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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주는 선물
길가에 멈춰 선 나그네!
숲이 주는 선물 001
by
동화작가 김동석
Sep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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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멈춰 선 나그네!
비가 멈춘 오후는 화창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숲으로 들어갔다.
가봤던 길이지만 비 온 뒤 숲은 화려했다.
먹이를 찾아 염탐하는 개미들이 무리 지어 다녔다.
지렁이와 달팽이가 가끔 길을 막고 나를 멈추게 했다.
"이봐!
나도 보잘것없는 인간이야.
너희들이 길을 막으면 갈 수 없는 인간이란다.
혹시!
넘어가도 될까!
아니면 돌아서 갈까?"
허리 숙이고 달팽이에게 물었다.
"겸손도 하군요!
넘어가면 똥 가루 떨어지니 돌아가세요
.
내가 똥 가루에 약해요
.
"
달팽이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맞아!
도시에서 가져온 먼지라도 떨어지면 큰일이지.
돌아갈게!
먼 곳도 아닌데.
그런데
햇살이 너무 뜨겁다.
너도 빨리 움직여야겠다."
하고 말한 뒤
길을 막고 있던 달팽이를 멀리 돌아 숲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반기는 녀석들이 많았다.
나뭇가지가 속삭였다.
새들과 풀벌레가 노래했다.
하늘 높이 독수리가 날았다.
사냥을 할 듯 보였다.
햇살이 가끔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들어와 눈부셨다.
"와!
오감을 자극하는구나."
자연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아저씨!
혹시 빵조각 없어요?"
나무를 타고 오르던 개미가 머리를 쳐들고 물었다.
"있어!
빵 조각도 있고 오랜지도 있어.
또
밀크캐러멜도 있어.
하나씩 줄게!"
나는 배낭을 풀고 먹을 것 비닐을 풀었다.
"아저씨!
오늘은 혼자 왔군요.
항상
둘이 다니던 모습만 봤는데!"
개미는 몇 번이나 나를 봤다고 했다.
친구와 자주 걷던 숲길이 었다.
"맞아!
그 친구가 멀리 출장 갔어.
아마
일 년은 혼자 올 것 같다."
하고 말한 나는 빵조각과 오렌지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먹어!
나는 좀 더 깊이 들어가 봐야겠다."
개미와 헤어진 나는 또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이 불었다.
나무들이 춤췄다.
"아저씨!
한바탕 놀고 가요.
바쁜 삶을 내려놓고 바람소리에 맞춰 춤춰요."
소나무 가지가 내손을 붙잡고 말했다.
"좋지!
탱고를 출까.
아니면
너와 브루스를 출까!"
배낭을 내려놓고 바람소리를 들었다.
"브루스!
모두 손잡고 춤춰요."
나무들과 손잡고 춤췄다.
나비도 꿀벌도 날아왔다.
새들도 바람소리에 맞춰 노래 불렀다.
햇살은 화려한 조명이 되었다.
자연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화답했다.
이마에 땀을 닦았다.
가슴을 파고든 힐링의 순간들은 뼛속까지 전달되었다.
영혼을 유혹하던 자연의 웅장한 소리에 취해 있었다.
"아니!
너희들 거기서 뭐하니.
혹시
날 기다린 거야?"
앞에 서있는 사슴을 봤다.
"이런!
늦게 오면 어떡해요.
벌써
이곳을 지나간 줄 알았죠!"
엄마 사슴이 말하자
"미안!
내가 좀 놀다 왔어.
너희들이 기다릴 줄 몰랐어!"
나는 미안했다.
사슴들의 자유로운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았다.
"빨리 가세요!
곧
해가 질 거예요."
"알았다!
내가 지나가도 괜찮을까?
그런데
너희들 멋지다!"
나는 살금살금 걸었다.
엄마 사슴과 눈을 마주치며 걸었다.
새끼 사슴과 눈을 마주치며 웃으며 걸었다.
"건강하게 잘 크거라!
다음에는 일찍 오도록 할게.
미안하다.
눈이 큰 사슴아!
안녕."
뒤돌아서 걸으며 사슴 가족을 배웅했다.
자연의 힘!
그것은 위대함 그 자체였다.
내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오감이 자극하는 꿈틀거림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사슴 #달팽이 #지렁이 #소나무 #햇살 #낙엽 #유혹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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