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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1. 2022

함박눈이 준 선물!

달콤시리즈 049

함박눈이 준 선물!





"엄마!

목도리도 찾아 줘?"

설아는 모자를 들고 엄마를 졸랐다.


"모자만 씌워 주지!"

엄마는 귀찮았다.


"안 돼!

너무 춥단 말이야."

설아는 조금 전에 만든 눈사람이 추울까 봐 걱정이었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찾아준 모자와 목도리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춥지?"

설아는 가져온 모자를 눈사람에게 씌워주며 물었다.


"아니요!

하나도 안 추워요."

눈사람은 정말 춥지 않았다.

추운 날씨 때문에 설아가 더 걱정되었다.


"목도리도 해줄게!"

설아는 가져온 목도리를 목에 둘둘 감아주었다.


"감사합니다."


"함박눈이 더 오면 좋겠다!"

설아가 말하자


"밤에!

함박눈이 많이 내릴 거예요."

하고 눈사람이 말하자


"정말이지?"


"네!"

눈사람은 자신을 찾아낸 설아가 좋았다.

함박눈 속에서 천상의 악동을 찾아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 설아가 자신을 찾아내 멋진 눈사람으로 탄생시켜준 게 고마웠다.


"넌!

천상의 악동이라고

엄마가 말하던데 사실이야?"

설아가 눈사람을 보고 물었다.


"맞아요!

저는 천상의 악동입니다.

천상에서 함박눈이 되어 내려왔어요."


"정말이구나!

엄마 말이 맞았어."

설아는 엄마 아빠와 눈사람을 만들며 들은 이야기가 신기했다.


"배고프지?"

하고 설아가 묻자


"아니요!

배고프지 않아요.

천상의 악동들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살기 때문에 배고프지 않아요."

하고 눈사람이 말했다.


"꿈과 희망!

그걸 먹는다고?"


"네!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어른이 되어 가듯

천상의 악동들은 꿈과 희망을 먹고살아요."


"그렇구나!

나도 꿈과 희망을 먹고살 수 있을까?"

설아도 천상의 악동처럼 살고 싶었다.


"살 수 있어요!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 우리처럼 살 수 있어요."


"정말!

나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설아는 눈사람 옆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천상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고 설아가 묻자


"난!

외롭고 힘든 어린이들을 돌봐주러 천상에서 내려왔어요.

또 꿈과 희망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왔어요."

천상의 악동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친 어린이들을 돌봐주기 위해서 내려왔다.


"고마워!"

설아가 말하자


"아니에요!

함박눈이 되어 찾기도 힘든 날

하나하나 찾아준 것만으로도

천상에서 큰 축복을 내릴 거예요."

눈사람은 누군가의 눈과 손이 아니면 탄생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눈사람을 만들다

미완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설아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박눈을 맞으며

하나하나 찾아 생명을 잉태하고 심장을 뛰게

눈사람을 만든 사람은 많지 않았다.


"패션이 멋진데!

나도 없는 모자와 목도리를 가졌다니."

고양이 윙크는 눈사람 앞에서 서성거렸다.

아파트 주변에 사는 몇 마리 안 되는 대장 고양이었다.


"안녕!

난 대장 고양이 윙크야."


"안녕!

난 천상의 악동이야."


"뭐!

천상의 악동?"

윙크는 깜짝 놀랐다.

천상의 악동이 지상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지상에 내려올 수 있었지?"


"그거야!

함박눈이 되어 내려올 수 있었지."

하고 말하자


"넌!

그냥 눈사람이잖아.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릴 눈사람?"

윙크가 말하자


"무슨 소리야!

천상의 악동은 녹아내리지 않아.

봐!

이렇게 멋진 눈사람이 되었잖아!"

눈사람은 모자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거짓말!

천상의 악동도 녹아내리지 않는다는 것 다 거짓말이지?"

윙크가 묻자


"호호호!

넌 남의 말을 믿지 않는 고양이구나?"


"히히히!

