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목욕하는 초승달!
유혹에 빠진 동화 121
목욕하는 초승달!
유난히
보름달이 밝았다.
민지네 장독대 항아리에서 목욕하는 보름달은 갈수록 밝아졌다.
보름달 이야기를 들은 초승달도 목욕하고 싶었다.
민지를 찾아가 부탁하고 싶었다.
민지는
오늘도 할머니 목욕시키기 위해 샘터에서 물을 길렀다.
물항아리에 가득 채우고 목욕 항아리에 물을 반쯤 채웠다.
부엌으로 들어간 민지는 아궁이에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지폈다.
"기온이 뚝 떨어졌어!
뜨거운 물이 많이 필요할 거야.
할머니가 감기 걸리면 큰 일 나니까 물을 많이 데워야지."
민지는 옆 아궁이에도 불을 지폈다.
작은 솥단지에도 물을 부었다.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들판 추수가 끝나가는 가을 들판에 두루미들이 날아와 노는 게 보였다.
"저것들은 겨울에 어디로 갈까!
추수가 끝나면 왔다 사라지는 게 신기하단 말이야."
민지는 부엌에서 나와 멀리 보이는 논에서 먹이를 찾는 두루미를 보고 한 마디 했다.
두루미는 한 쌍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추수가 끝난 곳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부럽다!
나도 엄마 아빠랑 저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는 언제 가려고
아직도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거야."
민지는 갑자기 도시에서 일하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마당에서 한 참 서 있던 민지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물이 펄펄 끓는 것을 본 민지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목욕하게 일어나세요."
아랫목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일으켰다.
"또 해!
목욕 한 지 며칠 안 되었잖아."
할머니는 목욕하자고 하면 생각지도 않은 말을 하곤 했다.
"할머니!
벌써 일주일 되었어요.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세요."
민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동수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목욕한다고 했어.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한다고 자랑하니까 더 빨리 늙으니까 하지 말라고 했어."
할머니가 손녀에게 잔소리하듯 말했다.
"할머니!
손녀 혼자 두고 죽을 려고?
그건 말도 안 돼!
그러니까
누구 말도 듣지 말고 손녀 말만 들으세요.
할머니는
동수 할머니보다 오래 살 테니까 걱정마세요."
하고 손녀가 말하자
"그럼!
내가 오래 살아야지.
예쁜 손녀랑 오래오래 살아야지!"
하고 대답한 할머니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옷이랑 수건 챙길까?"
할머니가 안방 문을 열며 물었다.
"할머니!
장독대 항아리 옆에 다 갖다 놨어요.
그러니까
빨리 나가서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세요!"
하고 손녀가 재촉했다.
밤하늘에 초승달이 떴다.
초승달은 민지와 할머니가 목욕하는 장독대를 환하게 비췄다.
하지만
보름달만큼 환하지 않았다.
"너무 어둡다!"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알았어요!
호롱불 가져올게요."
하고 말한 민지는 부엌에 켜놓은 호롱불을 가지러 갔다.
"보름달이면 좋았을 텐데!"
할머니는 밤하늘에 뜬 초승달을 보고 한 마디 했다.
"할머니!
제송 해요.
오늘은 초승달이 뜨는 날이라 어쩔 수 없어요."
하고 초승달이 대답했다.
"미안하긴!
자연의 섭리인데.
괜찮아!"
하고 할머니가 미안해하는 초승달에게 말했다.
민지가
호롱불을 들고 오자 장독대 주변이 환해졌다.
"할머니!
이제 어둡지 않죠?"
하고 묻자
"그래!
아까보다 훨씬 훤하다."
할머니는 어둠보다 밝은 게 좋았다.
"할머니!
조금 기다리세요.
부엌에 갔다 올 테니!"
하고 손녀가 말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민지야!
고구마랑 감자랑 가지고 와."
하고 할머니가 배가 고픈지 말했다.
"알았어요!
할머니는 목욕하며 고구마, 감자, 옥수수 먹는 게 좋았다.
달을 보고 손녀와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민지는 부엌에서 고구마와 감자를 챙겼다.
저녁에 담아둔 숭늉도 한 그릇 담아 쟁반에 들고 나왔다.
"할머니!
고구마부터 줄까 아니면 감자부터 줄까요?"
하고 손녀가 묻자
"감자!
햇감자가 맛있어.
그리고
고구마는 초승달 하나 줘!"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와!
오늘 밤에는 초승달이 떴구나.
초승달아 안녕!"
민지는 이제야 밤하늘에 뜬 초승달을 볼 수 있었다.
"안녕!
민지야."
초승달도 민지에게 인사했다.
"고구마랑 감자 줄게!"
하고 민지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고마워!
나는 한 가지만 줘도 괜찮아."
