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지 마!
넓은 들판에 또리라는 들쥐가 한 마리 살았어요.
젊은 쥐라서 달리기도 잘하고 모험심도 강해 이곳저곳을 다니며 말썽만 피우는 또리였어요.
낮에는 독수리 밥이 될까 봐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밤이 되면 들판에서 달리고 뒹굴며 신나게 놀았어요.
꼭 새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또리는
배가 몹시 고픈 날 들판에서 쇠똥구리를 만났어요.
“히히히!
널 잡아먹어야겠어.”
또리가 쇠똥구리 뒤에서 말했어요.
낑낑거리며
똥을 밀고 가던 쇠똥구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널!
잡아먹을 거라니까?”
또리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어요.
“시끄러워!
바빠 죽겠는데.”
하고 쇠똥구리가 말했어요.
또리는 자존심이 상했어요.
무서워
도망가던 쇠똥구리가 아니었어요.
또리는
겁 없는 쇠똥구리를 만났어요.
“뭐!
바쁘다고?”
하고 또리가 따라가며 묻자
열심히
똥을 밀고 가던 쇠똥구리가 힐끔 쳐다보며 한마디 했어요.
“야!
보면 몰라?”
큰 소리로 외치자 또리는 깜짝 놀랐어요.
또리는
방망이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게!
어디서 큰 소리야.”
하고 말한 뒤 쇠똥구리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어요.
'팍'
“아야!”
어찌나 아프던지
쇠똥구리는 밀고 가던 똥을 놓고 말았어요.
마침
내리막길이라
데굴데굴 똥은 저 아래로 굴러가 버렸어요.
쇠똥구리는 화가 잔뜩 났어요.
이마에
땀을 손으로 쓰윽 닦은 쇠똥구리는
“야!
또라이.”
화가 난 쇠똥구리가 말했어요.
쇠똥구리는
또리 이름을 또라이라고 불렀어요.
“뭐!
또라이?”
또리는 들판의 제왕답게 큰소리치며 쇠똥구리를 노려봤어요.
“그래!
이 또라이야.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일하는 데
왜 부르고 난리야?”
또리는 앙칼지게 소리치는 쇠똥구리가 무서웠어요.
“뭐라고!
널 잡아먹을 건데 내가 무섭지도 않아?”
하고 또리가 말하자
“똥이나 실컷 먹어라!
이 또라이야.”
하고 말한 쇠똥구리가 주머니에서 똥을 한 움큼 꺼내 또리에게 던졌어요.
이리저리 피하다 그만
이마에 똥 한 덩이를 맞았어요.
“아휴!
지독해.”
무슨 똥인지 주변에 있던 잡초들도 코를 막고 숨을 참았어요.
화가 잔뜩 난 또리는 눈을 크게 뜨고
“넌!
죽었어.”
하고 소리치며 쇠똥구리에게 달려갔어요.
쇠똥구리는
코를 막고 뒷주머니에서 스컹크 똥을 한 주먹 꺼내 달려오는 또리에게 던졌어요.
"크악!
지독해! 지독해!"
지독한 냄새에 또리는 들판에 쓰러졌어요.
쇠똥구리는
지푸라기로 또리를 꽁꽁 묶었어요.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지켜보던 들판 동식물들이 모두 웃었어요.
정신을 차린 또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쇠똥구리를 봤어요.
“이게 죽을 라고!”
소리치며 낑낑거렸지만 몸이 꼼짝 하지 않았어요.
“또라이!
앞으로 내 말 잘 들을 거야?”
하고 쇠똥구리가 물었어요.
들쥐
체면이 말이 아니었어요.
또리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어요.
“말 잘 들을게!
제발 풀어줘.”
하고 또리가 말하자
쇠똥구리는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어요.
“아까보다
더 독한 냄새를 맡고 싶어?”
“아니! 아니!
말 잘 들을 게.”
또리는 정말로 쇠똥구리가 무서웠어요.
쇠똥구리는
똥을 모으는 일에 대해 또리에게 이야기해주었어요.
그리고
또리를 묶은 지푸라기를 하나하나 풀어주며
“일할 때 건드리면 알지?”
또리에게 한 마디 하고 다시 똥을 찾으러 떠났어요.
또리는
몸에 붙은 지푸라기를 훌훌 털고 집으로 갔어요.
그리고
푹 쓰러져 한 숨 잤어요.
그림 나오미 G
잠에 서 깬 또리는
들판으로 나가 쇠똥구리를 찾았어요.
멀리서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고 있었어요.
