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말없는 느티나무! **
유혹에 빠진 동화 074
말없는 느티나무!
수백 년
말없이 버티는 느티나무는 알았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을 실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빛과 물이야.
잎과 가지에 쌓인 먼지를 씻어주고 털어주는 바람과 비야.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는 듣고 싶지 않아!"
느티나무가 원하는 건 특별하지 않았다.
자연이 주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런데
느티나무 아래 누워 쉬는 사람들은 느티나무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만 했다.
"내가 보기에는 잘난 것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은 최고가 되었을까?"
하고 느티나무가 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느티나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느티나무는 심심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그늘에 쉬며 수다를 떨면 조용히 들었다.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사람도 있었다.
슬픈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기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넌!
이 나무가 몇 년이나 되었다고 생각해?"
마을에 사는 영수가 문호에게 물었다.
"이 느티나무는
오백 년 되었을 거야!
아니면
육백 년은 되었을까?"
문호는 느티나무 나이를 아는 것처럼 말했다.
"이봐!
내 나이를 정확히 모르면 모른 척하는 게 좋아."
하고 말한 느티나무 가지가 문호 뒤통수를 살짝 한 대 때렸다.
"아니!
느티나무가 날 때리다니."
하고 문호가 말하자
"야!
나무가 너를 어떻게 때려?"
하고 영수가 물었다.
"정말 때렸다니까!
저 가지가 내 뒤통수를 때렸어."
하고 문호는 속상한 듯 영수에게 말했다.
"야!
내가 때렸어.
히히히!
내가 손으로 가지 붙잡고 때렸어."
하고 영수가 말했다.
영수는
느티나무를 마을 수호신처럼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느티나무 가지를 붙잡고 친구 뒤통수를 때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영수가 가지를 붙잡고 때린 게 아니었다.
"이상해!
느티나무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거야."
영수는 문호에게 말하면서도 이상했다.
영수는 분명히 문호를 때리지 않았다.
문호가 나뭇가지로 뒤통수를 맞았다면 느티나무가 사람 말을 알아듣고 있다는 것이다.
영수는 집으로 가다 멈췄다.
다시 뒤돌아 느티나무를 향해 걸었다.
"느티나무님!
왜 문호를 때렸어요?"
하고 영수가 물었다.
"그 녀석!
내 나이를 정확히 모르며 아는 척해서 한 대 때린 거야."
하고 느티나무가 말했다.
"느티나무님!
그럼 진짜 나이는 몇 살이세요?"
하고 영수가 물었다.
그런데
느티나무 가지 하나가 꿈틀거리며 영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왜!
때려요."
하고 영수가 뒤통수를 만지작 거리며 물었다.
"넌!
몇 살이야?"
하고 느티나무가 물었다.
"열두 살이에요."
하고 영수가 대답하자
"수백 년 살아봐.
나이가 몇 살인지 생각날 것 같아?"
하고 느티나무가 말했다.
"그렇군요!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것 같아요."
영수가 말하자
"수백 년!
살아온 것들에게 나이를 물어서는 안 돼.
그냥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가면 되는 거야!"
하고 느티나무가 말했다.
"느티나무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나이를 묻지 않을게요."
영수는 정중히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수백 년 살아온 느티나무는
그동안 사람들을 보고 또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들판에 서 있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다.
느티나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느티나무 아래 오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느티나무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느티나무는
슬픈 사람에게는 슬프지 않은 바람과 향기를 선물했다.
큰 힘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넘어지게 했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느티나무는 그늘을 주지 않았다.
큰 깨달음을 얻게 하여 분수에 맞게 살아가도록 도왔다.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에게는
나무가지로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비우고 또 비울 수 있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죽지 않을 만큼 때렸다.
느티나무는
사람들처럼 욕심 부리지 않았다.
자연이 주는 것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느티나무가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은 소박함이 필요하다.
즐겁게 사는 데는 좋은 약이 필요없었다.
그저!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다.
좋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면 되었다.
좋은 것을 보고 말없이 살아가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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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