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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빠진 동화
주인은 바로 나! **
유혹에 빠진 동화 158
by
동화작가 김동석
Dec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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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바로 나!
여행을 다녀오자
안방과 침대를 고양이 <설>이 차지하고 있었다.
<설>은
1박 2일을 집에서 혼자 보냈다.
너무 외로웠다.
가족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여행 가서 행복하게 잘 놀고 왔다.
"이봐!
거실에 나가서 놀아.
간식도 사 왔어."
하고 엄마가 말했지만 <설>은 대꾸하지 않았다.
"미안!
널 데리고 갔어야 했어.
나도 보고 싶었어!"
하고 말한 아들이 <설>을 안으려고 했다.
"왜 이러세요!
만지지 마세요.
저는
혼자가 좋아요."
하고 말한 <설>은 눈을 감았다.
침대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엄마가 간식을 뜯으며 <설>을 불렀다.
하지만
<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꼼짝하기 싫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싫었다.
<설>은
안방을 차지하고 싶었다.
혼자 두고 간 가족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다시는
집을 지키는 고양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봐!
비켜야 잠을 잘 수 있지."
아빠가 저녁을 먹고 들어와 <설>에게 말했다.
하지만
눈 감고 있던 <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난!
혼자였어.
난!
사람이 아니었어."
<설>은 사람들보다 계급이 높아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족이 여행 갈 때 찬밥 신세가 되었다.
"이봐!
우린 만물의 영장이야.
사람을 이기는 동물은 없어.
그러니까!
제발 침대에서 내려가면 좋겠다."
하고 아빠는 침대이불속으로 들어가며 발로 <설>을 밀쳤다.
"뭐야!
이건 반칙이죠."
<설>은 자꾸만 침대 끝으로 밀렸다.
조금 있으면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히히히!
넌 곧 떨어질 거야."
아빠는 베개를 껴안고 웃었다.
"야옹!
나를 밀치면 어떡해요.
난!
어제부터 이곳에서 살기로 했어요.
그만 밀어요.
떨어진단 말이에요."
하고 <설>이 말했다.
"넌!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살아야지.
이곳은
엄마 아빠 침실이야."
하고 아빠가 말한 뒤 <설>을 밀치며 이불을 당겼다.
"야옹!
야아 옹."
소리치며 <설>은 그만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치사!
사람들은 정말 치사해.
남의 것을 빼앗고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너무 치사해."
하고 말한 <설>은 안방을 나왔다.
"<설>!
안방에서 나왔구나.
간식 줄까?"
하고 식탁에 앉아있던 엄마가 물었다.
"생각 없어요!"
하고 말한 <설>은 베란다로 나갔다.
밖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나가서 놀고 싶다!
나도
스키 타면 잘 탈 텐데."
<설>도 스키를 타고 싶었다.
가족들이
스키 타러 갈 때 같이 가고 싶었다.
"<설>!
다음에는 꼭 데려갈게.
그만
화 풀고 간식 먹어.
이건
닭가슴살이라 아주 맛있어."
하고 엄마가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는 <설>에게 다가갔다.
"싫어요!
먹고 싶지 않아요."
<설>은 정말 먹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여기 두고 갈 테니까 먹고 싶을 때 먹어."
하고 말한 엄마는 <설>이 옆에 간식을 두고 갔다.
창문을 통해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밖은 무척 추웠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눈 위를 걷고 싶다!"
<설>은 태어난 뒤 집안에서 자라서 밖에 나가고 싶었다.
눈 오는 날은
눈 위를 걷고 싶었다.
눈 위 발자국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창문으로 눈 오는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그날 밤
엄마 아빠는 안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설>은
베란다에 앉아 달빛에 빛나는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사람이 좋을까!
아니면
고양이가 좋을까!"
<설>은 많은 생각을 했다.
"안녕!
눈 오는 세상이 멋지지."
하고 달빛이 다가와 <설>에게 인사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요?"
<설>은 16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했다.
"왜!
따뜻한 아파트가 싫은 거야.
아님!
밖에서 살고 싶은 거야.
<설>!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면 바닥에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밖에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사냥도 못하고 먹을 것도 없어 죽을 거야.
그러니까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
하고 달빛이 말하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곳이 행복한 곳이군!
나는 바깥세상을 동경하는데."
<설>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안방에서
아빠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설>은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가족!
가족이란 중요해.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고양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설>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설>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잘 먹고 잘 살아가자!"
<설>은 엄마가 사 온 간식을 먹었다.
어둠 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설>이 간식을 먹는 소리였다.
"사람이 될 수 없어!
아니
나는 고양이로 생을 마감해야 해.
고양이답게
잘 살아가야지.
달빛이 말하는 게 맞아!
집밖으로 나가 살아갈 자신이 없어."
<설>은 다짐했다.
사람이 되고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것을 후회했다.
만물의 영장!
사람들은 고양이를 가까이 두고 살았지만 지배당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갔다.
필요하면 소유하고 필요없으면 버리고 멀리 했다.
<설>은 이제야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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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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