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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16. 2022

창작동화)이건 맛이 갔어!

달콤시리즈 366

이건 맛이 갔어






수박밭에  

원두막이 하나 있었어요.

작년에 새로 지은 원두막이었어요.


원두막 아래 땅속에는 두더지 민둥이가 살고

원두막 초가지붕 위에는 들쥐 곰둥이가 살았어요.

둘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았어요.


높은 하늘에서  

독수리가 곰둥이를 향해 날아왔어요.


“빨리 피해!

독수리가 오고 있어.”

민둥이가 소리쳐 겨우 살았어요.


“고마워! 민둥아.”

하고 곰둥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뭘!  

그거 가지고.”

민둥이는 친구를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수박밭은 엄청 넓었어요.

낮에는 수박 사러 오는 사람이 많았어요.


민둥이는  

수박밭을 지키는 아저씨가 가면 곰둥이를 불렀어요.


“곰둥아!  

어서 내려와.”


“알았어!”

저녁때가 되면  

민둥이와 곰둥이는 수박밭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더운 여름  

원두막 지붕 위에서 낮잠 자는 게 힘든 곰둥이는 민둥이가 부르면 내려왔어요.

둥이가 원두막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민둥이는 하늘을 쳐다봤어요.

독수리가 날아오는지 지켜보고 있었어요.


며칠 전에

원두막 기둥을 타고 내려오던 곰둥이가 독수리 밥이 될 뻔했어요.

그래서  

독수리가 날고 있으면 내려오지 못하게 민둥이가 소리쳐 알려줬어요.


원두막에서 내려온 곰둥이는  

민둥이와 손잡고 수박밭으로 달렸어요.


“독수리가 보기 전에 빨리 가자!”


“그래!”

민둥이와 곰둥이는 수박밭 한가운데를 향해 달렸어요.


“여기가 좋겠다!”

커다란 수박이 많은 곳에서 둘은 멈춰 서서 하늘을 쳐다봤어요.


“독수리가 없어!  

오늘은 어디로 갔을까?”

하고 곰둥이가 말하자


“다행이다!”

민둥이는 독수리가 보이지 않자   

신나게 수박밭에서 놀 수 있었어요.


“수박을 골라볼까?”


“그래!”

민둥이와 곰둥이는 수박마다 손으로 두드려 봤어요.


"톡톡!

이건 덜 익었다.

톡토독! 톡토독!

이건

익으려면 아직 멀었다."

곰둥이는 익은 수박을 잘 골랐어요.


“그래!

그럼 다음 것.”

하고 민둥이가 말하자


“이건!  

아직 안 익었어.

똥똥!

아이고!  

이건 맛이 갔어.”

하고 곰둥이가 말했어요.


“잘했어!”

민둥이와 곰둥이는 팔 수 없는 수박만 골라 구멍을 냈어요.


“이렇게 익을 때까지 아저씨는 뭐했을까?"

곰둥이와 민둥이는  

다 익은 수박을 따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글쎄!  

바빴겠지.”


수박 속에 구멍을 뚫은  

둘은 수박 속을 긁어내기 시작했어요.


“아휴! 지독해.”

익은 수박에서 썩은 냄새가 코를 진동했어요.


썩은 수박 속을 다 긁어 낸 후  

민둥이와 곰둥이는 그곳에 수영장을 만들었어요.

 수박 안에 달콤한 물이 고여 멋진 수영장이 생겼어요.


수박 중간에  

구멍을 두 개 더 뚫고 다이빙도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점프!

야호 신난다.”


“야호!  

너무 재밌다.”

민둥이와 곰둥이는 수박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독수리는  

민둥이와 곰둥이를 잡아먹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어요.


“이 녀석들이 어디로 숨었지?”

오늘도 눈을 크게 뜨고 하늘 높이 날았어요.

그런데  

민둥이와 곰둥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이 녀석들!

꼭 찾아낼 거야. ”

독수리는 낮게 날았어요.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찾았어요.

하지만 민둥이와 곰둥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한 참 하늘을 날던 독수리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민둥아!  

오늘 즐거웠어.”


“나도 즐거웠어!”

저녁때가 되자 둘은 수영장에서 나왔어요.


“저기 수박밭 끝까지 달려갈까?”

하고 민둥이가 묻자


“좋아!

수박밭 끝까지 달려볼까!

하나, 둘, 셋!”


“달려라!

“야호! 신난다."

둘은 아주 빠르게 수박밭을 달렸어요.


큰 수박도 넘고  

작은 수박도 넘고 둘은 아주 신나게 달렸어요.

잠자리와 나비가 수박 위에 앉아 놀다가 깜짝 놀랐어요.


멀리  

원두막이 보였어요.


“여기서 보니까 원두막이 멋있다!”

빨갛게 저녁노을이 원두막에 기대고 있었어요.

붉은빛과 원두막이 멋있었어요.


