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기다리는 나무!

달콤시리즈 288

by 동화작가 김동석

소녀를 기다리는 나무!





눈이 소복이 내린 아침이었다.

소녀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장갑도 끼고 귀마개도 하고 목도리도 단단히 했다.


“조심해!

미끄러지지 말고."

엄마는 마루에 서서 대문을 나서는 딸에게 말했다.


“네!”

소녀는 빨간 장화를 신고 하얀 눈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눈이 오면 난 좋아!”

하얀 눈을 뭉쳐 멀리 던졌다.


“야호! 신난다.”

하얀 눈을 또 뭉친 소녀는 멀리 서있는 나무를 향해 던졌다.


“받아라!”

배추밭 옆에 서 있는 나무를 향해 던지며 소리쳤다.

소녀가 던진 눈덩이를 맞은 나뭇가지에서 흰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하하하! 신난다.”

소녀는 학교에 가는 것도 잊고 나무와 눈싸움하는 것 같았다.


“빨리 학교나 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고 있던 나무가 소녀에게 소리쳤다.


“싫어!

눈싸움 더 할 거야."

소녀는 나무를 향해 또 눈을 던졌다.


“나뭇가지에 눈이 있어야 더 아름답다고!”

나뭇가지도 오랜만에 내린 흰 눈이 나뭇가지에 오래 머물게 하고 싶었다.


“싫어!

나뭇가지가 무거우면 가지가 찢어질 수도 있으니까 흰 눈을 모두 떨어뜨려야 해.”

소녀는 흰 눈이 무거워 나뭇가지가 찢어질까 걱정되었다.


“무슨 소리!

이제 튼튼하다고.”

작년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린 날 나뭇가지가 몇 개 부러졌었다.

그 뒤로

나무는 다시는 나뭇가지를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운동했다.


“알았어!

학교 갔다 올게.”

소녀는 나무에게 말하고 학교에 갔다.


“조심해!

길이 미끄러우니까!”

나무는 소녀가 걱정되었다.


“주인이 오면 혼나겠다!”

나무는 배추 위로 많은 눈이 떨어져 걱정되었다.


“어떡하지!

배추까지 닿는 나뭇가지도 없는데!”

나무는 성질이 고약한 배추밭주인이 오기 전에 쌓인 눈을 치워야만 했다.


“바람아! 도와줘!”

나무는 하늘을 날고 있는 바람을 불렀다.


“왜!”

바람이 나무에게 달려왔다.


“배추밭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해!”

나무가 말하자 바람도 배추밭을 둘러봤다.


“빨리 치우지 않으면 또 혼나겠구나!”

바람도 배추밭주인이 고약한 성질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센 바람을 불어 줘!”

나무는 배추밭주인의 고약한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고약한 영감!

아니

고약한 영감탱이!

아니야

고약하고 못된 영감탱이!

히히히!

이게 좋겠다."

바람도 배추밭주인이 미웠다.


“이걸 보면

또 베어버린다고 하겠지!”

하고 나무가 말했다.

배추밭주인은

배추에 눈이 떨어지는 것을 싫어했다.


‘휘이익! 휘이익!’

바람이 불었다.


“더 세게!

더 세게 불어 봐!”

나무가 바람에게 외쳤다.


“알았어!”

바람은 하늘 높이 올라 갔다.


‘퓌위익! 퓌위익!’

아주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배추 위에 떨어진 눈이 바람에 날려 멀리 날아갔다.


‘퓌 위이 이익! 퓌 위이 이익!’

더 강한 바람에 눈이 날아가자 배추 잎이 살짝 보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무는 배추가 보이자 마음이 편했다.


“알았어!”

나무가 대답했다.


‘휘이이이이! 휘이이이이!’

약한 바람이 불었다.


“이제 됐어!”

나무는 소녀와 놀던 전 모습으로 배추 밭이 보이자 바람을 멈추게 했다.

배추 위에 소복이 쌓인 눈만 남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눈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림 나오미 G



“배추밭주인 온다!”

하늘 높이 날던 바람이 나무에게 말했다.

