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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11. 2022

창작동화)숲의 전설을 찾았어!

달콤시리즈 347

숲의 전설을 찾았어!






밤마다

왕소사나무에 올라가 놀던 고양이 샘은 먹이를 찾고 있던 멧돼지 한 마리를 봤어요.


“안녕!”

샘이 인사했지만 멧돼지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꿀꿀! 꿀꿀!”

소리치며 먹이를 찾는 것 같았어요.


“혹시!   

도깨비방망이 봤어요?”

샘은 멧돼지를 따라가며 물었어요.

하지만  

말도 없이 멧돼지는 왕소사나무 밑에서 잠을 청했어요.


“여기는  

내 지역이라고요!”

샘은 멧돼지가 왕소사나무 숲에 오는 게 싫었어요.


잠에서 깬 멧돼지는  

소사나무를 밀치고 뿌리를 갉아먹었어요.


샘은  

소사나무들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멧돼지를 이길 수 없었어요.

소사나무들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어요.


왕소사나무는

묵묵히 지켜봤어요.


“도깨비방망이를 한 번 쓰세요!”

어린 소사나무가 왕소사나무에게 요청했어요.


“절대로 안 된다!"

왕소사나무는 강하게 말했어요.


“숲을 지키려면!   

작은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그것까지  

물리적으로 막으면 더 큰 위험에 처한다.”


어린 소사나무에게  

더 강한 나무가 되기 위해 위험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또 숲의 비밀이 알려지면   

소사나무가 한 그루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어요.





소사나무!

왕소사나무 숲에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축복이었어요.

신비스럽고 강하게 자란 소사나무는  

아무도 모르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어요.


천 년이 되는 날

달빛 아래 서있는 왕소사나무는

이슬을 맞으며 천상이 허락한 잎을  하나 지상에 떨어뜨렸어요.

도깨비들은  

이 잎을 가지고 도깨비방망이를 만들었어요.


멧돼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헤엄쳐 왔어요.

왕소사나무 전설을 듣고 사람이 되겠다고 멧돼지들이 찾아왔어요.


“나도 사람이 되어야지!”

천 년을 살아온 왕소사나무 잎을 먹기 위해서였어요.

그 잎만 먹으면 멧돼지도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잎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지친 멧돼지들은 다시 돌아갔어요.


“도깨비들보다 먼저 찾아야 해!”

오늘도 멧돼지 한 마리가 찾아왔어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강한 멧돼지였어요.

숲에서  

사람을 만나도 위협하지 않고 피했어요.


멧돼지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섬을 찾는 사람들을 안심시켰어요.


“보름달이 뜨면 나타나겠지!”

샘도 숨어서 도깨비들을 기다렸어요.

보름달이 뜨자 왕소사나무 숲은 아름다웠어요.

바람이 불자  

소사나무 그림자들이 춤추기 시작했어요.


“멋지다!  

우아한 곡선과 달빛 그림자.”

숲에 나무들은 무대의 배우 같았어요.

소사나무들은 더 아름답고 멋지게 춤췄어요.

천 년이 되는 왕소사나무 한 그루를 축복하기 위한 축제의 밤이었어요.


“사이사이!  

뚝딱! 뚝딱! 두두둑!”

소사나무 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였어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라 와라 뚝딱!”

천 년을 살아온 왕소사나무에서 나는 소리 같았어요.


“멧돼지잖아!”

백 살 먹은 멧돼지였어요.


“잎을 먹고 사람이 되겠다는 거겠지!”

샘은 사람이 되겠다는 멧돼지가 무서웠어요.


“떨어져라!

지금 떨어져라.”

왕소사나무를 밀치며 멧돼지는 외쳤어요.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왕소사나무 그림자가  

자연이 연주하는 멜로디에 춤췄어요.


“도깨비들이 나타날 거야!”

샘은 도깨비들이 찾을 수 없도록 숨었어요.

달빛이 가장 밝은 시간에 도깨비들은 나타날 거예요.

그리고  

천상을 향해 제사를 지내고   

왕소사나무 잎으로 도깨비방망이를 만들 거예요.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고  달빛이 구름에 가렸어요.


“와!  

천상의 문이 열렸다.”

천상에서 붉은 기운이 지상을 향해 내려왔어요.


“지지직! 지지 지직!”

붉은 기운은 천 년을 살아온 소사나무를 흔들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달빛이 숲을 환하게 밝혔어요.


“도깨비다!”

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요.

도깨비들은 천 년을 살아온 왕소사나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었어요.


