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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r 30. 2022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달콤시리즈 021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유나가

그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마다

태양이 서쪽으로 지는 게 아니라 동쪽으로 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유나의 그림을 보고 잘못 그린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양은 서쪽으로 진다며 고치라고도 했다.


하지만
유나는 그릴 때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그림을 그렸다.

"유나!
태양은 서쪽으로 지는 데 이렇게 그린 이유가 뭐야?"
학교 선생님이 미술 시간에 유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태양이 서쪽으로 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제가 생각하는 세상에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걸 그린 것뿐이에요."
유나는 그림 그릴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느끼고 보고 있었다.

"유나!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잘못 그린 그림이라고 할 거야."
선생님은 유나를 설득했다.

"선생님!
그림은 그냥 그림이지

잘못 그린 그림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유나는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싶었다.
세상과 단절된 그림이라 할지라도 그냥 그리고 싶었다.

유나는 언젠가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이 올 거라 믿었다.

"유나!
다수가 생각하는 걸 포기하거나 거부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다수의 힘이 그 진실을 파괴하고 또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단다."
선생님은 유나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유나가 동쪽으로 태양이 지는 걸 포기하지 않는 한 막을 수 없었다.

"세상은 요지경!
진실이 거짓되고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되는 세상!"
유나는 뉴스나 사람들 이 야이를 통해 보고 들은 것들을 그리고 싶었다.

"<동쪽으로 태양이 지는 날>
분명히 올 거야."
유나는 자연의 이치를 거부하거나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세상을 보려고 했다.
또 다른 생각과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었을 뿐이다.

"어때!
그림이 세상을 바꿀 것도 아닌데!"
유나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의 힘을 믿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생각과 자연의 이치를 조금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었다.



"여러분!
내일부터 태양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다고 합니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뉴스를 듣던 유나는 깜짝 놀랐다.



유나가 생각한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뉴스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상에!
유나가 생각한 세상이 다가오다니."
뉴스를 접한 친구들은 믿을 수 없었다.

"유나는 또 무엇을 봤을까?"
친구들은 유나에게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세상>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물었다.
하지만
유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유나는

묵묵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유나야!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부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가장 친한 친구 민아는 궁금했다.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미래를 사는 사람도 아니고 또 미래를 갔다 온 사람도 아닌데."
유나는 친구들이 이상한 질문을 할 때마다 귀찮았다.

"유나!
넌 아마도 미래에서 온 소녀일지도 몰라."
가끔 이상한 생각을 한다면서 설아는 유나를 미래에서 온 소녀라고 했다.

"미래에서 온 소녀!
나도 가끔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은 있어.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이치를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해.
난!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고 너희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
그러니까!
미래의 소녀 같은 소리는 안 하는 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
유나는 정말 친구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소녀나 이상한 소녀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이라는 그림을 그린 것뿐이었다.

유나의 그림은 갑자기 유명해졌다.
디지털 문명이 유나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세상을 바꿀 천재가 있었다니."
사람들은 유나가 그린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보고 놀랐다.

"정말!
태양이 동쪽으로 지다니 믿을 수 없어.
유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설아는 학교에서 민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났다.

"설아야!
그럼!
달도 동쪽으로 질까?"
하고 민아가 물었다.

"당연하지!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면 달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질 거야."
설아는 말하면서 자신이 없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진다는 뉴스는 있었지만 달도 동쪽으로 진다는 뉴스는 없었다.

"내일이면 알겠지!"
민아와 설아는 내일이 빨리 왔으면 했다.

"분명히!
뭔가 있을 거야."
설아와 민아는 유나를 의심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보면 볼수록 유나가 궁금했다.

"내일 밤에 유나에 집에 놀러 가자?"
하고 설아가 민아에게 묻자

"좋아!
가서 유나가 그린 그림을 모두 구경하자."
민아는 유나가 그린 그림이 모두 궁금했다.

사람들은 두려웠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곧!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시장에서는

사재기가 한참 벌어졌다.
생필품은 가게마다 바닥이 났다.
위기마다

먹을 것을 사재기하는 사람들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두려운 것일까?"
유나는 생필품 사재기 뉴스를 듣고 충격이었다.

"정말!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이 왔는데 무서운 것일까?"
유나는 사람들 마음이 궁금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든 서쪽으로 지든

하루는

어제와 똑같이 또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이상해!
나만 살겠다는 욕심이 너무 강해."
유나는

라면이 떨어지고 물이 떨어졌다는 가게 사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놀랐다.

"자연의 이치를 그냥 받아들이면 될 텐데!"
유나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이 내일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으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일 곧 전쟁이 일어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행동을 했다.

"무서운 세상이야!
그림도 내 맘대로 그릴 수 없는 세상이 되다니."
유나는 두려웠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든 아니면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든 상관없었다
그냥!
하루를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위기를 느끼고 사재기와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섰다.


