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명예!

유혹에 빠진 동화 144-3

by 동화작가 김동석

3. 고양이 명예!





비가 멈췄다.

새까만 갯벌에 바닷물이 밀려왔다.

해안가 끝자락을 걷던 고양이 <샘> 앞에 말썽꾸러기 고양이 <쌍칼>이 나타나 길을 막았다.


"이봐!

어딜 다녀오는 거야?

신고 있는 건 또 뭐야!"

하고 <쌍칼>이 물었다.


"갯벌!

갯벌에 들어가 친구들과 놀고 왔어.

빗소리도 듣고 갯벌에 사는 칠게들과 신나게 춤추며 놀았지!"

<샘>이 웃으며 말했다.


"칠게!

잡아먹어도 시원찮은 녀석들과 놀았다고!

그게 사실이야."

<쌍칼>은 믿을 수 없었다.

해안가에 올라온 칠게들을 잡아먹으려다 집게에 수염이 잘린 적이 있었다.


"갯벌에 들어가 봐!

그곳은 새로운 세상 같아.

발이 빠질 듯 하지만 움직이면 빠지지 않아.

그런데

갯벌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아!

조개, 짱뚱어, 낙지, 칠게, 백합, 동막, 바지락, 지렁이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 갯벌에 살고 있어.

새로운 우주에 여행하고 온 기분이야!"

하고 <샘>은 갯벌에서 논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이봐!

넌 고양이 명예를 더럽히고 있어.

넌 말이야!

사람들이나 신고 다니는 장화를 신었지.

갯벌에 들어가 칠게들과 춤추며 놀았지.

도도하고 고풍스러운 고양이 명예를 너무 더럽히고 다녀!

고양이들을 소집해 너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할지 물어봐야겠어."

하고 <쌍칼>은 말한 뒤 섬을 돌아다니며 고양이들을 모았다.


"맘대로 해!

난 고양이들에게 피해 준 적 없으니까."

하고 말한 <샘>은 달렸다.


<샘>은 집 앞에서

몸을 흔들며 빗물을 털었다.

배가 고팠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갯벌에서 비 맞으며 <샘>은 놀았다.

구석에서 남겨둔 생선 한 마리를 꺼내 먹었다.


날씨가 좋아졌다.

태풍이 지나간 섬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섬에 사는 고양이들이 팽나무 아래 모였다.

고양이들은 모두 팽나무 아래서 <쌍칼>을 기다렸다.


팽나무 옆 울타리 밑으로 <쌍칼>이 나타났다.

<샘>도 고양이들의 평화를 위해 팽나무에서 모인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모두 모였지!

내 말 잘 들어 봐.

<샘>은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가 칠게들과 놀았다.

이건!

고양이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야.

그러니까

<샘>을 섬에서 추방시켜야 해.

아니면

팽나무에 매달아 죽여야 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고 <쌍칼>이 말했다.


"고양이가 갯벌에 들어갈 수 있어!

들어가면 갯벌에 빠져 죽을 텐데!"

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말했다.


"맞아!

나도 갯벌에 들어가려다 포기했어.

조금만 들어가도

몸이 빠져서 나올 수 없어."

또 한 마리 고양이가 말했다.


"맞아!

갯벌에 들어가면 빠져서 죽을 수 있어.

그런데

장화를 신고 들어가면 갯벌에 빠지지 않는다고 갯벌에 사는 낙지가 말해줬어.

그래서

난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가 갯벌 친구들과 놀 수 있었어.

절대로 고양이 명예를 더럽히지 않았어!"

하고 <샘>이 고양이들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

넌 사람 흉내를 내고 다니잖아.

사람들만 신는 장화를 신고 다니잖아.

우리가 잡아먹는 갯벌에 사는 생물들과 친구가 되었잖아!

그러니까

넌 고양이 명예를 더럽힌 거야!"

하고 <쌍칼>이 크게 외쳤다.


고양이들은 조용했다.

<샘>이 한 말도 맞고 <쌍칼>이 한 말도 맞는 것 같았다.


"<쌍칼>!

넌 말이야.

관계란 걸 모르는 녀석이야.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 게 중요한 시대야.

먹고 먹히는 시대는 지났어.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면 좋은 것이야.

그런데

이웃과 또는 친구들과 나쁜 관계를 유지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야!

외롭고 힘들어!

살아가는 동안 기쁨보다는 슬픈 일이 많아!

그러니까

내가 장화를 신고 다니던 옷을 입고 다니던 그건 내 맘이야.

고양이가 어때서!

장화를 사람만 신으라는 법은 없어!"

하고 <샘>이 크게 말했다.


"맞아!

<샘> 말이 맞아.

나도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갈 거야."

젊은 고양이 한 마리가 말했다.


"나도!

어부에 집에 가서 장화를 훔쳐야지.

그리고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가야지."

또 다른 고양이가 말했다.


"안 돼!

남의 물건을 훔치는 건 절대로 안 돼!

시장에 가면 장화를 팔아!

신발가게에 가서 장화를 사야 해."

하고 <샘>이 큰 소리로 외쳤다.


"조용! 조용!

고양이 명예를 지켜야지.

그리고

갯벌에 들어가면 죽을 수 있어.

내 말을 들어!

안 그러면 다 죽으니까."

<쌍칼>은 <샘>을 섬에서 추방시키거나 죽이려고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쌍칼>!

너도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가 봐.

특히

어두운 밤에 갯벌에 들어가 봐.

그리고

밤하늘을 보고 갯벌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어 봐.

그곳에 서 있으면 행복이 보여!

별들이 나를 반겨 줘!

별들은 갯벌 친구들과 밤마다 이야기하며 놀아!

그곳엔

고양이들이 보지 못한 세상이 존재하고 있어!

너희들이 모두 갯벌에 들어가 노는 걸 보고 싶어!

그리고

밤마다 갯벌과 밤하늘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으면 좋겠어."

하고 <샘>이 말했다.


섬에 사는 고양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쌍칼>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섬에 사는 고양이들이 모인 곳에서 <샘>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저 녀석을 죽여버릴 거야!"

<쌍칼>은 이를 갈며 집으로 향했다.


<샘>은 해안가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바닷물이 보석을 품은 듯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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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훔친 고양이 샘!>은 출간된 동화입니다.

1권과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표지 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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