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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바로 나! **

유혹에 빠진 동화 158

by 동화작가 김동석

주인은 바로 나!





여행을 다녀오자

안방과 침대를 고양이 <설>이 차지하고 있었다.


<설>은

1박 2일을 집에서 혼자 보냈다.

너무 외로웠다.

가족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여행 가서 행복하게 잘 놀고 왔다.


"이봐!

거실에 나가서 놀아.

간식도 사 왔어."

하고 엄마가 말했지만 <설>은 대꾸하지 않았다.


"미안!

널 데리고 갔어야 했어.

나도 보고 싶었어!"

하고 말한 아들이 <설>을 안으려고 했다.


"왜 이러세요!

만지지 마세요.

저는

혼자가 좋아요."

하고 말한 <설>은 눈을 감았다.


침대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엄마가 간식을 뜯으며 <설>을 불렀다.

하지만

<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꼼짝하기 싫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싫었다.




<설>은

안방을 차지하고 싶었다.

혼자 두고 간 가족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다시는

집을 지키는 고양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봐!

비켜야 잠을 잘 수 있지."

아빠가 저녁을 먹고 들어와 <설>에게 말했다.

하지만

눈 감고 있던 <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난!

혼자였어.

난!

사람이 아니었어."

<설>은 사람들보다 계급이 높아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족이 여행 갈 때 찬밥 신세가 되었다.


"이봐!

우린 만물의 영장이야.

사람을 이기는 동물은 없어.

그러니까!

제발 침대에서 내려가면 좋겠다."

하고 아빠는 침대이불속으로 들어가며 발로 <설>을 밀쳤다.


"뭐야!

이건 반칙이죠."

<설>은 자꾸만 침대 끝으로 밀렸다.

조금 있으면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히히히!

넌 곧 떨어질 거야."

아빠는 베개를 껴안고 웃었다.


"야옹!

나를 밀치면 어떡해요.

난!

어제부터 이곳에서 살기로 했어요.

그만 밀어요.

떨어진단 말이에요."

하고 <설>이 말했다.


"넌!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살아야지.

이곳은

엄마 아빠 침실이야."

하고 아빠가 말한 뒤 <설>을 밀치며 이불을 당겼다.


"야옹!

야아 옹."

소리치며 <설>은 그만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치사!

사람들은 정말 치사해.

남의 것을 빼앗고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너무 치사해."

하고 말한 <설>은 안방을 나왔다.


"<설>!

안방에서 나왔구나.

간식 줄까?"

하고 식탁에 앉아있던 엄마가 물었다.


"생각 없어요!"

하고 말한 <설>은 베란다로 나갔다.

밖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나가서 놀고 싶다!

나도

스키 타면 잘 탈 텐데."

<설>도 스키를 타고 싶었다.

가족들이

스키 타러 갈 때 같이 가고 싶었다.


"<설>!

다음에는 꼭 데려갈게.

그만

화 풀고 간식 먹어.

이건

닭가슴살이라 아주 맛있어."

하고 엄마가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는 <설>에게 다가갔다.


"싫어요!

먹고 싶지 않아요."

<설>은 정말 먹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여기 두고 갈 테니까 먹고 싶을 때 먹어."

하고 말한 엄마는 <설>이 옆에 간식을 두고 갔다.



창문을 통해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밖은 무척 추웠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눈 위를 걷고 싶다!"

<설>은 태어난 뒤 집안에서 자라서 밖에 나가고 싶었다.

눈 오는 날은

눈 위를 걷고 싶었다.

눈 위 발자국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창문으로 눈 오는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그날 밤

엄마 아빠는 안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설>은

베란다에 앉아 달빛에 빛나는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사람이 좋을까!

아니면

고양이가 좋을까!"

<설>은 많은 생각을 했다.


"안녕!

눈 오는 세상이 멋지지."

하고 달빛이 다가와 <설>에게 인사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요?"

<설>은 16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했다.


"왜!

따뜻한 아파트가 싫은 거야.

아님!

밖에서 살고 싶은 거야.

<설>!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면 바닥에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밖에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사냥도 못하고 먹을 것도 없어 죽을 거야.

그러니까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

하고 달빛이 말하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곳이 행복한 곳이군!

나는 바깥세상을 동경하는데."

<설>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안방에서

아빠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설>은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가족!

가족이란 중요해.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고양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설>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설>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잘 먹고 잘 살아가자!"

<설>은 엄마가 사 온 간식을 먹었다.

어둠 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설>이 간식을 먹는 소리였다.


"사람이 될 수 없어!

아니

나는 고양이로 생을 마감해야 해.

고양이답게

잘 살아가야지.

달빛이 말하는 게 맞아!

집밖으로 나가 살아갈 자신이 없어."

<설>은 다짐했다.

사람이 되고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것을 후회했다.


만물의 영장!

사람들은 고양이를 가까이 두고 살았지만 지배당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갔다.

필요하면 소유하고 필요없으면 버리고 멀리 했다.

<설>은 이제야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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