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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14. 2022

창작동화)여기가 지상 낙원!

달콤시리즈 356

여기는 지상 낙원!






고양이 샘은

갯벌에 들어가 노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갯벌에 빠지면 죽는다는 게 두려웠어요.


팽나무에서 내려온 샘은  

바닷물이 빠진 갯벌을 향해 달렸어요.

샘은 해안가에 앉아

묵묵히 갯벌을 지켜봤어요.


“더 높이! 더 높이!”

갯벌에서 놀던 칠게들이 두 집게를 하늘 높이 들고 춤췄어요.

두 손을 들고 벌을 받는 어린이들 같았어요.


칠게들이  

춤추는 것을 보면 어느 행성에 온 것 같았어요.


“앞으로! 뒤로! 옆으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더 높이!  더 높이! 더! 더!

바람 타고! 하늘 날고!

앞으로! 앞으로! 뒤로! 뒤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낙원!”


춤추는 칠게들을 고양이 샘은 오래오래 지켜봤어요.


"랩이야!

아니면 힙합이야!

나도 춤춰야지!”

샘도 손을 들고 칠게들을 따라 춤췄어요.


“옆으로! 앞으로! 뒤로! 뒤로!

옆으로! 뒤로! 앞으로!  위로!

좌로!  우로! 앞으로! 나를 봐!

칠게들이 부르는 노래가 넓은 갯벌을 쩌렁쩌렁 울렸어요.


샘도

갯벌에 들어가 함께 춤추고 싶었어요.


“저것들은

힘들지도 않나!”

손들고 춤추던 샘은 힘들었어요.


“더 높이! 더 크게!  

앞으로! 뒤로! 옆으로!

누굴 봐!  날 봐!

칠게들은 갯벌 위를 걸으며 신나게 춤췄어요.


뭐야!

집게 다리로 물구나무 서다니.

칠게 한 마리가 집게다리로 물구나무 서서 걸었어요.


“와!  

멋지다.”

다른 칠게들도 모두 집게다리로 물구나무서서 춤췄어요.


“앞으로! 뒤로! 옆으로!”

칠게들을 따라 샘도 물구나무서서 춤췄어요.


“살아있다는 건 이런 거야!

으쌰! 으쌰! 앞으로! 뒤로!

앞으로!  뒤로!  옆으로! 위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누가 주인! 내가 주인!”

칠게들은 다시 두 집게를 하늘 높이 들고 춤췄어요.


갯벌에 사는

칠게들은 유연하게 춤추며 하나의 심장소리를 내는 것 같았어요.


멀리서  

만선의 기쁨가슴에 담고 항구로 들어오던 어부들도 갯벌에서 춤추는 칠게들을 한참 바라봤어요.


“역시!  

이곳이 바로 지상 낙원 아닌가.”

어부들은 송이도에 사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물질과 정신이 하나 되는 것 같아!”

샘은 칠게들이 모두 두 손을 들고 춤추는 것을 보며 서로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칠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샘은 고양이들은 개성이 강해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앞으로! 뒤로! 옆으로!”

뜨거운 햇살이 갯벌을 삼킬 것 같았지만 칠게들은 춤을 멈추지 않았어요.


“자연의 섭리일까!  

아니면  

자연의 순리일까!”

탁 트인 하늘과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는 파도가 몽돌 해변을 들락거려도  

갯벌의 칠게들은 관심 없었어요.

물이 들어오면 물속에서  

또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에 익숙해 있었어요.


“앞으로! 뒤로! 옆으로!”

칠게들은 서로 쳐다보고 어루만지며 춤췄어요.


“맞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

어부의 아내는 가끔 칠게들이 춤추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것들이 없으면  

갯벌이 살아 숨 쉴 수 없겠지!”

어부의 아내는 칠게를 먹을 만큼만 잡는 이유이기도 했어요.


‘쿵쾅! 쿵쾅!’

두 집게를 들고 춤추는 칠게들의 심장 소리가 들렸어요.


“이것도!

생성과 소멸의 연속일까?

그렇지!

죽고 사는 건 신의 뜻이지!”

송이도 주민들은 갯벌과 칠게들을 통해  

물질과 정신이 하나 되어 무엇인가 구체화시키려고 하는 것을 느꼈어요.


“천 년의 빛이 평화롭게 갯벌에 머무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우주의 본질에 관심을 가진 어부의 아내는 송이도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어요.


“샘!  

칠게들이 춤추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어부의 아내가 멀리 앉아있는 샘에게 물었어요.


“환상적이에요!

이곳이 바로 지상 낙원 같아요.”


“그렇지!  

이런 지상 낙원이 어디에도 없을 거야.”


“맞아요!

저는 갯벌이 무서워 들어가지도 못하는 데 칠게들은 갯벌 위에서 저렇게 멋진 춤추다니 부러워요!”


“나도 부럽다!”

어부의 아내는  

자유로운 몸짓과 무리 지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하나 되는 힘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어요.  

칠게들의 심장소리 들을 때마다 어부의 아내는 부러웠어요.


갯벌에서는  

지상에서 볼 수 없는 어느 행성의 이야기가 계속되었어요.


“샘!  

저녁에 굴비 한 마리 줄 테니 집으로 와!”

어부의 아내는 샘에게 말하며 일어났어요.


“네!

감사합니다.”

샘은 오늘 저녁에도 맛있는 굴비를 먹게 생겼어요.


“샘!  

굴비가 맛있어?”

바닷가 언덕에 핀 해바라기 꽃이 물었어요.


“그럼!  

