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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좋은 날!-3/이홍전 작가

0066

by 동화작가 김동석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






자연은

생성과 소멸의 연속이었다.

멈춘 듯

자연은 고요하고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화가가

바람을 타고 도착한 곳은 신비한 세계였다.

그곳은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경계의 불꽃이 강렬했다.


"날

내려주세요.

저는 더 이상 갈 수 없어요."

화가는 아직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싶은 대상과 이야기가 많았다.


"히히히!

이 경계만 넘으면 불사조가 될 수 있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

그래도

가지 않을 거야?"

하고 바람이 물었다.


"불사조!

그 전설 속의 새 말인가요."


"그렇지!

내가 숲에서 놀던 새를 이곳에 데려왔어.

그리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를 만들었지!

그래도

이 경계를 넘지 않을 거야?"

하고 바람이 물었다.


화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

아니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저는

자연으로 돌아갈게요.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오염시키고 싶지 않아요.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

그런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아요."

하고 화가는 말했다.


"히히히!

불사조가 그런 마음만 가졌어도 죽었다 살았다 하지 않았을 거야.

그 바보 같은 새가 욕심을 부렸어.

신들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준 타조와 함께 호수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혼자만 들어갔어.

그래서

오백 년이 되면 죽어야 하는 불사조가 되었어.

바보!

그때 타조에게 깃털 하나만 주었어도 영원히 살 수 있었는데 말이야.

깃털 하나도 주지 않은 새를 신들은 영원히 살 수 없게 저주를 내렸어."


"그게!

사실인가요.

타조가 날지 못하고 달리기만 하는 이유가 신들의 저주 때문인가요?"

화가는 궁금했다.


"그렇지!

타조는 신들의 저주를 받았지.

신들이

인간에게 준 불을 가져다주면 저주를 풀어준다고 했지만 타조는 싫다고 했어.

왜냐하면

불의 경계를 만들어 생명이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지킬 수 있었지.

그래서

날개가 없어서 가장 빨리 달리는 타조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줬지!"


"그럼!

타조는 저 불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어요?"


"그렇지!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타조만이 불의 경계를 넘어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들어갈 수 있지."


"그렇군요!

제가 바람을 타고 불의 경계를 넘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바람은 불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야.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먼지 하나 없게 청소하고 자연스럽게 소멸되지!"


"그럼!

바람도 죽는단 말이에요?"


"그럼!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가 영원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야.

타조가 날고 싶은 욕망을 버렸듯!

신들이 다시 불을 가져다 달라는 말도 안 듣고 날기를 포기한 희생정신이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지킬 수 있었던 거야."


"그랬군요!

자연이 영원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군요."

화가는 무엇인가 깨달음이 있었다.


불의 경계를 넘지 않아 다행이었다.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오염시키지 않아 좋았다.





천상의 하루는

지상의 하루와 다를 바 없었다.

생성과 소멸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천상의 신비함은 더 빛을 발했다.

지상의 가을처럼 온통 불바다 같았다.

생명이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지키는 불의 경계와 같았다.


가끔

바람은 천상의 불을 잠재우기 위해 불었다.

지상에서 바람이 불면 더 큰 불로 번질 수 있지만 천상에 부는 바람은 그렇지 않았다.

천상의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


타조가

천상의 불만 훔쳐가지 않았어도 바람은 천상의 불을 끄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천상에 있어야 할 불이 지상으로 내려갔다.

타조가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신들은 타조에게 저주를 내렸다.


바람은

지상으로 떨어지는 불길을 막아야 했다.

신들의 노여움도 잠재워야 했다.


"도망쳐!

아주 멀리 도망쳐야 살 수 있어.

불은 가져갈 생각 마!"

바람은 타조를 향해 외쳤다.


"싫어요!

지상에도 불이 필요해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

타조는 신들이 사는 곳의 불기둥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나 둘

깃털이 녹아내렸다.


신들은 몰랐다.

타조가 불기둥 속으로 뛰어들어 불을 훔쳐갈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바람만 지켜보고 있었다.


타조는

불 한 조각을 들고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바람은

타조 깃털에 불을 껐다.

지상에 떨어진 타조는 죽어갔다.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데려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죽어."

바람은 타조를 안고 달렸다.

지상의

모든 바람이 함께 했다.


천상의 신들에게 들키면 큰일이었다.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가 보였다.

갑자기

타조 깃털이 하나 둘 빠져나가 불기둥을 세웠다.


"세상에!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숨겨주다니.

이제 인간이 찾을 수 없겠다."

바람은 타조의 행동에 놀랐다.


타조는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들어갔다.

몸을 활활 태우던 불길이 잡혔다.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

타조를 품고 고요의 적막감이 흘렀다.

그림 이홍전 작가



신들은 알았다.

불사조가 오백 년 세월을 살고 죽는 이유를 알았다.

타조가 훔쳐간 불 때문이었다.


그 한 조각!

온전한 불속에서 탄생하지 못한 불사조는 영원할 수 없었다.

불사조가 죽어야 하는 이유였다.


천상의 신들은 타조를 찾았다.

하지만

바람의 도움으로 신들에게 들키지 않고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서 건강을 되찾고 있었다.


"나는 날개 없는 새!

천상에서 불을 훔쳐온 새!

나는 날개 없는 새!

불사조처럼 영원히 살 수 없는 새!

나는 날개 없는 새!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들어간 새!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새!

나는 날개 없는 새!"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서 타조가 노래 불렀다.


"타조야!

날개가 없다는 건 말이야.

너도

인간이 되었다는 뜻이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만물의 영장이 인간이란다.

타조야!

어떤 인간도 이곳에 올 수 없단다.

그런데

타조는 언제든지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올 수 있단다.

그러니

타조 넌 말이야.

만물의 영장보다 더 위대한 영장이란다!"

하고 바람이 말했다.


"타조야!

이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으면 여기 있어도 좋다."

하고 바람이 말하자


"싫어요!

저는 자연으로 돌아갈래요.

타조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바람을 이길 수는 없어요."


"아니다!

바람보다 넌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밖으로 나가 바람과 달리기 해보렴!"

하고 바람이 말하자


"아니요!

저는 바람을 이기고 싶지 않아요.

날개가 없으면 없는 삶을 살아갈게요!"

하고 타조가 말했다.


타조는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타조는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떠났다.

불의 경계에 타조가 다가오자

불기둥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바람의 말이 맞았다.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타조는 언제든지 올 수 있었다.


"이봐!

정말 안 갈 거야.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에 가서 물 한 모금만 먹어도 영원히 살 수 있는데!"

바람이 화가에게 물었다.


"아니!

저는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를 오염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화가는 욕심내지 않았다.

영원히

살고 싶지도 않았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캔버스에 그려주지.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

하고 말한 바람이 붓을 들었다.


'휙!

휘이익!

휘휙!'

바람은 춤췄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

화가도 덩실덩실 춤췄다.


"아니!

저것은."

화가의 눈이 커졌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멀리

생명을 잉태하는 바람의 호수가 보였다.





바람 불어 좋은 날!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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