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죽었다 살아난 사람!
유혹에 빠진 동화 010
죽었다 살아난 사람!
가을 새벽마다
집 앞 밤나무골로 달렸다.
이유는 단 하나!
떨어진 밤을 줍기 위함이었다.
초등학교 졸업반 어느 일요일이였다.
검은산 골짜기
창녕 조씨 문중 산에는 송씨와 김씨 두 집이 살았다.
두 집 아이들은
더 많은 밤을 줍기 위해 경쟁했다.
한 마디로
줍는 자가 임자인 밤이었다.
탐욕의 눈이 발동한 나는 떨어지는 밤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낮에 밤나무에 올라갔다.
가지를 흔들자
익은 밤 덜 익은 밤이 뚝뚝 떨어졌다.
"좋아!
더 많이 떨어져라."
발을 동동 굴리며 밤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으악!"
윗도리도 입지 않는 내 머리 위로 밤송이가 떨어졌다.
"이런!
옷을 입고 올 걸."
하지만 가슴속 탐욕은 멈추지 않았다.
자꾸만
나를 유혹했다.
"더 열심히 가지를 흔들어 봐!
그러면
매달린 밤송이가 다 떨어질 거야."
밤나무 위
또 다른 가지로 이동했다.
토실토실한 밤이 많이 매달린 가지였다.
매달린 밤만 다 떨어지면 한 바구니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히히히!
좋아! 좋아!
수리수리 마하수리 가지에 매달린 밤아 떨어져라!"
나는 마법을 부리듯 외치고 가지를 흔들었다.
'우두둑! 우두두둑!'
많은 밤들이 떨어졌다.
흔들지 않은 가지에서도 밤송이가 떨어졌다.
"와!
한 가마니 줍겠다."
아직 떨어질 때가 안 된 밤송이가 열 개 정도 보였다.
"이런!
너희들도 며칠 후면 떨어질 거잖아!
그만 버티고 떨어지면 좋겠다.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언제까지 버틸 거야!"
온 힘을 다해 가지를 흔들었다.
마지막 남은 밤송이가 하나 둘 떨어졌다.
마지막 남은 잎새!
아니
마지막 남은 밤송이!
아니
마지막 남은
나도
밤송이와 함께 떨어졌다.
얼마나 세게 흔들었는지 가지가 찢어졌다.
'사사삭! 사삿사사사삭!'
가지가 찢어지며 내는 소리였다.
"으악!
떨어진다."
나는 여기까지 기억났다.
그 뒤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두 컴컴한 시간
밤송이 위에 떨어진 나는 눈을 떴다.
점심 때
밤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흔들던 순간이 떠올랐다.
"히히히!
살아 있다.
이런!
내가 몇 시간을 죽어 있던 거야?
아니!
살아났으니 기절했다고 봐야 할까?"
눈은 떴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엉덩이를 꿈틀거렸지만 신경세포가 전달되지 않는 듯했다.
"뭐야!
어디가 부러진 거야?
아니면
이렇게 죽어가는 거야?"
밤나무에 매달린 밤송이들이 웃고 있었다.
"떨어지는 밤이나 줍지!
욕심!
탐욕!
넌 죽어야 했어."
그런데
나는 죽지 않았다.
물론
어린 나이에 죽고 싶지 않았다.
어둠이
밤나무골을 채색하고 있었다.
"더 어둡기 전에 일어나야 해!
안 그러면 진짜 죽는다."
누워 생각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아니!
지네잖아.
으악!"
지네가 배 위를 기어갔다.
나는 소리치며 순식간에 일어났다.
'지네!'
지금 살아있는 게 지네 덕일까?
아니면
지네를 보내 날 깨운 신들의 축복을 받은 걸까?
나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지네에게 감사하고 있다.
일어난 후 나는 몸을 점검했다.
몇 발자국 걸어 봤다.
이상 없었다.
손을 위로 아래로 움직였다.
이상 없었다.
"히히히!
밤은 주워가야지."
하고 생각한 나는 주변에 떨어진 밤송이를 봤다.
"아니!
너무 어둡다.
저 밤은 내 것이 아니다!
떨어진 밤이 아니야.
내가 인위적으로 흔들어 떨어지게 한 밤이야.
자연의 법칙을 어긴 나는 벌을 받아야 마땅해.
집에 가야겠다!"
나는 투덜투덜 집으로 향했다.
"형!
어디 갔었어?"
하고 바로 밑 동생이 물었다.
나는 대답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약 여섯(6) 시간 정도 기절해 있었다.
나는 그때 죽었을까?
만약 죽었다면
나는 분명 다시 살아난 사람이다.
"히히히!
죽었다 살아난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나중에 들었다.
밤나무 가지는 잘 부러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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