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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좋은 날!-5/이홍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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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경이로운 바람!




경이롭다!

바람 부는 날이 좋은 이유는 세상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자연이 춤추고 말하도록 바람은 경이로운 힘을 선물했다.


보이지 않는 길!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바람이 불어 열어 준 길!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 위로 바람이 달렸다.


"천상으로 가는 길일까!

아니면

그토록 찾았던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길일까!"

나는 바람이 보여준 길 위로 천천히 걸었다.


"호이호이!

나를 따라오면 위험할 수도 있어."

앞서가던 바람이 뒤돌아 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세요.

저는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좋아합니다.

아니

누구도 갈 수 없는 길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향해 말했다.


"히히히!

바람을 우습게 보지 마.

그러다

큰코다칠 수 있으니까!"


"네!

저는 바람을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바람을 경이롭게 바라볼 뿐입니다."


'호이호이호!'

바람소리에 자연이 꼼지락 거렸다.

작은 풀잎이 흐느적거렸다.

다음으로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숲이 요동쳤다.


"바람아!

너는 시원한 바람이야.

아니면

추운 바람이야?"

하고 키 큰 소나무가 물었다.


"호이호이호!

나는 경이로운 바람이야.

눈먼 자를 눈 뜨게 하는 바람!

욕심 많은 자 가슴을 아리게 하는 바람!

나는 시원한 바람이 아니야.

물론

나그네가 맞이하는 바람은 시원할 거야!"

나를 인도하는 바람은 경이로운 바람이었다.



그림 이홍전 작가



이승의 끝자락에

저승의 경계가 존재했다.

그 사이

신비한 세계가 존재한다.

바람은

묵묵히 이승의 끝자락을 향하고 있었다.


"호이호이호! 호이호이호!

이승의 끝자락에 도착해야 멈출 거야.

나를 따라오지 마!

찰나의 순간 저승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길을 열어준 바람이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아직 저승 갈 시간이 남았습니다.

이승의 끝자락까지 가면 미련 없이 돌아설 겁니다."

나는 금방이라도 이승의 끝자락에 도착할 듯 말했다.


"히히히!

이승의 끝자락을 이미 넘었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이야.

한 마디로 말하면 신비한 세계라고 할까!"

하고 바람이 말했다.


"이런!

내가 벌써 이승의 끝자락에 와 있다니.

설마!

제 생명이 다한 건 아니죠?"

나는 두려워하는 가슴을 붙잡고 바람에게 물었다.


"아직!

죽을 때가 안 되었다며.

걱정 마!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살아갈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보이니까."

바람은 두려워하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


"감사합니다!

자연이 곧 이승이고 저승이군요.

저는

자연 속에 이승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저승의 문턱에 멈추고 알았어요.

인간의 욕망으로 이승과 저승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

세상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 생과 사, 생성과 소멸처럼 나누길 좋아하지.

누군가는 내편, 누군가는 네 편 하며 나누기 좋아하는 인간이 만든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고 봐야지.

자연은 경계를 만들거나 무너뜨리지 않아!"

바람의 말이 맞았다.


"내 눈에도 그렇습니다!

자연은 경계를 주지 않아요.

이 길도 자연의 일부이듯 말입니다."

나는 알았다.

그토록 생성과 소멸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자연은

곧 이승이고 저승이었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지만 경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 되는 인간이 만들고자 한 경계가 존재할 뿐이다.


모세의 기적!

자연의 경계!

경이로운 바람과 함께 나는 그곳에 서 있다.


"겨울바람이야!

봄바람이 불 거야."

나는 가슴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을 움켜쥐고 이승의 끝자락을 지켜봤다.

경이로운 바람이 멈추는 곳은 곧 이승의 끝자락이었다.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캔버스 위를 채색하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경이로운 바람의 흔적이 하나하나 캔버스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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