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떻게 알아!

달콤시리즈 279

by 동화작가 김동석

엄마가 어떻게 알아!





소녀는

마당 끝자락에 있는 동백나무를 지켜봤어요.


빨간 동백꽃 위로 내리는 눈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흰색과 빨간색의 조화는 초록 잎이 더해지며 정말 아름다웠어요.

가끔

약한 바람이 불면 눈발이 날리며 경이로운 아름다움까지 보여줬어요.


“엄마!

동백꽃은 왜 추운 겨울에 필까요?”

소녀는 봄이나 여름에 피는 꽃을 보며 항상 고민했던 것을 엄마에게 물었어요.


“흰 눈을 좋아하는 거지!”

엄마는 딸이 묻는 질문에 쉽게 대답했어요.


“엄마가 어떻게 알아요?”

소녀는 동백나무가 말한 것도 아닌 데 엄마가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게 이상했어요.


“딱 보면 몰라!

엄마들은 딱 보면 알아.

그게

엄마들에게 신이 준 선물이야!

동백꽃은

아마도 흰 눈을 너무 사랑할 거야!”

엄마는 추운 겨울에 피는 꽃들이 흰 눈을 사랑해서 피는 거라 말했어요.


“말도 안 돼!”

소녀는 엄마 말을 듣고도 믿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엄마라는 위치에 있으면 그 정도 대답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녀는

마당으로 나갔어요.


“동백아!

정말 흰 눈을 좋아해?”

소녀가 물었어요.


“흰 눈을 좋아하는 건 맞아요!”

동백나무가 소녀에게 말했어요.


“정말이군!”


“네.”

동백나무는 겨울이 좋았어요.

특히

눈 오는 날은 더 좋았어요.


“흰 눈이 내리지 않으면 꽃이 안 피겠다!”

하고 소녀가 말하자


“아마도!

그럴 거예요.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동백나무는 겨울과 눈을 따로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동백아!

떨어진 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소녀는 바닥에 떨어진 꽃이 아까웠어요.


“글쎄요!”


“사람들이

예쁜 꽃을 밟고 가는 게 나는 싫어!”

소녀는 꽃이 망가지는 게 너무 싫었다.


“저도 싫어요!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어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하고 기도해요!”

동백나무도 사람들이 꽃을 밟고 가는 게 싫었어요.


“내가 꽃을 모아야겠다!”

소녀는 집에서 바구니를 들고 와 떨어진 꽃을 주웠어요.


“어디에 쓸 거예요?”

동백나무가 물었어요.


“목욕탕!

빨간 동백꽃을 넣고 목욕을 할 거야.

히히히!

빨간 물이 되겠지!”


“목욕한 뒤에 어떤지 알려주세요?”

동백나무는 떨어진 동백꽃의 효과가 궁금했어요.


“알았어!”

소녀는 대답을 하고 바구니에 한가득 떨어진 동백꽃을 담아 집으로 갔어요.




“엄마!

동백꽃 주워 왔어요.”

소녀는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에게 말했어요.


“뭐하려고?”

엄마가 바구니에 가득 담긴 동백꽃을 보고 물었어요.


“목욕할 때 쓰고 나머지는 물감을 만들어 볼 거야!”

소녀는 엄마에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벌레 있을 텐데!”

엄마는 동백꽃 속에 혹시나 숨어있을 벌레 때문에 딸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되었어요.


“엄마도 목욕하실 거예요?”

소녀는 목욕물을 받았어요.

바구니 동백꽃을 탕에 넣었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 안에 동백꽃이 피었어요.

뜨거운 물이라 소녀는 미안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밟고 가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했어요.


“좋아!

동백꽃 탕에 들어가 볼까!”

엄마도 동백꽃을 넣은 목욕탕 물이 어떨까 궁금했어요.


“와!

천국에 있는 목욕탕 같아!"

엄마는 동백꽃이 가득한 욕조를 보고 말했어요.


“너무 멋지죠!”

소녀가 봐도 욕조 안의 동백꽃은 정말 보기 좋았어요.


“엄마!

눈 오는 날 욕조를 밖에 내놓고 목욕해요.”


“눈 맞으며?”


“네!

달 뜨고 눈 오는 날이면 더 좋겠어요."

동백꽃 가득 넣은 욕조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았어요.

소녀는 정말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동백꽃이 가득한 욕조에 들어가 목욕하고 싶었어요.


소녀는 동백꽃이 좋았어요.

오늘도 울타리에 서서 빨간 동백꽃을 바라봤어요.

흰 눈이 내리는 것을 본 소녀는

욕조를 동백나무 옆에 내놓고 엄마랑 목욕할 생각을 했어요.