     그림 나오미 G





"콩을 심어야지!"

유나 엄마는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콩을 심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뉴스를 본 후

엄마는 화분에 심은 씨앗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궁금했다.
한 마디로 그 엄마에 그 딸 같았다.

"유나야!
넌 뭘 하고 싶어?"
하고 엄마가 묻자

"난!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한 장 더 그릴 거야."
하고 말하자

"넌!
태양이 동쪽으로 지든 서쪽으로 지든 상관없다는 거지?"

"응!
내가 할 일은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이야."
하고 대답한 유나는

캔버스에 채색할 물감을 준비했다.

"알았어!
그런데

콩이 잘 자랄지 궁금하다."
하고 말한 엄마는 화분에 몇 개 더 콩을 심었다.

"엄마!
시금치랑 꽃씨도 심어 봐!"
하고 유나가 말하자

"그렇지!
시금치도 심어야지."
하고 대답한 엄마는 거실에 놓인 삼단 서랍장을 열었다.
그곳에는 각종 채소 씨앗과 꽃씨가 있었다.

"할미꽃!
이 씨앗도 심어야지."
엄마는 다양한 씨앗을 화분에 심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화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했다.

"세상은 요지경!
태양이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니."
유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림을 그려야지!"
유나는 캔버스 몇 개를 펼치더니 물감을 짰다.
그림 그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기 전 날>"
유나는 태양이 동쪽에서 뜨기 전날 어둠의 밤이 얼마나 길까 생각했다.
그동안 찾아온 어둠의 시간보다 두 배는 길듯 보였다.

"어둠의 시간이 두 배가 되는 밤!
태양이 서쪽으로 지고 달도 서쪽으로 지는 날!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유나도 궁금했다.

"<어둠의 그림자>"
유나가 새로 그리기 시작한 첫 작품이었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 유나는 행복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진 다음

나타날 어둠의 그림자가 궁금했다.

"시간이 어둠을 지배할까?
아니지!
어둠이 시간을 지배할 거야.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순간!

빛과 어둠의 교차가 일어난다."

유나는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고

또 내일을 기다리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

"오늘이 마지막이군!"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마지막 저녁이었다.

"특별한 게 보이지 않아!"
세상은 특별하지 않았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었다.

그런데 밤은 길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던 사람들은 다시 잠을 청했다.
어쩌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좀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밤인 것 같았다.
바쁜 일상에 쫓긴 사람들에게 긴 어둠이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일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유나는 고요한 오늘의 어둠을 맞이하고 있었다.

"엄마가 심은 씨앗들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유나는 엄마가 심은 씨앗들이 궁금했다.

"세상은 과연 변할까?
변한다면 어떤 것들이 변할까?"
유나는 빨리 내일이 왔으면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태양이 뜨는 걸 보고 싶은 유나는 시간을 맞췄다.
태양이 뜨기 전에 일어나 동쪽에서 뜨는 태양을 제일 먼저 보고 싶었다.

날이 밝았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첫날의 새벽이었다.

"과연!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를까?"
유나는 새벽부터 해가 뜨는 걸 기다렸다.

밝은 아침이 유나를 맞이했다.
아직 태양이 뜨지 않은 아침이었지만 다른 날보다 유난히 밝았다.

"유나야!"
엄마도 아침 일찍 일어나 유나가 서있는 베란다로 왔다.

"엄마!
정말 태양이 서쪽에서 뜰까요?"
유나는 엄마가 오자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이상하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뉴스가 나온 날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는데

지금은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게."
아파트 베란다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 서쪽에서 뜨는 첫날을 보고 싶어 했다.



"와!
태양이 떠올랐다."
유나는 서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함성을 질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다니."
엄마도 서쪽에서 뜨는 태양을 보고 놀랐다.
아파트에서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도 함성을 질렀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거야!"
많은 사람들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을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날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세상!
모두가 바라는 세상!
서로 의지하고 행복한 세상!"
유나는 가슴속으로 생각했다.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두려움도 많았다.

"여러분!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첫날이 밝았습니다.
텔레비전 뉴스마다 서쪽에서 떠오른 태양을 전하고 있었다.

시간은 어제와 변함없었다.
아침이 오는 시간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동쪽에서 떠야 할 태양이

서쪽에서 떴다는 것만 빼고 어제와 다를 게 없었다.

"이상하지!
뭔가 달라질 것이 있을 텐데."
유나 엄마는 궁금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무엇인가가 더 궁금했다.

"태양이 서쪽에서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 삶은 달라진 게 없어."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두려움과 공포를 조장하던 방송국에서도

어제와 오늘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면서도 의아해했다.

"분명히!
달라질 거야."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다.

"유나!
그 소녀는 알까?"
사람들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린 유나가 보고 싶었다.
방송국에서도 유나를 찾아 취재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에 유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는 너무 많았다.

