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8
경이로운 바람!
경이롭다!
바람 부는 날이 좋은 이유는 세상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자연이 춤추고 말하도록 바람은 경이로운 힘을 선물했다.
보이지 않는 길!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바람이 불어 열어 준 길!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 위로 바람이 달렸다.
"천상으로 가는 길일까!
아니면
그토록 찾았던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길일까!"
나는 바람이 보여준 길 위로 천천히 걸었다.
"호이호이!
나를 따라오면 위험할 수도 있어."
앞서가던 바람이 뒤돌아 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세요.
저는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좋아합니다.
아니
누구도 갈 수 없는 길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향해 말했다.
"히히히!
바람을 우습게 보지 마.
그러다
큰코다칠 수 있으니까!"
"네!
저는 바람을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바람을 경이롭게 바라볼 뿐입니다."
'호이호이호!'
바람소리에 자연이 꼼지락 거렸다.
작은 풀잎이 흐느적거렸다.
다음으로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숲이 요동쳤다.
"바람아!
너는 시원한 바람이야.
아니면
추운 바람이야?"
하고 키 큰 소나무가 물었다.
"호이호이호!
나는 경이로운 바람이야.
눈먼 자를 눈 뜨게 하는 바람!
욕심 많은 자 가슴을 아리게 하는 바람!
나는 시원한 바람이 아니야.
물론
나그네가 맞이하는 바람은 시원할 거야!"
나를 인도하는 바람은 경이로운 바람이었다.
그림 이홍전 작가
이승의 끝자락에
저승의 경계가 존재했다.
그 사이
신비한 세계가 존재한다.
바람은
묵묵히 이승의 끝자락을 향하고 있었다.
"호이호이호! 호이호이호!
이승의 끝자락에 도착해야 멈출 거야.
나를 따라오지 마!
찰나의 순간 저승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길을 열어준 바람이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아직 저승 갈 시간이 남았습니다.
이승의 끝자락까지 가면 미련 없이 돌아설 겁니다."
나는 금방이라도 이승의 끝자락에 도착할 듯 말했다.
"히히히!
이승의 끝자락을 이미 넘었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이야.
한 마디로 말하면 신비한 세계라고 할까!"
하고 바람이 말했다.
"이런!
내가 벌써 이승의 끝자락에 와 있다니.
설마!
제 생명이 다한 건 아니죠?"
나는 두려워하는 가슴을 붙잡고 바람에게 물었다.
"아직!
죽을 때가 안 되었다며.
걱정 마!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살아갈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보이니까."
바람은 두려워하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
"감사합니다!
자연이 곧 이승이고 저승이군요.
저는
자연 속에 이승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저승의 문턱에 멈추고 알았어요.
인간의 욕망으로 이승과 저승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
세상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 생과 사, 생성과 소멸처럼 나누길 좋아하지.
누군가는 내편, 누군가는 네 편 하며 나누기 좋아하는 인간이 만든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고 봐야지.
자연은 경계를 만들거나 무너뜨리지 않아!"
바람의 말이 맞았다.
"내 눈에도 그렇습니다!
자연은 경계를 주지 않아요.
이 길도 자연의 일부이듯 말입니다."
나는 알았다.
그토록 생성과 소멸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자연은
곧 이승이고 저승이었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지만 경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 되는 인간이 만들고자 한 경계가 존재할 뿐이다.
모세의 기적!
자연의 경계!
경이로운 바람과 함께 나는 그곳에 서 있다.
"겨울바람이야!
곧
봄바람이 불 거야."
나는 가슴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을 움켜쥐고 이승의 끝자락을 지켜봤다.
경이로운 바람이 멈추는 곳은 곧 이승의 끝자락이었다.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캔버스 위를 채색하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경이로운 바람의 흔적이 하나하나 캔버스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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