하고 초승달이 말하자
"아니야!
부엌에 또 많이 있어.
그러니까
고구마랑 감자 모두 받아서 먹어!"
하고 민지가 다시 말했다.
사실
부엌에는 고구마도 감자도 더 없었다.
초승달은
처음 먹는 고구마와 감자가 맛있었다.
민지는
할머니 목욕을 시켰다.
목욕이 끝난 후 옷을 입히고 안방으로 모시고 갔다.
"할머니!
쉬고 계세요."
하고 손녀가 말하고 방을 나가자
"빨리 와!
적당히 치우고 와.
내일 환할 때 치우게!"
하고 할머니가 아랫목 이불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네!"
하고 대답한 민지는 장독대로 향했다.
민지는 항아리 물을 퍼냈다.
그리고 깨끗이 청소한 뒤 물을 채워갔다.
"초승달!
오늘 목욕하는 거야.
물을 채우면 말할 테니 준비해!"
하고 민지가 초승달을 쳐다보며 말했다.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초승달은 목욕하고 싶어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
민지가 그 마음을 알고 항아리에 물을 채웠다.
"이제 들어와!
보름달보다 작아서 물을 많이 채우지 않아서 좋아."
하고 민지가 말하며 초승달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초승달은 천천히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목욕했다.
보름달이 목욕했다는 말을 듣고 하고 싶었던 소원을 이뤘다.
"좋아!
따뜻하고 너무 좋아."
초승달은 따뜻한 물이 좋았다.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좋지?"
"응!
너무 좋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
초승달은 항아리 안에서 오래 있었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
하고 초승달이 민지에게 말하자
"걱정 마!
어둠을 밝혀주는 것만으로 고맙고 감사하니까.
보름달도 반달도 초승달도 다 좋아!
그러니까
언제든지 찾아오면 목욕시켜 줄게."
하고 민지가 말했다.
민지는
항아리에서 나온 초승달을 깨끗이 닦아줬다.
초승달이 반짝반짝 빛났다.
"너무 빛난다!
멋지다.
완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다."
하고 민지가 말하자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고 초승달이 말했다.
"나도 목욕해야지!"
"알았어!
내가 밤하늘에서 밝게 비춰줄 게."
하고 말한 초승달이 밤하늘에서 빛났다.
민지는
초승달이 목욕한 항아리에 뜨거운 물을 더 갖다 부었다.
그리고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
"와!
향기가 좋다.
초승달이 목욕한 물이라 향기가 나는 듯했다.
"고마워!"
민지는 밤하늘 초승달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걸 봤다.
초승달은
더 밝게 민지가 목욕하는 장독대 주변을 환하게 비췄다.
"민지야!
고생이 많다."
하고 감나무 가지가 다가와 말하자
"고생은!
달을 목욕시켜 주니까 환해서 좋잖아."
민지가 대답했다.
"초승달이라 금방 끝나는 것인 줄 알았어!
그런데
초승달도 보름달이나 마찬가지구나."
하고 감나무 가지가 말하자
"그렇지!
눈에 안 보여 초승달이지.
둥그런 달이 작아지거나 조각달이 되지는 않지!
달이 빛에 의해
보름달, 반달, 초승달이 되어줘야 지구가 온전히 자전과 공전을 하지."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넌!
그런 걸 어디서 배운 거야?"
하고 감나무 가지가 물었다.
"어디서 배우긴!
학교에서 배웠지."
민지는 대답하고 항아리 밖으로 나왔다.
민지는 목욕을 다 한 뒤
장독대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셨다.
민지도 할머니 곁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창문으로
초승달이 기웃거리며 민지와 할머니를 지켜줬다.
민지는 일어나 호롱불에 불을 밝혔다.
도시에서 일하는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
편지를 다 쓴 민지는 방을 나왔다.
물통을 들고 천천히 샘터를 향했다.
민지는
잠이 오지 않으면 샘터에서 물을 길어 텅 빈 항아리를 채웠다.
항아리에 물이 없으면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은
물통을 이고 가는 민지에게 초승달은 밝은 빛을 비췄다.
"조심해!
넘어지니까."
가끔 초승달은 민지를 걱정했다.
"고마워!"
민지는 초승달 친구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항아리에 물을 다 채운 뒤에 민지는 방으로 들어갔다.
산골짜기에 고요가 찾아왔다.
초승달은 더 높이 올라가 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다.
감나무 가지가 바람에 살랑살랑 춤췄다.
달빛 그림자와 어둠도 바람에 맞춰 춤췄다.
가끔
장독대를 기웃거리는 작은 그림자들이 보였다.
하지만
밝음과 어둠은 지켜볼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민지 #할머니 #초승달 #보름달 #목욕 #항아리 #장독대 #유혹 #동화
그림 나오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