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시리즈 390-03 찰나의 순간이 부른다!
3. 찰나의 순간이 부른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바라본 은빛 숲은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어릴 때의 눈으로 본 숲의 기억과는 너무나 다른 은빛 숲이었어요.
“참으로 아름답다!
화가가 되길 잘했어.”
화가는 한참을 말없이 창문 너머의 은빛 세상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종이와 연필을 꺼내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누가 색칠한 걸까!”
숲에 우뚝 선 나무들은 모두 색칠한 듯 은빛 몸집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혹시 마법사가 살고 있을까!”
은빛 숲이 보여주는 찰나의 순간들은 잠시도 눈을 깜박거리지 못하게 했어요.
“섬진강에서 은어를 먹은 적이 있는데 혹시 은빛 숲에서도 은어를 먹을 수 있으려나…….
아무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길 잘했어.”
열차는 달리고 달렸어요.
몇 번이나 잠을 청하고 다시 깨어보면 열차는 은빛 숲 사이를 달리고 있었어요.
“도대체 어디가 끝일까!”
은빛 숲은 창가에 머문 햇살과 함께 더 빛나고 있었어요.
숲은 어쩌면 은광처럼 빛나는 것 같았어요.
“저것들이
모두 금광이라면 부자가 되겠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겠어.
은빛 숲에 가봐야겠다.”
열차가 멈추자 역에서 화가는 말없이 내렸어요.
“택시!”
역에서 은빛 숲까지는 멀었어요.
화가는 걷기에는 너무 멀다고 생각하고 택시를 탔어요.
“아저씨!
저기 은빛 숲 입구까지 부탁합니다.”
택시는 손님을 태우자마자 숲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저기 사무실에 신고하고 숲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택시 기사는 친절하게 화가에게 숲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려 주었어요.
“와!
이렇게 공기가 좋다니.”
은빛 숲이 주는 공기는 향기롭고 시원했어요.
“안녕하세요!
티켓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티켓을 구입한 화가는 천천히 주변을 보며 숲 안으로 들어갔어요.
하늘은
푸른빛 호수가 되고
호수를 안은
시베리아 숲에 겨울 들면
떨어진 자작나무 잎들도
말처럼 뛰던 햇볕도
하얀 눈 속에 있고 만다.
은빛 숲을 오르며 화가는 그동안 쉽게 보지 못한 장면을 봤어요.
누군가 상처를 낸 것처럼 자작나무마다 부분 부분 껍질이 벗겨져 있었어요.
“누가 상처를 냈을까!”
어린아이들이 장난친 것 같기도 하고 은빛으로 색칠한 것을 동물들이 스치고 지나간 듯했어요.
“향기가 참 좋다!”
은빛 숲은 향기로 가득했어요.
어디선가 화가를 위한 축가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깊은숨을 들이마실수록 향기는 마음의 안식을 주었어요.
“열차에서 잘 내렸다!”
은빛 숲을 보지 않고 갔다면 이 깊은 향기와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자작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많구나!”
은빛 숲을 이루는 자작나무를 보고 화가가 놀랐어요.
“나는 자작나무가 좋아!”
몇 시간 동안 숲 속을 거닐고 나온 화가는 숲 입구에서 자작나무로 깎아 만든 장난감을 몇 개 샀어요.
“이건 도현이 줘야겠다!
이건 아현이, 이건 아림이 줘야지.”
구입한 장난감에서 자작나무의 향기가 그윽하게 났어요.
화가는 손주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가게를 나왔어요.
“향기가 너무 좋다!
녀석들이 좋아하겠지.”
화가는 택시를 타고 다시 역으로 출발했어요.
아직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야 할 곳이 많았어요.
“다시 올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자꾸만 은빛 숲이 아른거렸어요.
다음 열차를 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 화가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했어요.
“세상에나!”
카페 안에는 은빛 숲을 그린 작품 여러 점이 벽에 걸려있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다!”
커피 마시는 것보다 벽에 걸린 그림을 구경하는 게 더 신났어요.
“이런 게 여행하는 재미지!”
카페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밖의 세상을 내다봤어요.
거리도 온통 은빛 세상 같았어요.
“꼭 다시 와야지.”
화가는 은빛 숲을 바라보며 다짐하듯 약속한 뒤 역으로 갔어요.
승객을 태운 기차는 달렸어요.
은빛 숲을 울타리 삼아 달리는 것 같았어요.
'뿌앙! 뿌앙!'
가끔 은빛 숲을 향해 달리는 사슴들이 철로를 건널 때마다 기관사는 경적을 울렸어요.
유니끄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