“보이지 않아!”

샘은 살금살금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뭔가 찾고 있구나!”

도깨비들은 눈에 불을 켜고 떨어진 왕소사나무 잎을 찾았어요.


“구우울! 꿀꿀!”

숨어있던 멧돼지가 도깨비를 향해 달려갔어요.

도깨비보다 먼저 왕소사나무 잎을 찾아 먹고 싶었어요.


'빡!'

하고 도깨비방망이가 허공을 갈랐어요.

사람이 되겠다던 멧돼지가 쓰러졌어요.



"세상에!

멧돼지가 한 방에 쓰러지다니."

샘은 보고 놀랐어요.


“닭이 울기 전에 찾아야 한다!”

대장 도깨비가 외쳤어요.


닭이 울기 전에

도깨비들은 도깨비 굴로 돌아가야 했어요.


“찾았다!”

어린 도깨비가 소리쳤어요.


“찾았다! 찾았다!”

도깨비들이 외치는 소리가 고요한 숲에 메아리쳤어요.



그림 나오미 G




달빛과 바람이 연주를 시작했어요.

소사나무들과 도깨비들이 춤췄어요.

우아한 곡선은 달빛을 타고 보는 모두를 감동시켰어요.


“천상을 향하여!  

모두 경의를 표하라.”

도깨비 대장의 말을 듣고 모두 천상을 향해 경의를 표했어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도깨비 대장이 천상을 향해 외쳤어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도깨비방망이가 되어다오!”

찰나의 순간

천 년을 살아온 왕소사나무 잎이 도깨비방망이로 변했어요.


“와!  

도깨비방망이다.”

샘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놀랐어요.

숨을 크게 쉬지도 못하고 나뭇가지를 붙잡고 덜덜 떨었어요.


“꼬끼오!”

닭 우는 소리가 들리자 도깨비들은 소사나무 숲을 떠났어요.


달빛이 사라진  

소사나무 숲은 강렬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길을 찾을 수 없어!”

샘은 눈에 불을 켜고

숲을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길을 찾을 수 없었어요.





새벽이 오고 있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날이 밝았어요.


“세상에!  

이게 뭐지.”

아침에 숲을 찾은 등산객이 멧돼지 사체를 발견했어요.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마을 사람들은 황소만 한 멧돼지 사체를 보고 놀랐어요.


“거름이 되겠지!”

육지에서 먼 섬까지 와서 죽은 멧돼지를 왕소사나무 아래 묻어 주었어요.


“맞아!  

이런 동물 사체를 먹고 사니 소사나무가 강한 거야.”

마을 사람들은 소사나무 숲이 섬을 지켜준다고 믿었어요.


샘은  

몽돌 해변에 앉아

지난밤에 일어난 일을 생각했어요.


샘도  

왕소사나무 잎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로 했어요.


“뭐라고 외쳤더라!”

도깨비들이 천상을 향해 외치던 것을 생각했어요.


샘은  

왕소사나무 숲으로 달렸어요.


“당신은 몇 살이에요?”

샘은 한 그루 한 그루 올라가서 소사나무 나이를 물었어요.


“오백 구십 살!”


“나는 팔백 살!”


“나는 오십 살!”


“나 아아는(나는) 구백 구십 파아 알(팔)!”

샘은 섬에서 자생하는 소사나무 나이를 모두 알 수 있었어요.


"히히히!

왕소사나무 잎은 내가 차지할 거야."

샘은 행복했어요.

섬에 있는 모든 소사나무 나이를 아는 건 샘 뿐이었어요.


샘은

구백구십팔 살 먹은 소사나무 아래서 잤어요.

밤마다

친구들이 왕소사나무 숲에 가는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밤마다  

샘은 왕소사나무 잎이 떨어지기만 기다렸어요.

도깨비들보다  

먼저 왕소사나무 잎을 갖고 싶었어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도깨비방망이가 되어다오!”

달빛 보며 밤마다 외치다 샘은 잠들었어요.


시간은 흘러

소사나무 한 그루가 내일 밤이면 천 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왕소사나무 잎!

그 한 잎은 누가 차지할까요?

벌써

왕소사나무 숲에는 멧돼지 세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내일 밤에는

도깨비들도 나타날 거예요.

고양이 샘도 지켜볼 거예요.

물론

사람이 되겠다는 욕망이 강한 멧돼지 세 마리는  

서로 잎을 차지하겠다며 힘겨루기 하고 있었어요.






-끝-




송이도 왕소사나무 군락지 / 동화를 구상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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