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사람을 찾습니다!
아니
일기장 주인을 찾습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에서 떨어진 일기장을 줍게 된 서진이는 첫 페이지 일기를 읽어보고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어요.
“누가 이 일기장 주인 아는 사람 없어요?”
서진이는 일기장 주인도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나는 숱한 눈물을 흘리며 말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뒤돌아보지 않고 길을 나섰다.
그 뒤로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눈물을 흘리면 흘릴수록 가슴앓이는 더 심해졌다.
결정!
내가 결정해야 한다.
어머니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내가 선택한 결정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옳은 결정이든 나쁜 결정이든 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나보다 인생을 더 오래 산 어머니의 결정이 옳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 결정을 따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길을 걸어왔다. 」
일기장!
첫 페이지 시작 글이었어요.
서진이 가슴도 두근거렸어요.
다음 페이지에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지 궁금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서진이는 너무 궁금해서 뒷장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두려웠어요.
“일기장 주인을 찾습니다!”
서진이는 일기장 사진을 찍어 종이에 오려 붙이고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 전봇대에 붙였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일기장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서진아!
우리가 일기장 읽어보면 안 될까?”
같은 마을에 사는 명희가 물었어요.
“안 돼!
남의 일기를 함부로 읽으면 못써!”
서진이 대답은 단호했어요.
하지만
서진이도 일기장 내용이 궁금했어요.
주인을 찾지 못한 일기장을 서진이는 책상 서랍에 잘 넣어두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와 책상 서랍을 열면 문득 일기장 내용이 궁금했지만 꾹 참았어요.
기억의 아련함은 서진이 머릿속을 가만두지 않았어요.
“숱한 눈물을 흘린 이유가 뭘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진이는 궁금했어요.
일기장 주인이 몇 살이나 먹고 남자인지 아니면 여자인지도 궁금했어요.
또 어른인지 어린이 인지도 알고 싶었어요.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서진이는 일기장 주인도 모르며 제목을 정했어요.
“서진아!
소설 쓰는 거야?”
순이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연습장에 쓴 제목을 보고 물었어요.
“서설(소설)은 무슨!”
서진이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어요.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이거 완전 소설 제목 같은 데?”
순이가 다시 물었어요.
“아니야!”
서진이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일어나 화장실에 갔어요.
“얘들아!
서진이가 소설을 쓰나 봐!”
“뭐라고! 소설.”
“응!”
서진이 반 친구들은 순이가 하는 말을 듣고 궁금했어요.
“서진아!
소설 쓴다며?”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오는 서진이를 보고 물었어요.
“아니!”
“순이가 그러던데!”
서진이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 가서 앉았어요.
하지만
머릿속에는 며칠 전에 마당에서 일기장을 줍던 순간이 영화처럼 스쳐갔어요.
“오늘은 가서 일기장을 읽어볼까!”
서진이는 수업시간에도 자꾸만 집에 두고 온 일기장이 생각났어요.
“남의 일기장이 이렇게 내 마음을 흔들다니!”
서진이는 정말 신기했어요.
“일기장 한 권 주세요.”
서진이는 집에 오는 길에 문방구에 들려서 일기장을 한 권 샀어요.
“나도 일기를 써야지!”
오늘부터 서진이도 일기를 쓰기로 했어요.
<호기심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서진이는 일기장 표지에 제목을 정하고 웃었어요.
“어떤 호기심을 일기장에 쓸 수 있을까!”
제목을 그럴싸하게 정한 뒤 일기장을 펴고 서진이는 고민했어요.
“내가 일기를 쓰다니!”
서진이는 침대를 뒹굴며 웃었어요.
“동기가 중요하지!
무엇을 시도하는 것처럼 중요한 게 없지.”
서진이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서진이는
일기를 쓰다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꿈을 꾸었어요.
“내가 일기장 주인입니다!”
꿈속에서 일기장 주인을 만났어요.
그림자가 아련하게 나타나며 자신이 일기장의 주인이라고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네!”
일기장 주인이 말을 했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리고 나이가 많은 지 또 어린이 인지도 알 수 없었어요.
“책상 서랍 속에 있어요!”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왜요?”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진이는 일기장 주인을 만났는데도 일기장을 주지 못했어요.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제목 맘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서진이는 호기심에 제목을 지었는데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주인이 맘에 든다고 해서 다행이었어요.
“<호기심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도
제목이 아주 좋고 벌써 내용이 궁금합니다!”
하고 말하자
“네!
저도 어제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하고 대답하면서도 서진이는 부끄러운 지 얼굴이 빨개졌어요.
“일기장은 어떻게 할까요?”
서진이가 물었어요.
“잠시만 가지고 있으세요.
읽어보고 싶으면 읽어보세요.”