“내일!  

스케치북 가지고 와서 그림 그리자.”


“좋아!”

민둥이와 곰둥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민둥이와 곰둥이는  

원두막을 향해 달렸어요.


큰 수박 작은 수박을 넘고  

달리는 데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고 있었어요.


“야! 쇠똥구리.”


“왜 불러?

바쁜 데.”


“무슨 똥이야?”


“독수리!”


“뭐라고?”

독수리 말만 들어도

민둥이와 곰둥이는 무서웠어요.


“독수리 똥이라니까!”


“정말?”

하고 민둥이가 묻자


“그래!"

하고 쇠똥구리가 대답했어요.


무섭지 않아?”

곰둥이는 무서웠어요.

세상에서 독수리가 제일 무서웠어요.


“안 무서워!”

쇠똥구리는 독수리가 무섭지 않았어요.

민둥이와 곰둥이는 쇠똥구리가 부러웠어요.


“냄새가 지독해!”

곰둥이가 코를 막고 말하자


“똥이니까 그렇지!

독수리 똥은 더 지독해.”  

하고 쇠똥구리가 말했어요.


“왜?”

하고 곰둥이가 물었어요.


“아마도

들쥐나 두더지를 잡아먹어 그럴 걸.”


“뭐라고?”

민둥이와 곰둥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웠어요.

민둥이와 곰둥이는 달렸어요.

독수리 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어요.



                                   조각 나오미 G







원두막을 향해

달리던 민둥이가 갑자기 멈췄어요.


“곰둥아! 잠깐.”

하고 민둥이가 말했어요.


“왜?”

하고 곰둥이가 묻자

민둥이는 곰둥이를 붙잡았어요.

원두막 지붕 위에 뭐가 있는 것 같았어요.


“독수리다!”


“뭐라고?”


“지붕 위에 앉아 있는 게 분명히 독수리야!”


“정말?”

곰둥이는 수박 뒤에 숨어 자세히 지붕 위를 올려다봤어요.


독수리는 배가 너무 고팠어요.  

곰둥이를 잡아먹기 위해 지붕 위에 숨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올라오기만 해라!

히히히!

잡아먹을 테니."

독수리는  

곰둥이를 꿀꺽 잡아먹을 생각이었어요.


“안 되겠다!  

우리 집으로 가자.”


“알았어!”

민둥이와 곰둥이는 살금살금 기어 땅속 민둥이 집으로 갔어요.


“휴! 살았다.”

곰둥이는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민둥아! 고마워.”


“고맙기는!”

민둥이는 친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어요.


곰둥이는  

믿음직스러운 친구가 있어 행복했어요.


“밤이 깊었는데!

어디를 간 거야.”

독수리는 곰둥이를 기다리다 지쳐가고 있었어요.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독수리는 날개를 활짝 펴고 원두막을 떠났어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어요.

배가 너무 고파 사냥을 떠났어요.





다음 날 아침

곰둥이는 민둥이 집에서 나왔어요.

원두막 지붕을 쳐다봤어요.

독수리가 없었어요.


“집에 간다!”

하고 민둥이에게 말했어요.


“독수리 없어?

하고 민둥이가 물었어요.


"없어!

있다 봐.”

하고 대답한 곰둥이는 원두막 위로 올라갔어요.


“으아악!”

원두막 위에 올라온 곰둥이는 지독한 냄새에 죽는 줄 알았어요.

독수리가 지붕 위에 똥을 싸놓고 갔어요.


“으으윽!  

무얼 먹고 싼 거야.

지독해!  

너무 지독해.”

곰둥이는 삽으로 똥을 수박밭으로 던졌어요.

그리고  

물로 깨끗이 청소했어요.


“으악!  

정말 지독해.”


곰둥이는  

원두막 위에서 이사 가기로 했어요.

독수리가 찾아오는 걸 막을 수 없었어요.


“민둥아!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곰둥이가 민둥이에게 물었어요.


“저기!

개울가 옆 달구지 밑으로 가는 게 어떨까?”

하고 민둥이가 말하자


“가서 한 번 볼까?”


“그래!”

곰둥이와 민둥이는 개울가를 향해 달렸어요.


수박밭 옆  

개울가에 버려진 달구지가 있었어요.


“여기가 좋겠다!

물도 흐르고 좋다.”

정말 아름답고 보기 좋았어요.


곰둥이는 이사할 곳을 결정했어요.

개울가 달구지 옆이 맘에 들었어요.


“좋아!  

여기로 이사할게.”

하고 곰둥이가 말하자


“나도!

여기로 이사할 게.”

하고 민둥이도 말했어요.


“정말?”


“응.”

민둥이도 이사 가기로 결정했어요.


민둥이와 곰둥이는  

서로 의지하며 개울가 달구지 밑에서 함께 살았어요.


독수리에게  

잡아먹히지만 않으면 오래오래 살 것 같았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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