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생선가게!-02
달콤시리즈 387-02 고귀한 신분
02. 고귀한 신분
며칠 째
여의도에 눈이 내렸다.
옷깃을 여민 사람들을 쳐다보며 고양이 <맷돌>은 따스한 햇살이 그리웠다.
여의도 국민은행 법인영업부 건물 1층
맷돌은 스타벅스 창가에 기대어 뒹굴며 햇살을 만끽한 지가 벌써 사흘이 지났다.
맷돌은 발가락 사이로 끼인 눈을 털어내며 스타벅스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맷돌은 스타벅스 입구에서
구두에 쌓인 눈을 터는 빨간 코트 입은 아가씨가 인상 깊어 쳐다봤다.
“와우!
귀여운 고양이네.”
하고 아가씨가 말하자
“저!
말입니까?”
맷돌은 기분 좋게 물었다.
“그래!
고양이가 너뿐이잖아.”
하고 아가씨가 말하자
“저는
귀여운 것보다 고귀한 스타일입니다.”
하고 맷돌이 대답했다.
“누가 그래?”
당돌한 맷돌을 보고 아가씨가 물었다.
“여기!
은행 근무하는 여직원.
또
스타벅스에 오는 손님도 그렇게 말해요.”
하고 맷돌이 말하자
“이름이 맷돌이군!
그런데 좀 웃긴다.”
하고 아가씨가 스타벅스 출입문을 열며 말했다.
“뭐가요?”
“고양이 주제에 말을 할 줄 알고!
고귀한 척하는 게 웃기잖아.”
“아!
말하는 법은 제가 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고 맷돌이 말하자
“그래!
누구한테 배우는 데?”
하고 아가씨는 붙잡고 있던 출입문을 놓고 돌아서며 물었다.
“저기!
은행 입구 경비원 아저씨에게.”
하고 맷돌이 말하자
“그렇구나!
스승을 잘 두었구나.
인사성이 밝은 걸 보니 앞으로 더 멋진 고양이가 되겠다.
아니
맷돌이 되겠구나!”
하고 말한 아가씨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맷돌도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갔다.
창가로 가 앉으며 사람들처럼 다리를 꼬았다.
발바닥에 눈을 털어냈다.
하지만 털에 붙은 눈과 발바닥에 붙은 눈이 잘 털어지지 않았다.
맷돌은
우유를 한 잔 시켜 마셨다.
“이런!
고귀한 모습이 보기 싫군.
눈이 오다니!”
맷돌은 스타벅스를 나왔다.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어 심심했다.
눈 오는 날
혼자서 노는 것이 재미없던 맷돌은 어디를 갈까 생각했다.
배가 고프면 63 빌딩 앞 한강변에 있는
<푸짐한 생선가게>를 가던 맷돌은 아직 배고프지 않았다.
“<망치>는 뭐할까?”
여의도 고양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망치는 사람 나이로 치면 67세다.
망치는 자기 눈에 보이는 고양이가 있으면 가만 두지 않았다.
쫓아가서 괴롭히고 악랄하게 물어뜯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다른
고양이들이 잡은 거나 훔친 먹이는 교활하게 빼앗아 먹는 놈이다.
한마디로 치사하고 더럽고 탐욕스럽고 추잡한 늙은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맷돌은 이런 망치를 싫어했다.
여의도에서 망치를 쫓아내던지
아니면 결투를 해서 죽이던지 해야만 여의도에 평화가 온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순수하고 낭만적이고 멋을 추구하는 맷돌은 망치에게 전쟁을 선포하거나 결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림 나오미 G
“<걸레>!
집이나 가볼까.”
맷돌은 걸레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도 물어보고 배고프면 <푸짐한 생선가게>에 들려 같이 저녁을 먹고 올 생각이었다.
맷돌은 어제부터 사실 맛있는 메기 한 마리가 먹고 싶었다.
걸레는 맷돌에게
가끔 여의도의 평화를 위해 망치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구다.
망치를 몰아낼 힘은 맷돌뿐이라고 다른 고양이들에게 떠들고 다녔다.
맷돌은
걸레가 싫기도 하지만 의리 하나는 최고라고 생각해 가끔 찾았다.
물론 외롭고 힘들 때는 더 많이 걸레를 찾아갔다.
하지만
평생 씻지 않는 걸레를 만나면 좋은 기분도 나빠졌다.
맷돌은 걸레 집을 가다 몇 번이나 돌아서 집으로 온 적 있었다.
지독한 냄새 때문이었다.
어찌나
냄새가 지독한지 한 번 만난 고양이들은 다시는 걸레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일 년에 한두 번 씻고 사는 녀석이라 정말 냄새 하나는 끝내줬다.
아마
사람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족들과 싸우거나 집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기 딱 맞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맷돌은 걸레를 또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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