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할머니 심장을 노린 소녀!

유혹에 빠진 동화 069

by 동화작가 김동석

할머니 심장을 노린 소녀!




꽃들이 만개했다.

그곳에 꽃이 필 줄은 몰랐다.

기운 센 땅이었다.

할머니는 가시 돋친 땅이라 꽃이 필 수 없다고 했다,


"할머니!

제가 꽃씨를 심을게요."

손녀는 가시 돋친 땅에 꽃을 심고 싶었다.


"그럴 시간 있으면 그림이나 한 장 더 그려!

화가가 꿈이라며 캔버스에 그림은 안 그리고 맨날 꽃만 심고 있어.

그 땅에는 꽃이 피지 않아.

이 할머니가 얼마나 많이 꽃씨를 뿌린 줄 알아?"

할머니는 손녀에게 잔소리했다.


"할머니!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 땅에 꽃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는 것은 더 중요해요.

그러니까

할머니는 지켜만 보세요."

하고 손녀는 말한 뒤 가시 돋친 땅을 삽으로 뒤적이며 관찰했다.


"그 땅에 꽃이 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히히히!

할머니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만 해.

할머니!

꽃을 피우고 할머니 손에 장을 지져야겠어요."

하고 손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땅에 꽃을 피우는 것도 한 폭의 그림이다.

꽃씨를 잘 심어 꽃이 활짝 피게 만들어 봐!"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는 손녀가 좋았다.


시골에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소녀는 화가가 꿈이었다.

그림 그릴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면 땅에 그림 그리며 지냈다.

할머니는 산나물을 장에 팔아 손녀에게 캔버스와 물감을 사줬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그림 그릴 캔버스가 없었다.

소녀는 할머니가 캔버스 사준 날 밤새 그림 그렸다.


소녀는

땅에 박힌 돌을 골랐다.

며칠째 돌을 골라낸 흙 위에 쌀뜨물을 부었다.

거름 되는 것들도 듬뿍 주었다.


"꽃씨는 심은 거야?"

할머니가 손녀에게 물었다.


"네!

할머니 꽃이 피면 준비하세요.

히히히!

제가 불에 달굴 인두를 준비했어요!

할머니!

손을 지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요."

하고 손녀가 말하자


"호호호!

손녀가 할머니 죽일 생각을 하다니.

큰일이다.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 할머니 죽이고 감옥 가면 어떡하지?"

하고 할머니가 물었다.


"히히히!

할머니 겁 줘도 소용없어요.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 할머니가 잘 알잖아요!"

하고 손녀가 말했다.


할머니는

손녀가 하는 행동을 보고 기뻤다.

가시 돋친 땅에 꽃이 필 것을 생각하니 벌써 좋았다.

할머니가 가시 돋친 땅이라고 하는 곳은 자갈밭이었다.

할머니도 꽃을 피울 수 있었지만 농사일에 바빴다.


"할머니!

싹이 났어요."

손녀는 가시 돋친 땅에 파란 새싹을 보고 말했다.


"그건!

풀이야. 잡초라고!

풀은 꽃을 피우지 않아.

그러니까

너무 좋아하지 마!"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히히히!

할머니 손을 지질 수 있겠다.

오늘부터 인두를 불에 달궈야겠다!"

손녀는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할머니 죽인 손녀가 감옥에 가면 어떡하지.

할머니는 혼자 살 수 없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할머니도 웃으며 손녀에게 말했다.


가시 돋친 땅에 새싹이 무럭무럭 자랐다.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새싹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너희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거냐?"

하고 할머니가 솟아난 새싹을 보고 물었다.


"할머니!

저희는 소녀의 꿈에서 왔어요.

할머니 손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왔어요!"

하고 새싹들이 말했다.


"그랬구나!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우거라."

하고 할머니는 쌀뜨물을 부어주며 새싹들에게 말했다.


소녀는

가시 돋친 땅에서 꽃을 피우는 것을 지켜봤다.

수많은 꽃들이 활짝 피었다.


"좋아!

꽃이 피어서 좋아.

지지 않는 꽃이면 좋겠다!"

