 옥자가 물었어요.


"틱이야!

저 녀석은 톡.

저 녀석은 쿵.

저기 끝에 있는 녀석은 짝이야."


하고 지혜가 아기사슴 네 마리 이름을 알려주었어요.

지혜와 친구들이 사슴목장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갔어요.

지혜는 사슴 덕분에 인기가 많았어요.


"다음에!

맛있는 풀 가져올게.

쿵, 짝 기다려."


"좋아!

나도 풀 뜯어올게.

틱!

기다려."


친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기사슴 이름을 부르며 약속했어요.


철조망 너머에 사슴 한 마리가 보였어요.

건초만 먹고 자란 사슴목장 사슴들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바라봤어요.

야생사슴은 숲의 아름다움과 맛있는 풀이 많다고 자랑했어요.

이야기를 들은 사슴목장 사슴들은 야생사슴이 부러워했어요.


엄마사슴 한 마리가 철조망 가까이 다가갔어요.


'크루엉!

크렁 크렁 크렁.'


야생사슴도 철조망 가까이 다가왔어요.

서로 코를 비비며 좋아했어요.

야생사슴은 철조망 너머의 엄마사슴이 마음에 들었어요.


'크어엉!

크엉 크엉 크엉.'


밧줄에 묶인 대장사슴이 울부짖었어요.

소리는 요란했어요.

이리저리 뛰며 소리치자 엄마사슴이 사슴 무리로 돌아왔어요.

야생사슴도 숲으로 돌아갔어요.


사슴목장 주인은 대장사슴의 목소리가 우렁찬 걸 알았어요.

엄마사슴이 어린사슴과 함께 돌아다닐 때보다 더 소리가 우렁찼어요.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대장사슴의 힘이 느껴졌어요.



사슴은 봄이 되면 뿔을 잘라줘야 했어요.

그런데

대장사슴은 뿔을 자르고 싶지 않았어요.

사슴목장을 뛰어다니며 주인을 피했어요.

주인도

마지막 남은 대장사슴의 뿔을 잘라야 했어요.


사슴들은 뿔을 자르면 또 자란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

멋진 뿔을 자르고 싶지 않았어요.


"뿔을 팔아야 건초를 산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라.

뿔은 금방 자란다."


오빠는 대장사슴을 따라다니며 말했어요.

사슴들이 먹는 건초는 비쌌어요.

사슴뿔을 팔아야 건초를 살 수 있었어요.


결국!

대장사슴은 사슴목장 주인에게 잡혀 뿔이 잘렸어요.


"잘했다!

이 뿔을 팔아 건초를 사야 겨울을 날 수 있다."


오빠가 대장사슴을 향해 말했어요.

대장사슴도 사슴 가족을 생각하면 뿌듯했어요.


멀리서

엄마사슴이 눈물 흘리고 있었어요.


"멋진 뿔!

당신에게는 소중한 뿔인데.

가족을 위해 자르게 하다니.

여보!

감사해요."


엄마사슴은 축 처진 대장사슴을 울며 바라보고 있었어요.


"진수아!

형이 먹을 것도 만들어 주라.

공부하는 데 지킨 형이 걱정이다."


하고 엄마가 오빠에게 말했어요.

아침을 먹던 오빠는 엄마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큰오빠는 도시에서 공부만 한다며 집에도 잘 오지 않았어요.


"왜!

대답이 없어.

약값 줄 테니까 만들어."


하고 엄마가 또 크게 말했어요.


"알았어요!"


오빠는 하기 싫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어요.

지혜와 동생들은 조용히 지켜봤어요.


가끔!

막냇동생(영수)은 아기사슴우리에 들어가 놀았어요.

오빠에게 혼나도 날마다 아기사슴우리에 들어갔어요.

사슴처럼 네 발로 걸어 다니며 놀았어요.

아기사슴이 막냇동생을 혀로 핥다 줄 때도 있었어요.


"누나!

아기사슴이 나랑 놀겠다고 했어."


밖에서 지켜보던 지혜는 깜짝 놀랐어요.

막냇동생(영수)이 사슴 말을 알아듣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바로 밑 동생(명수)은 아기사슴우리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오빠가

아기사슴우리에 들어가면 아기사슴이 놀란다고 한 말을 믿었어요.


아기사슴들은 엄마가 그리웠어요.

밤에도 아기사슴들끼리 자는 게 무서웠어요.


"엄마!

무서워요."


가장 어린 사슴(틱)이었어요.

아기사슴 한 마리가 우리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했어요.

지혜도 궁금했어요.

아기사슴들이 엄마랑 같이 살지 않고

따로 살아서 불쌍했어요.


"지혜야!

안녕."


동주오빠가 지혜를 보고 인사했어요.

이웃마을에 사는 동주오빠는 사슴 키우는 걸 배우러 왔다고 했어요.


"오빠!

사슴목장 할 거예요?"


지혜가 물었어요.


"응!

열심히 배워서 사슴목장 할 거야."


동주오빠는 사슴을 좋아했어요.

아기사슴을 사겠다고 돈도 모으고 있었어요.


멀리서 놀던

대장사슴이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사슴 곁에는 어린사슴만 보였어요.


"어디 갔을까!

이 녀석이 또 철조망을 넘은 건 아니겠지."


오빠는 사슴목장을 둘러봤어요.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