아직까지 살아있는 눈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윙크의 말처럼 눈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졌다.


"넌!

몰라도 너무 모르는 녀석이군.

살아있는 눈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눈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윙크가 빨리 갔으면 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는 고양이가 싫었다.

세상은 생성과 소멸의 연속이라는 것도 모르는 녀석에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히히히!

너도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릴 거야.

모자랑 목도리!

내가 가져도 괜찮지?"

하고 윙크가 물었다.


"안 돼!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으면 안 되는 거야."

눈사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넌!

곧 사라질 거잖아?

그다음에 가져가면 훔치거나 빼앗은 것이 아니야."

그동안 눈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차지한 윙크였다.


"무슨 소리야!

눈사람이 사라지다니?"

눈사람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함박눈이 되어 지상에 내려온 것만도 기적 같았던 천상의 악동이었다.


"눈이란 말이야!

시간이 지나면 녹아버리거든!"

윙크는 기다리면 모자와 목도리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미안해!

난 녹아내리는 눈사람이 아니야.

천상의 악동을 찾아

퍼즐 조각을 맞추듯 눈사람을 완성한  그 아이가 지켜줄 거야!"


"뭐라고!

그 아이가 지켜준다고?"


"그래!

그 아이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아이였어."


"그 아이가 누군데?"


"이 아파트에 사는 보석 같은 눈을 가진 소녀야!"


"그러니까!

그 아이 이름이 뭐냐고?"


"그 아이!

이름은 말할 수 없어."


"히히히!

또 거짓말이군."

윙크는 눈사람이 거짓말하는 것 같았다.


"거짓말!

넌 거짓말만 듣고 살았구나."

윙크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천상이 좋을 텐데 이곳엔 뭐하러 내려왔어?"

윙크는 밤마다 달빛 타고 천상으로 가는 게 소원이었다.


"뭐 하러 오긴!

천상의 이야기를 전하러 왔지."

눈사람은 천상의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꿈과 희망을 가진 어린이들을 만나면

천상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히히히!

그래도 소용없어.

넌!

곧 녹아내리고 난 모자와 목도리를 차지할 거니까."

하고 말하더니 윙크는 함박눈을 맞으며 집으로 달려갔다.




그림 나오미 G



나뭇가지에도 쌓인 눈이 녹아내렸다.

봄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뭐야!

아직도 안 녹다니."

윙크는

모자와 목도리를 가져가려고 왔지만

녹아내리지 않은 눈사람을 보고 놀랐다.


"호호호!

내가 말했지.

난 천상의 악동이라 녹아내리지 않는다고."

하고 눈사람이 말하자


"히히히!

추운 날씨 때문이지?

조금 더 기다려야지."

하고 윙크가 말했다.


"기다려도 소용없다니까!

난 녹아내리지 않아.

어젯밤에도 함박눈이 내려서 날 더 멋지게 만들었잖아."

하고 눈사람이 말했다.


"정말!

모자 위에 눈이 쌓였잖아."

윙크는 눈사람을 보고 놀랐다.

녹아내리지 않고 더 멋진 포즈를 하고 있는 눈사람이 신기했다.


"설마!

영원히 살지 않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넌 녹아서 사라질 거야."

하고 윙크가 말하자


"고양이가 뭘 알겠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으면 해.

천상의 악동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 이유도 모르는 녀석!"


"뭐라고!

영원히 죽지 않는 천상의 악동?"


"그래!

천상의 악동들은

꿈과 희망을 가진 어린이들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죽지 않아.

천상에서도

또 지상에 내려와서도 천상의 악동들은 죽지 않아."

하고 윙크에게 말했다.


"히히히!

지금은 큰소리치겠지만

머리부터 녹아내리면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걸."

윙크도 만만치 않았다.

어떻게든 멋진 모자와 목도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윙크는

밤낮으로 달려와 눈사람이 녹아내렸는지 몰래 보고 갔다.


"천상의 악동들이 함박눈이 내리게 마법을 부리지!