하고 말한 일기장 주인은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읽어봐도 된다고요?”
서진이가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어요.
“꿈이었구나!”
서진이는 꿈에서 깬 뒤 곰곰이 생각했어요.
“신기하군!
일기장을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서진이는 그날 밤 잠을 설쳤어요.
“읽어봐도 될까!”
서진이는 아침에 책상 서랍을 열고 일기장을 봤어요.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맘에 든다고 했지!”
서진이 입가에 웃음기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어요.
“언젠가는 가져가던지 아니면 내가 읽겠지!”
서랍을 다시 닫고 서진이는 학교에 갔어요.
“김서진!”
담임 선생님이 종례를 마치고 불렀어요.
“네.”
“교무실로 따라와!”
“네!”
서진이는 교무실로 오라는 말에 놀랐어요.
“무슨 일이야?”
순이와 명희가 다가오더니 서진이에게 물었어요.
“몰라!”
하고 말한 서진이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암튼(아무튼)가 봐!”
순이가 서진이에게 말했어요.
“영희네 분식집에서 기다릴게!”
명희가 서진이에게 말했어요.
“알았어.”
서진이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교무실로 갔어요.
“선생님!”
서진이가 담임선생님 책상 앞에서 인사를 하며 불렀어요.
“여기 앉아!”
“네.”
서진이는 더 크게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렸어요.
“왜 불렀을까?”
담임선생님이 서진이를 보고 물었어요.
“모르겠어요!”
“당연히 모르겠지.
잘못한 게 없으니!”
선생님은 서진이에게 장난을 치는 것처럼 말했어요.
“네!”
하고 대답한 서진이는 책상을 정리하는 선생님을 물끄러미 쳐다봤어요.
“서진아!”
“네.”
“일기장에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이야기가 있던데 무슨 이야기지?”
어제 학교에서 일기장 검사를 하는 날이라 냈는데 선생님이 서진이 읽기를 읽고 호기심이 생겨 불렀어요.
“그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거야?”
“네.
하지만 꿈속에서는 만났어요.”
“꿈속에서 만났다고?”
담임선생님은 서진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호기심이 생겼어요.
“어떤 이야기를 했어?”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렇지!
프라이버시가 있지.”
담임선생님은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읽어는 본 거야?”
“아니요!
한 페이지만 읽어봤어요.”
“그랬구나!”
“선생님!
그런데 일기장 주인이 읽어봐도 된다고 꿈속에서 말했어요.”
“일기장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고 읽어보라고 했어!”
담임선생님은
일기장 주인이 읽어보라는 허락을 했는데도 아직 읽지 않은 서진이가 이상했어요.
“선생님도 읽어보고 싶다!”
“다음에
일기장 주인 만나면 물어볼게요.”
“고맙다!
꼭 물어보고 알려 줘.”
“네.”
서진이는 선생님과 헤어지고 영희네 분식집으로 달려갔어요.
“서진아!”
떡볶이를 먹던 명희와 순이가 서진이를 보고 불렀어요.
“선생님이 뭐래?”
의자에 앉자 순이가 물었어요.
“별 것 아냐!”
“별 것 아닌데 왜 너만 불렀어?”
순이가 다시 물었어요.
“선생님이 널 좋아하냐?”
명희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며 물었어요.
“별 것 아니라니까!”
서진이는 대답하고 떡볶이를 먹었어요.
친구들과 헤어진 서진이는
집에 돌아와 책상 서랍에 넣어둔 일기장을 꺼냈어요.
그리고
침대에 누워 한 참을 만지작거리며 앞 뒤 표지를 봤어요.
한 참 망설인 서진이는 일기장을 다시 책상 서랍에 넣었어요.
그림 나오미 G
“최고상 김서진!”
전국 일기장 대회에서 서진이가 쓴 <호기심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이 최고상을 받았어요.
“한 턱 쏴!”
친구들은 최고상을 받은 서진이에게 말했어요.
“알았어! 알았어!”
서진이는 최고상을 받고 기분이 좋았어요.
“모두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덕분이야!”
집에 돌아온 서진이는 책상 서랍에 넣어둔 일기장을 꺼내 들고 말했어요.
그리고 가슴에 꼭 안았어요.
“고맙다!
눈물의 의미를 잊지 않을게.”
서진이는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여러분!
다음 달부터
김서진 어린이의 <호기심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을 어린이 신문사에서 연재합니다.
그러니까 모두 읽어보기 바랍니다.”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하면서 긴급 뉴스를 말해주었어요.
“와!
서진이 일기 가요?”
“그래!”
“대박! 완전 대박!
무슨 내용일까?”
“나도 몰라!”
반 친구들은 서진이 일기 내용이 궁금했어요.
“서진아!
무슨 내용이야?”