나무도 멀리서 배추 밭주인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눈이 이렇게 많이 오면 배추가 썩을 텐데!”

배추밭주인은 눈에 뒤덮인 배추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무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나무 밑을 천천히 둘러본 주인은 나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분명히 나뭇가지에서 눈이 떨어진 것 같은데 왜 밭에 자국이 없지!”

배추밭주인은 눈이 떨어져 배추 한 포기라도 다치거나 죽었다면 주인없는 나무를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이상하지!”

아무리 찾아봐도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눈에 다치거나 뒤덮인 배추는 한 포기도 없었다.


“나무가 마법을 부리는 걸까!”

나무를 보고 배추 밭을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배추밭주인은 나무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소녀는

다시 배추 밭 옆에 서 있는 나무에게 갔다.


“오늘 배추밭주인이 와서 뭐래?”

소녀는 밭에 발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배추 밭주인이 왔다 간 것을 알았다.


“아무 말도 않고 갔어.”


“정말!”


“응.”

나무는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소녀에게 대답했다.


“또 마법을 부린 거야?”


“아니!

바람이 도와주었어.”

바람은 소녀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바람이 한 일을 말해주었다.


“좋은 친구를 두었구나!”


“응.”

나무는 바람 친구가 있어 외롭거나 두렵지 않았다.


“오늘도 읽어줄 거지?”


“알았어.”

소녀는 가방에서 일기를 꺼내 나무에게 읽어주었다.

나무는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무 아래 앉아 일기를 읽어줘서 너무 좋았다.



0000년 00월 00일 날씨 흰 눈이 온 날


<소녀를 기다리는 나무!>


아침에 눈을 뜨니 대지에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창문을 열고 강아지와 흰 눈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난 눈이 오면 좋아!”

강아지는 묶인 줄 때문에 멀리 가지 못했지만 눈 위에 발자국이 생겨 너무 좋았다.


“춥지 않아?”

흰 눈은 어린 강아지가 추울까 걱정되었다.


“하나도 안 추워!”

노란 강아지는 얼굴에 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와!

흰 강아지가 되었다.”


“정말!”


응!"

흰 눈은 강가지 얼굴 보고 웃었다


노란 강아지는

하얀 눈 위를 몇 번 뒹굴었다.


“멋지다!”

흰 눈은 노란 강아지가 하얀 강아지가 되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좋았다.


“주인도 좋아할까?”

강아지는 갑자기 흰 강아지로 변한 게 걱정되었다.


“주인도 좋아할 거야.”

산골짜기에 눈이 내리면 소녀와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둑아!

흰둥이 빠뚝아!”

소녀가 창문으로 지켜보다 바둑이를 불렀다.


“멍멍!”

바둑이도 소녀가 부르자 기분이 좋았다.


“흰둥이가 되었어요."

하고 바둑이가 대답하자


“멋져!”

소녀는 바둑이에게 아주 멋지다는 말을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바둑이는 소녀에게 인사하고 하얀 눈 위를 또 뒹굴었다.


“하하하! 재밌지?”


“멍멍!

재미있고 너무 좋아요.”

바둑이는 정말 눈이 와서 좋았다.


일기는 이렇게 끝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소녀는 오늘 쓴 일기를 나무에게 다 읽어주고 일어났다.


“고마워!”

나무는 소녀가 와서 책도 읽어주고 일기도 읽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잘 있어.

내일 봐!”

소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무거우면

또 나뭇가지가 부러질 수 있으니 조심해!”


"알았어!"

하고 대답한 나무는

무거운 눈을 조금씩 나뭇가지로 밀쳐냈다.


“나도 도와줄게!”

바람도 나뭇가지 눈이 얼기 전에 조금씩 눈을 날렸다.


산골짜기 소녀의 집에 불이 켜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세상도 어둠 속으로 서서히 숨어 들었다.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무는

소녀 방에 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 잠을 청했다.


"달님! 별님!

나무를 지켜주세요!"

소녀는 꿈속에서

배추밭 옆에 서있는 나무를 걱정했다.

눈이 오나 비가 와도

친구가 되어 주는 나무가

오래오래 그 자리에 서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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