"누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렸을까요?"
사람들은 진짜 그림을 그린 유나를 찾았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린 진짜 유나는 두려웠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온 자신이 두려웠다.

"여러분!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은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그 소녀는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린 소녀는 그날을 기다렸을까요?"
방송국은 그림을 그린 소녀를 찾은 것처럼 편집해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
그림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고 있다니.
믿을 수 없어!"
유나의 그림은 학교와 친구들을 통해 방송국에 전달되었다.

"여러분!
이곳은 김유나가 학교에 다닌다는 곳입니다.
유나가 공부하는 교실에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방송국 아나운서는 교실에 걸린 유나의 그림을 자세히 설명해 갔다.

"이 그림도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여러분!
분명한 것은

김유나 어린이가 그린 그림에는

태양이 모두 동쪽으로 지고 있다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김유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이렇게 그림을 그렸을까요?"
방송국을 통해 유나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
유나는 두려웠다.
그냥 그린 그림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관심 속으로 들어온 게 두려웠다.

"걱정 마!"
엄마는 방송을 보면서도 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라고 한 게 엄마였었다.
엄마는 딸이 남과 다른 삶을 살았으면 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시처럼 사랑하는 딸이 남과 다른 삶을 살길 원했다.
유나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오늘 밤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유나는 태양이 서쪽으로 지는 첫날밤이 궁금했다.

"어제처럼 밤이 오겠지!
하지만 어젯밤은 긴 밤이었지만 오늘 밤은 짧은 밤이 올지도 몰라."
엄마는 유나가 그린 그림을 볼 때마다 신기한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엄마!
어둠이 올까?
아니면
태양이 다시 동쪽에서 떠오를까?"
유나는 궁금했다.
서쪽에서 뜬 태양이 동쪽으로 졌으니까 걱정되었다.
만약!
다시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른다면 어둠은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걱정 마!
진 태양은 최소한 열두 시간 후에 떠오를 테니."
엄마도 딸 말을 듣고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엄마는 믿었다.
세상에 쉽게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믿었다.

"엄마!
그래도 난 그림을 그릴 거야.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계속 그릴 거야."
유나는 그림 제목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그려 봐."
엄마는 딸을 믿었다.
아니 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리게 하고 싶었다.

"김유나!
오늘부터는 <태양이 서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릴 거야?"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아니요!
저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계속 그릴 겁니다."
하고 유나가 대답했다.

"유나야!
소원이 이뤄졌잖아?"
하고 민아가 물었다.

"맞아!
그림 제목처럼 소원이 이뤄졌으니 다른 그림을 그려 봐?"
하고 설아도 물었다.

"아니!
난 어떤 소원도 없어.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제목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고 유나가 대답했다.

"유나야!
오늘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민아와 설아는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첫날밤이 궁금했다.

"몰라!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주술사도 아니잖아."
유나는 그림 제목이 불러온 세상이 신기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정한 제목이었어."
유나는 친구들에게 말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이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고 첫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밤을 기다렸다.
영원히 밤이 사라질지도 모를 오늘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유나야!
저녁 먹자."
엄마는 저녁상을 차린 뒤 딸을 불렀다.

"네!"
유나는 대답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
어두워지는 데."
창문으로 밖을 본 유나가 말하자

"그게 어때서?"
엄마는 당연히 저녁상을 차릴 때는 어둠이 올 것이라 믿었다.

"아니!
좀 걱정했어.
저녁이 안 오면 어떡하나 하고."
유나는 어둠이 내리는 밖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밥이나 먹어!"
엄마는 걱정이 없었다.
딸이 그림을 그리는 게 특이하지도 않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딸이 제목을 정한 게 우연하게 그런 날이 다가온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그림 그리는 게 좋아.

앞으로도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릴 거야."
하고 말하더니 유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유나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호기심이 많아.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해.
그런 것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위험하게 하는 것도 모르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딸이 상처받지 않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엄마는 딸이 누군가의 손가락질이나 말에 상처받지 않고 꿋꿋이 그림 그리면 했다.

"알았어요!"
유나는 엄마 마음을 안다.
세상에서 가장 딸을 사랑하는 바보엄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유나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화가가 된 유나는 어른이 될수록 행복했다.
지금도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부터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큰 위험이나 부작용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다시
태양이 서쪽으로 지는 걸 원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거야!"
유나 엄마는 길들여진 사람들을 걱정했다.

벌써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이 몇 달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이었다.

어제 일을 오늘 기억하지 못한다.

이웃에

누가 살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산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꼼지락거리지만 자신을 잊고 있었다.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건 최신형 핸드폰만 있으면 되었다.


"나는 누구!

나는 누구인가?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게 뭐 어때서?"

사람들은 태양이 동쪽으로 지든 서쪽으로 지든 상관없었다.


설마!

<태양이 동쪽으로 지는 날>
그 그림을 김유나 화가가 그렸다는 것도 잊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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