또리는 달려갔어요.
쇠똥구리가 하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봤어요.
“똥을 모으면 부자가 된다네!
똥을 먹으면 오래 산다네!”
노래 부르며
쇠똥구리는 똥을 밀고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한 참 지켜보던 또리는
쇠똥구리에게 달려갔어요.
“안녕!”
쇠똥구리를 잡아먹던 또리가 인사했어요.
“세상에!”
쇠똥구리는 깜짝 놀란어요.
힐끗 보고 노래를 계속 불렀어요.
또리는
배고플 때마다 냄새나는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를 잡아먹었어요.
하지만
똥을 모으는 이야기를 듣고 쇠똥구리를 존경하게 되었어요.
또리는
몇 번을 망설였어요.
쇠똥구리를 도와주고 싶은 데 똥을 밀 자신이 없었어요.
"망설이지 말자!"
하고 생각한 또리는 쇠똥구리에게 달려갔어요.
“나도 도와줄게.”
하고 말한 또리는 쇠똥구리 옆에 가서 똥을 밀었어요.
둘이서 밀자
똥이 데굴데굴 잘 굴러갔어요.
“냄새나는데!”
쇠똥구리가 또리를 보고 한 마디 했어요.
“괜찮아!”
쇠똥구리는 편하게 똥을 집까지 가져올 수 있었어요.
쇠똥구리는
또리를 집에 초대하고 그동안 모아둔 똥을 보여주었어요.
“와!
멋지다.”
쇠똥구리 집에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똥으로 만든 멋진 탑들이 가득했어요.
또리는
쇠똥구리가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또리는
다음 날 아침부터 들판에 나가 똥을 찾았어요.
소똥, 개똥, 개구리 똥, 물방개 똥, 독수리 똥, 사마귀 똥,
아이들이 놀다 싼 똥 등 열심히 모았어요.
그리고
쇠똥구리처럼 멋진 탑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가끔
쇠똥구리를 초대해서 탑을 쌓는 방법도 배웠어요.
이번 여름에는
코끼리 똥을 얻기 위해 둘이서 동물원에 가기로 했어요.
또리는
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쇠똥구리를 잡아먹지 않기로 했어요.
쇠똥구리들이
들판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것을 알고 절대로 잡아먹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오늘은
쇠똥구리와 또리가 아름다운 들판으로 소풍을 나왔어요.
맛있는 도시락도 먹고 신나게 놀았어요.
쇠똥구리는
아직까지 얻지 못한 똥이 있다고 또리에게 이야기했어요.
“그게 뭔데?”
하고 쇠똥구리에게 물었어요.
또리는 구해줄 수 있으면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한 참을 망설이던 쇠똥구리는
“허수아비.”
하고 말했어요.
다음 날 아침
또리는 들판에 있는 허수아비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허수아비가 이상하게 쳐다보며
“뭘 찾는데?”
하고 또리에게 물었어요.
“똥!
똥 찾아요.”
하고 말하고 똥을 찾았어요.
하지만
허수아비 똥은 없었어요.
“허허허!
똥을 찾으러 오다니.”
하고 말한 허수아비는 크게 웃었어요.
“내가!
뭘 먹어야 똥을 싸지.
바람이나 비 같은 건 먹어도 똥이 안 나와.”
하고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먹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요?”
하고 또리가 물었어요.
허수아비는
먹지도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아!
그래서 똥이 없구나.”
또리는 알았어요.
허수아비 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또리는 알았어요.
또리는
열심히 달려서 쇠똥구리에게 갔어요.
쇠똥구리는
집에서 열심히 탑을 만들고 있었어요.
“허수아비는 똥을 싸지 않아.”
“뭐라고?”
“하하하!
허수아비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똥을 싸지 않는다고 해.”
하고 또리가 말하자
“정말!
허수아비는 먹지 않아?”
쇠똥구리는 그동안 고민이 해결되자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그렇구나!”
쇠똥구리는 깨달았어요.
“내가 모르는 것을 남이 알 수도 있구나!
나는 아직도 세상을 모르는구나.
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지!”
쇠똥구리는 앞으로 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또리가 아니었으면 허수아비 똥을 구하려고 고생할 뻔했어요.
저녁에 또리를 초대한 쇠똥구리는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하고 있었어요.
멀리서
또리가 노래 부르며 오고 있었어요.
그림 나오미 G .. 또리
“똥을 모으면 부자가 된다네!
똥을 먹으면 오오래 산다네!
허수아비는 똥이 없다네!"
들판의 꽃들도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