그림 나오미 G




“어땠어?”

동백나무가 물었어요.


“목욕한 거?

아주 좋았어.”

소녀는 욕조에서 눈부시도록 빛나는 빨간 동백꽃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엄마!

눈 와요.”

소녀는 거실에서 뜨개질하는 엄마에게 말했어요.


“펑펑 쏟아지는구나!”


“엄마!

오늘 밤에 밖에서 목욕해요.”

하고 소녀가 말하자


“알았다!”

소녀는 엄마 대답을 듣고 동백나무 아래 욕조를 같다 놨어요.

그리고 뜨거운 물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와!

예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조에 들어가 보는 동백꽃이 너무 예쁘게 보였어요.


“뜨거워요!”

동백나무는 뜨거운 김이 날아올수록 무서웠어요.

죽을 것만 같았어요.


“걱정 마!

곧 끝날 거야.”

소녀는 동백나무가 뜨겁지 않도록 욕조를 장독대 옆으로 당겼어요.


산골짜기에 눈 내리는 날 밤

동백나무 옆 욕조에서 엄마와 딸 수다가 들렸어요.


“엄마!

너무 좋다.”


“나도 좋다!”

엄마와 딸은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동백나무의 아름다움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소녀의 집 주변 숲에 사는 동물들도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와 소녀가 목욕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동백아! 고마워.

떨어진 꽃은 모두 주워 말릴 거야.”

소녀는 동백나무에게 고마움을 전했어요.

그리고

떨어진 꽃을 모두 주울 생각도 말했어요.


"고마워요!"

동백나무는 좋았어요.

동백나무는 소녀에게 해준 것이 없었어요.

떨어진 동백꽃을 소녀가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내일은

동백꽃과 잎으로 물감을 만들 거야.”

목욕을 마친 소녀가 욕조를 정리하며 동백나무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동백나무는 소녀가 동백꽃을 모아 또 어떤 일을 할지 궁금했어요.


소녀는 동백꽃잎을 솥단지에 넣고 찻잎을 볶듯 불을 지피고 볶았어요.

꽃잎에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솥단지 안의 동백꽃을 나무 주걱으로 저었어요.




“날씨가 너무 춥다!”

밤새 강추위가 산골짜기에 머물렀어요.

동백꽃잎에도 주렁주렁 고드름이 달렸어요.


“와!

고드름이다.”

아침에 동백나무를 보고 소녀가 외쳤어요.

그리고

동백꽃잎에 매달린 고드름을 따 먹었어요.


“조금 달콤한 데!”

소녀는 동백꽃잎에서 나온 달콤한 향이 고드름에 스며있어 너무 좋았어요.


“동백꽃 고드름도 아이스크림으로 팔아야겠다!”

소녀는 고드름을 먹으며 말했어요.


“맛있어요?”

동백나무가 물었어요.


“응!

맛있어.”

소녀는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지만 달콤한 향기와 맛이 좋았어요.


동백나무는 소녀가 와서 이야기해줄 때 제일 좋았어요.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서 도와주고 싶었어요.


“내가 걸어 다닐 수만 있으면 도와줄 텐데!”

동백나무는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너는 소녀가 걱정되었어요.


“다 널었다!”

소녀는 빨래를 다 널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큰 바구니를 들고 동백나무로 향했어요.




“꽃을 다 떨어뜨려도 괜찮아?”

소녀는 자꾸만 떨어지는 동백꽃이 걱정되었어요.


“죽고 사는 건 내 맘대로 할 수 없어!

아무리 붙잡아도 떨어지잖아.”

동백나무는 하루라도 꽃이 나무에 붙어있으면 했어요.


“이게 바로 자연의 이치로 군!”

소녀는 동백나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꽃이 지고 꽃이 피는구나!”

소녀는 또 동백나무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동백꽃이 지면 매화꽃이 피겠지!”

소녀는 계절마다 피는 꽃 이름을 가지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곤 했어요.


“동백아! 고맙다.”

소녀는 이번 겨울에도 예쁜 동백꽃과 즐겁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도 좋아요.”

동백나무도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잘 사용해주는 소녀가 고마웠어요.


“동백아!

하얀 모자를 쓴 동백아!”

소녀는 하얀 눈 모자 쓴 동백꽃을 보고 노래를 불렀어요.


“멋지죠!”

동백나무도 흰 모자를 쓴 동백꽃이 너무 예뻤어요.


오늘도

소녀가 사는 산골짜기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달과 별이 보이지 않아도

소녀가 사는 산골짜기에는 동백나무 그림자가 가득했어요.


가끔

눈보라와 바람이 불면

동백나무가 흔들리며 빨간 동백꽃이 하나 둘 떨어졌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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