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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유혹에 빠진 동화 156

by 동화작가 김동석

그곳에 가고 싶다!




따뜻한 남쪽!

땅끝마을 끝자락에 첫눈이 내리는 날.


동백꽃이 피었다.

아직 겨울이 시작도 안 했는데 남쪽 보길도 섬에 동백이 빨갛게 피었다.

햇살에 동백나무 잎이 반짝이며 빨간 동백꽃을 더 아름답게 감싸고 있었다.


"이봐!

꽃망울만 봐도 충분해.

아직

엄동설한도 아닌데 활짝 꽃을 피우면 어떡해!"

걷던 길을 멈추고 동백꽃을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히히히!

남쪽 기온이 너무 따뜻해서 봄이 오는 줄 알았어요.

더 따뜻해지기 전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싶었어요."

빨간 동백꽃은 멈춰 선 내게 말했다.


따뜻한 봄에 피고 싶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빨간 동백꽃을 피우고 싶었다.

그런데

꽃을 피우고 나서야 아직 겨울이 오지 않은 걸 알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했구나!"

나는 동백꽃을 바라보며 새가 조잘거리듯 한 마디 했다.


"네!

날아오는 새들도 봄이 온 것 같다고 했어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겨울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줄 알았어요."

동백꽃은 새들에게 들은 말을 내게 말했다.


"그랬구나!

지구 온난화 때문에 세상이 온통 따뜻해졌지.

그런데

난 동백꽃이 만개해서 좋다.

아직

꽃망울을 다 터트리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는 더 많은 동백꽃이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 한쪽에서 기웃거렸다.


"며칠 후

다시 오면 될 것 같아요."

동백꽃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며칠 후에는 올 수 없어.

땅끝 이곳까지는 큰맘 먹고 출발해야 올 수 있는 곳이야."

나는 한 참 동백꽃을 보고 나서야 발길을 재촉했다.


보길도

백록당 앞으로 난 길을 걸으면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반겨 줬다.

동백꽃이 만개하는 날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지만 언제나 그곳을 걷다 보면 가슴이 후련해진다.

동백꽃처럼 청렴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남쪽 어딘가에 가면 볼 수 있는 동백꽃!

하지만

보길도 백록당 앞 길을 감싸고도는 수백 년 된 동백나무는 묵묵히 오는 사람을 지켜봤다.


"그곳에 가고 싶다!"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미치도록 그곳에 가고 싶었다.

책 한 권 들고 고속버스에 올라 먼 땅끝마을까지 갔다 오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보길도행 배를 타고 또 얼마나 가야 했다.


"윤선도!

그 선비가 귀양살이 한 섬이라니.".

택시를 타고 백록당 민박집을 향했다.


백록당 마루에 걸터앉아

동백꽃 위로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흰 눈이 소복이 쌓여 갈수록 마음은 더 평화로웠다.

(지금은 문을 닫음)


"동백이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백록당 추억이 그리운 걸까!

알 수 없어.

난 도무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알 수 없어.

아마도

백록당을 지키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은 걸까!"

추억이 새록새록 가슴을 파고들었다.


"활짝 핀 동백꽃이 기다릴 텐데!

누군가 첫눈이 내리는 날 찾아올 텐데."

동백꽃은 겨울이 오기 전부터 활짝 웃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힘든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동백꽃은 피고 지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물이 숨겨 있는 섬!

보길도에서 첫눈을 맞이하는 여정과 함께 동백꽃을 가슴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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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백록당 울타리 동백꽃




보길도 백록당/한옥 민박/지금은 주인 할머니 별세로 운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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