꿈과 희망을 품고 사는 지상의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달빛에 반짝이며 눈사람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노래까지 부르다니.

언제!

녹아내리는 거야?"

윙크는 집에서 눈사람이 부르는 노랠 들었다.


"확!

밀어버릴까?"

윙크는 긴 발톱을 내밀며

눈사람을  밀치고 모자와 목도리를 빼앗을까 생각했다.


"아니야!

며칠만 더 참으면 사라질 거야."

윙크도 달빛을 타기 위해 언덕을 향해 달렸다.

시간의 빠름보다

눈사람이 녹아내리길 기다리는 윙크는 지쳐갔다.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윙크는 달빛 붙잡고 밤하늘을 날며 생각했다.


"눈사람!

그 녀석이 날 천상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

윙크는 눈사람 도움을 받아 천상에 올라가고 싶었다.


"설마!

그 녀석이 하는 말이 사실일까?"

윙크는 눈사람이 천상의 악동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야!

지금까지 녹아내리지 않는 것만 봐도 이상해.

며칠 못 가서 눈사람은 다 녹아내렸는데 말이야."

기다림에 지친 윙크도 눈사람이 진짜 천상의 악동처럼 느껴졌다.


"이봐!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데?"

어두컴컴한 밤에 윙크는 눈사람을 찾았다.


"오래 버티다니!

난 녹아내리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모자나 목도리 가져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하고 눈사람이 말하자


"넌!

이 발톱 맛을 못 봐서 큰소리치는 거지?"

하고 윙크가 숨겨둔 발톱을 꺼내며 눈사람에게 말했다.


"발톱!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날 위협하는 거야?

호호호!

꿈과 희망을 먹고사는 눈사람이

아니

천상의 악동이 그런 발톱을 무서워할 것 같아?"

하고 눈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히히히!

여전히 큰소리치는 군."

하고 말하더니 윙크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다려도 소용없어!"

눈사람은 밤마다 찾아오는 윙크에게 말했다.


"녹지 않을 거야!

모든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난 녹지 않을 거야!"
눈사람은 의지가 강했다.

밖에 나가 뛰어놀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함박눈이라도 가지고 놀게 하고 싶었다.


"엄마!

함박눈이야.

눈사람 만들자!"

함박눈이 내리자

이곳저곳에서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를 졸랐다.


"그렇지!

옷을 단단히 입고 나와서 눈사람을 만들어 봐!

집안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좋을 거야!"

눈사람은 함박눈을 맞으며 눈을 뭉치는 사람들을 보자 기뻤다.


"엄마!

난 영원히 녹지 않는 눈사람을 만들 거야!"

엄마를 따라온 어린이가 눈을 뭉치며 말하자


"정말!

그런 눈사람을 만들면 세상 사람들이 다 놀랄 거야!"

엄마는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만들 테니까 기다려 봐!"

어린이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함박눈을 뭉치고 또 뭉쳤다.


"좋아!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보니 좋아!"

눈사람은 몇 년 동안 뛰어놀지 못한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 많은 함박눈이 필요 해!"

어린이들을 위해선 더 많은 눈이 필요했다.

차가 막히고 길이 미끄러워 걱정이었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함박눈이 더 많이 내려야 했다.


"천상에 연락해야겠어!

지상에 함박눈이 더 필요하다고."

눈사람은 함박눈을 맞으며 뛰어노는 어린이에게서

꿈과 희망을 보았다.


"다시!

잃어버린 감성을 살리고 추억을 소환해줘야 해!"

눈사람은 외롭지 않았다.

밤낮으로 설아가 찾아왔고 또 이웃사람들이 찾아와 인사했다.


"춥지?"

하고 묻는 어린이도 많았다.


"내가 꼭 안아줄 게!"

하고 눈사람을 안아주는 어린이도 많았다.

눈사람은 천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꿈과 희망을 품은 어린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오늘 밤도,

달빛 품은 함박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내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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