하고 꽃을 보며 소녀가 말했다.


"소녀야!

세상에 지지 않는 꽃은 없어.

하지만

하루라도 더 버티며 예쁜 꽃으로 있어 줄게!"

하고 꽃이 말했다.


"고마워!

할머니가 좋아할 거야.

할머니는 꽃을 좋아한단다!"

하고 소녀가 말하자


"알아!

할머니는 거름도 주고 쌀뜨물도 부어 주었어.

무더운 날은 물도 주고 우산도 씌워 주었어!"

하고 꽃들이 말했다.


"그랬구나!

할머니가 그랬구나.

나는 몰랐어.

내가 다 한 줄 알았어.

내가 정성을 들여 꽃을 피우게 한 줄 알았어."

하고 소녀가 말했다.


"소녀야!

정성을 다해 꽃을 가꾼 건 맞아.

이렇게 활짝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소녀의 정성이 맞아.

그런데

누구 도움 없이는 꽃을 피울 수 없는 거야!

나비도 왔고 꿀벌도 찾아왔어.

개미도 무당벌레도 찾아왔어.

그래서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었단다."

하고 꽃이 말했다.


"맞아!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야.

나는 돌을 골랐을 뿐이야!

꽃들아!

활짝 피어서 고맙다."

소녀는 활짝 핀 꽃들에게 인사했다.


"아니야!

우리가 고마워.

소녀야!

우리 함께 춤추자!"

하고 말한 꽃들이 춤췄다.

소녀도 꽃밭에서 노래 부르며 춤췄다.


할머니는

가시 돋친 땅에 꽃이 피어 좋았다.


"언제!

손 지질 거야?"

하고 할머니가 슬픈 표정 지으며 손녀에게 물었다.


"맞다!

불에 달군 인두로 할머니 손 지지는 걸 잊었었다.

히히히!

장작불을 지펴야지."

하고 손녀가 말하고 부엌으로 갔다.


"호호호!

오늘 지나면 계약 끝이야."

할머니는 손녀가 달군 인두로 손을 지진다 해도 무섭지 않았다.

손녀 손에 죽을 수 있으면 더 행복하다 생각했다.


"할머니!

장작불이 좋아요.

숯불에 인두가 잘 달구어질 것 같아요!"

하고 손녀가 부엌에서 크게 말했다.


"호호호!

장작불이 아무리 좋아도 인두는 달궈지지 않을 거야!"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는 손녀 마음을 알았다.

세상에 착하고 예쁜 손녀가 불에 달군 인두를 들고 오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꽃들아!

오늘 불에 달군 인두로 할머니 손을 지질 거야.

너희들도 좋지?"

하고 소녀가 꽃들에게 물었다.


"호호호!

그럼 할머니 손이 없어지는 거예요?"

하고 꽃들이 물었다.


"그렇지!

그렇지!

할머니는 이제 손을 사용하지 못할 거야."

하고 소녀가 말했다.


"소녀야!

마음씨 착한 소녀야.

가슴이 쿵쾅 뛰는 소녀야!

할머니를 사랑하는 것 다 알아.

벌써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도 먹고 싶다.

나중에 국물이라도 좀 주면 좋겠다!"

하고 꽃들이 말했다.


"히히히!

어떻게 알았어."

소녀는 솥단지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닭백숙 국물을 국자로 조금 떠 맛을 봤다.


"소녀야!

이 꽃을 봐라.

가시 돋친 땅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잖아!

소녀야!

마음씨 착한 소녀야.

할머니랑 맛있게 닭백숙 먹어라!"

하고 꽃들이 말했다.


할머니와 손녀는

저녁에 맛있는 닭백숙을 먹었다.


"호호호!

손에 장 지진다더니 할머니 심장을 노렸구나!"

하고 할머니가 닭다리 살을 뜯어 손녀 숟가락에 올려주며 말했다.


"히히히!

할머니를 한 번에 보내버리려고 심장을 노렸지.

할머니!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리죠!

히히히!

좋아! 좋아!"

하고 손녀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손녀가 좋았다.

웃는 손녀가 좋았다.

그림 그리는 손녀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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