천 년의 빛을 머금은 이곳 소금으로 굴비를 양념해서 맛있어.”


“이곳!

소금도 유명한 거야?”


“영광 천일염은  

세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소금이야!”


“그렇구나!”

해바라기 꽃도 굴비가 먹고 싶었어요.



그림 나오미 G





샘은

잠시 쉬는 칠게에게 다가갔어요.


“너희들은  

왜 그렇게 짝짓기에 열정을 쏟는 거야?”

샘은 춤을 마친 칠게에게 물었어요.


“갯벌을 지키기 위한 거야!”


“갯벌을 지킨다고?”


“그럼!

더 많은 칠게들이 탄생해야 오염되는 갯벌을 지킬 수 있어.”

샘은 칠게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칠게들이 많아진다고 갯벌을 지킬 수 있을까?”

샘이 다시 물었어요.


“사람들은 우리를 잡아먹지!

하지만  

우리는 종족보존도 중요하지만 갯벌이 오염되지 않아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갯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야!”

칠게들은 내일도 두 집게를 들고 갯벌에서 춤출 거라고 샘에게 말했어요.


“지상 낙원!

너희들이 말하는 지상 낙원이 이런 모습일까?

모두 노력해도  

유토피아나 지상 낙원은 건설은 쉽지 않을 텐데!”

샘은 칠게들의 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상관없어!

우리는 우리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하고 말한 칠게들은 다시 춤출 준비를 했다.


“맞아!  

지상 낙원이나 유토피아는 자연 그대로 일 거야.

송이도가  

바로 지상 낙원이고 유토피아지!”

하고 말한 샘은 맛있는 굴비를 먹으러 어부의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 돌아온 어부는  

아내 수다를 들었다.


“당신도 봤어야 하는 데!”


“뭘?”

어부는 오늘 만선의 꿈을 이룬 것도 잠시  

아내 옆에 앉아 수다를 들었어요.


“갯벌에서 노는 칠게들!”


“그게  

뭐 한 두 마리인가!”

어부는 갯벌을 오가며 칠게들이 많은 것을 알았지만 관심 없었어요.


“칠게들이  

갯벌에서 춤추는 것 본 적 있어요?”

남편에게 아내가 다시 물었어요.


“아니!  

칠게들이 춤춘다고!  

그냥  

노는 것이 아니고?”

어부는 아내가 가끔 갯벌이야기를 할 때마다 한 귀로 듣고 잊었어요.


“두 집게를 들고  

칠게들이 춤추는 데 아직 가보지 않은 행성에 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잘 춰!”


“네!”


“설마!  

가수들보다 잘 출까!”


“앞으로! 뒤로! 옆으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더 높이!  더 높이! 더! 더!

바람 타고! 하늘 날고!

앞으로! 앞으로! 뒤로! 뒤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하고 노래 부르며 춤추는 데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어요.


“나도  

한 번 봐야겠구먼!”

어부는 몇십 년을 바다에서 고기 잡고 살았지만 칠게가 춤추는 것은 관심 없었어요.


“영광 소금이 천상의 선물이라면 갯벌의 선물은 칠게일 거야!”

어부는 아내 이야기를 듣고 송이도가 지상 낙원이 된 것도 모두 영광 소금 덕분이라 했어요.


“맞아요!

살아있다는 건 덤으로 받은 선물이죠.”

어부의 아내는  

남편이 잠들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갯벌로 갔어요.


달빛이 비치는 갯벌에는 많은 생물들이 나와 춤추고 있었어요.


“앞으로! 뒤로! 옆으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더 높이!  더 높이! 더! 더!

바람 타고! 하늘 날고!

앞으로! 앞으로! 뒤로! 뒤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빛과 소금! 어둠과 달빛!

앞으로! 뒤로! 옆으로!”


달빛 아래 춤추는 칠게들이 더 아름다웠어요.

어부의 아내는 눈을 크게 뜨고 갯벌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가슴에 담았어요.  

그리고  

인간의 영혼에 호소하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어요.


“백일홍 꽃이 피는  

두목동을 무릉도원이라 했다.

그렇다면

칠게들이 춤추는 송이도는 지상 낙원이지!”

어부의 아내는  

언젠가 동화작가가 말해준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맞아!  

내가 지상 낙원에 살고 있군.”

집으로 돌아가는 어부의 아내에게 달빛은 달콤한 빛과 그림자를 선물했어요.







다음날도  

칠게들은 짝짓기 춤을 췄어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더 정열적으로 춤췄어요.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서로 의존하며 춤췄어요.


언제부턴가  

송이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갯벌에서  

춤추는 칠게들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 위해 왔어요.


샘은  

사람이 많이 오게 되면 갯벌이 오염되고 칠게들이 죽을까 걱정되었어요.


샘과 달리  

칠게들은 걱정도 않고 열심히 춤추고 있었어요.


“앞으로! 뒤로! 옆으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더 높이!  더 높이! 더! 더!

바람 타고! 하늘 날고!

앞으로! 앞으로! 뒤로! 뒤로!

우로! 좌로! 위로! 아래로!

여긴 어디! 지상 낙원!

빛과 소금! 어둠과 달빛!

앞으로! 뒤로! 옆으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야!

나는 나! 너는 너! 우리는 우리!

앞으로! 뒤로! 옆으로!”


넓은 갯벌에

칠게들의 노래가 밤새 들렸어요.

새벽이 오는 듯

멀리 바닷물이 갯벌을 향해 밀려오는 소리가 바람과 함께 들려왔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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