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7
바람이 준 선물!
따스한 햇살 아래
붓을 든 화가가 서 있었다.
앞에는
커다란 캔버스 하나 달랑 있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화가를 힐끗 쳐다봤다.
"그림을 그리겠지!
아니
그림을 그릴 거야."
지나는 사람마다 붓을 든 화가가 곧 그림을 그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도 화가는 그리지 않았다.
가끔
먼 곳을 응시하며 누군가 기다리는 듯 보였다.
"빨리!
와야지.
더 늦으면 해가 질 거야."
화가는 조용히 먼 곳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신이 이상한 분일까!"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그렇지!
기다린 보람이 있군."
화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추운 겨울에
따스한 바람도 아닌 차가운 바람을 기다린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하고 말한 화가는 들고 있던 붓을 차가운 바람에 맡겼다.
"히히히!
나를 너무 믿지 마.
난
내맘대로 해야 한단 말이야."
"네!
봄바람도 좋고
맞바람도 좋습니다.
맘대로
캔버스에 휘졌고 가십시오."
화가는 무엇이든 포기한 상태의 심호흡을 하며 말하는 것 같았다.
"히히히!
내가 어젯밤에 날아다니는 꿈을 꿨어.
귀인의 도움이 필요한가.
아니면
날아다니고 싶은 건가.
이봐!
하늘을 날고 싶은 거야?"
바람이 화가에게 물었다.
화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과 캔버스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바람이 분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따스한 바람도 아닌 차가운 바람이 분다!
그렇지!
겨울이니까 차가운 바람이 불겠지.
아니야!
사람들은 겨울에 따스한 바람을 원하겠지.
난!
사람이니까!"
화가는 바람을 향해 돌아섰다.
무슨 말을 할까 망설이는 듯 보였다.
바람은 캔버스 앞에서 요동쳤다.
휙 소리가 날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
하마터면
캔버스가 이젤에서 떨어질 뻔 했다.
"히히히!
파란 바람을 불어 볼까.
내 앞에 가득 쌓이는 재물!
바람이 준 선물.
누구에게 줄까!
바람의 선물."
차가운 바람이 노래 부르고 있었다.
"히히히!
차가운 바람에게 붓을 준 화가!
마음이 갈대라더니
내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화가 탓일까!
아니면
뼛속까지 파고드는 근심 걱정일까!"
차가운 바람은 요동치며 붓을 움직였다.
바람이 부는 대로 붓은 찰나의 순간을 캔버스에 담았다.
바람이 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화가는
큰 시련을 겪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화가는 바람을 타고 날았다.
하늘을 훨훨 날았다.
곧
천상에 닿을 것만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들판의 무성한 꽃잎들이 내 앞에 뚝뚝 떨어졌다.
아니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바람을 막고 있었다.
아니 틀렸다.
꽃잎이 나를 찾아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볼을 스치고 사라졌다.
차갑지도 따스하지도 않은 바람이었다.
꽃 같은 바람!
아니
햇살 같은 바람!
아니야!
달 같고 별 같은 바람이었다.
바람은
폭풍우가 되었다.
거센 파도가 되었다.
캔버스를 향해 돌진하는 바람이었다.
바람은
멈춰 서서 캔버스를 응시했다.
캔버스에 그린 돛단배가 사라졌다.
거센 풍랑을 만난 듯 했다.
"어디로 갔을까!"
바람은 사라진 돛단배를 찾는 듯 했다.
그 돛단배는
화가의 가슴 깊은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돛단배는 부서지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화가는 차가운 바람과 캔버스를 향해 다가갔다.
화가가
캔버스에 왔을 때 차가운 바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캔버스에 바람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혹시
캔버스 뒤에 숨었을까."
화가는 궁금했다.
"인사도 못했잖아!
어떡하지."
화가는 캔버스 그림보다 차가운 바람에게 인사하는 게 중요했다.
"어디로 갔을까!
차가운 바람이 따스한 바람으로 바뀐 걸까."
화가의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돌아본 순간!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좋아!
바람이 준 선물이 좋아.
언제나
맘에 들어.
보기만 해도 재물을 물어다 줄 바람같은 그림이야!"
화가는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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