순이가 교실 문을 나서면서 서진이 손을 붙잡더니 물었어요.
“비밀!”
서진이는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할 수 없었어요.
매일매일 눈물로 쓴 일기의 주인공을 위해서라도 비밀로 하고 싶었어요.
“신문에서 나오면 읽어 봐!”
“친구사이에 그러기야!”
명희가 같이 걸으며 말했어요.
“미안!
친구사이니까 이해해.”
서진이는 자신의 일기를 전국 어린이들이 읽는다니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일기 쓰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일기를 쓴 뒤로 서진이는 공부도 재미있고 또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졌어요.
어린이 신문에
<호기심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첫 이야기가 실렸어요.
“아저씨 어린이 신문 주세요.”
순이가 학교에 오는 길에 문방구에 들렸어요.
“벌써 다 떨어졌다!”
“네!”
순이는 제일 먼저 읽어보려고 했는데 읽기는커녕 신문도 사지 못했어요.
“아저씨!
어린이 신문요?”
“다 팔렸다니까!”
문방구에서 팔던 어린이 신문은 순간 매진되었어요.
서진이는
아침에 집으로 배달한 어린이 신문을 봤어요.
그리고
신문에 연재된 자신이 쓴 일기도 다시 읽었어요.
눈물이 뚝뚝 떨어져 신문을 적셨어요.
“아!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서진이는 책상 서랍에서 일기장을 꺼내 어린이 신문으로 예쁘게 포장해 다시 책상 서랍에 넣었어요.
"이 아이도 일기를 쓰는구나!
첫 페이지만 읽어 봐야지."
눈 오는 날 밤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주인은 서진이 방에서 일기장을 봤어요.
<호기심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밤새 눈이 내렸다.
새벽부터 어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아침밥을 준비했다.
“어서 일어나!
샘까지 길을 내야겠다.”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소리쳤다.
“조금 더 자고 싶어요!”
부엌문이 열리자 찬바람이 쑤욱 들어왔다.
“눈을 치워야 물 길러 가지!”
밤새 눈이 내린 것을 모르는 자녀들은 엄마 말에 번쩍 눈이 뜨였다.
“눈이 왔다고!”
“그래!
지금도 퍼붓고 있다.”
엄마는 잔소리를 눈처럼 한바탕 퍼붓고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엌에서 아침밥을 준비했다.
“일어나! 어서.”
형이 동생들을 깨웠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모두 밖으로 나갔다.
소복이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샘까지는
꽤 멀었지만 눈을 치우며 길을 냈다.
“형!
눈사람 만들까?”
막내 동생이 형에게 물었다.
“오빠! 눈사람 만들자.”
여동생도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물었다.
“아침밥 먹고 만들자!”
형은 마당에 눈을 밀어내며 말했다.
.. 중략..
그날
만든 눈사람은 모두 다섯 개였다.
오빠는 눈사람도 우리 가족이라고 동생들에게 말했다.
"생명은 소중한 거야!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을 생각해 봐.
그럼!
눈사람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존재를 알 거야."
오빠는 엄마 잔소리처럼 동생들에게 말했다.
"형!
눈사람도 밥 먹어?"
하고 막내 동생이 물었다.
"그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먹어야 살지.
아마도!
눈사람이 먹는 걸 보지 못해 그런 생각을 할 거야.
분명히
눈사람도 먹는다는 걸 잊지 마!"
하고 오빠는 막내 동생에게 말했다.
"형!
눈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게 뭘까?"
하고 호기심 많은 막내 동생이 또 물었다.
"아마!
바람, 추위, 눈보라 등일 거야."
하고 형이 말하자
"형!
눈사람은 내 동생이지?"
막내 동생은 동생이 있었으면 했다.
"그렇지!
이제 태어났으니까 동생이지."
"와!
동생이 다섯 명이나 생겼다."
막내 동생은 너무 좋아했다.
"밤마다
일기를 읽으러 와야겠다!"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주인은
서진이 일기장 첫 글을 다 읽고 돌아갔다.
"이상하다!"
서진이는 다음 날 일기장을 펼쳐 보고 놀랐다.
일기장에 눈물 자국이 있었다.
정확히 눈물 두 방울이 뚝뚝 떨어진 채 말라 있었다.
"누굴까!
혹시 <눈물로 꾹꾹 눌러쓴 일기장!> 주인이 와서 읽었을까?"
서진이는 궁금했다.
하지만 일기장에 눈물 두 방울을 흘린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눈물 두 방울!
누굴까!
누가 내 일기를 읽고 눈물을 흘렀을까?"
서진이는 궁금했다.
서진이는
매일 일기를 썼다.
그런데
일기를 쓰고 난 다음날 보면
일기장에 뚝뚝 떨어진 눈물 두 방울 자국이 선명히 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