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달라졌어요!-05

밥의 소나타!(팥&대추&팽이버섯의 밥)

by 동화작가 김동석

05. 밥의 소나타!

매일매일 밥 ᆢ밥의 소나타!(팥&대추&팽이버섯의 밥)






부엌을 가득 채운 음악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3악장이었다.

나는

오래전에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 속 주인공 소년이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에 빠져 몇 번을 본 기억이 났다.


누군가!

한 말이 기억났다.

피아노를 따를 악기는 없다.

하지만

피아노 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목소리라고 했다.


오늘도

글 쓰는 작가가 아닌 밥 짓는 작가가 되었다.

매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고 행복이었다.


어제

이 작가가 가져온 재료를 넣어 밥을 지을 생각이다.


"어디 볼까!

팥이랑 대추라니 오늘도 맛있는 밥이 탄생하겠군.

여기에

또 뭘 더 넣고 밥을 지으면 맛있을까!"

하고 말한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야채 칸에

쪽파, 시금치, 콩나물, 파래, 매생이, 양배추,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등이 있었다.


"그렇지!

팥과 대추에서 붉은색이 나올 거야.

그 밥에 팽이버섯이 좋겠구나."

하고 생각한 나는 팽이버섯 한 봉지를 꺼냈다.


재료를 준비했다.

대추와 팥은 이 작가가 적당히 삶아 와 밥 하기 좋았다.



밥의 소나타(팥&대추&팽이버섯)




재료를 준비하고 쌀을 씻었다.

머릿속에서 어떤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상상했다.

물론

맛있고 건강에 최고의 밥이 될 것이다.


"히히히!

붉은색과 하얀색의 조합이라.

<밥의 소나타>!

밥솥에서 피아노 리듬에 맞춰 춤추고 난리 나겠지.

히히히!

좋아 좋아."

나는 쌀을 씻고 물 양을 조절했다.


'딸랑딸랑!'

전화벨이 울렸다.

인간 심리학을 공부한 민 작가였다.


"네!

동화작가 김동석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밥 지으세요?"

민 작가가 물었다.

며칠 전에 <밥의 협주곡>을 같이 먹은 작가였다.


"오늘!

<밥의 소나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3악장 리듬에 맞춰볼 거야.

왜?"


"선생님!

아직 밥 하지 않은 거죠?"


"그렇지!

지금 막 쌀을 씻었어."


"선생님!

그럼 밥 도시락 네 개만 부탁합니다.

제가 모시러 갈게요!"

민 작가는 밥 도시락을 부탁했다.


"뭐라고!

그럼 쌀을 더 넣어야 하잖아.

이런!

재료가 부족하지 않을까!"

나는 걱정되었다.

재료는 항상 4인 기준으로 준비했다.


"선생님!

도시락에 재료를 조금만 넣어주세요.

그럼 되잖아요!"

민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알았어!

아무튼 도시락을 싸 봐야지.

맛이 없어도 날 원망하지 마!"


"네!

선생님 기대하고 있을 게요.

<밥의 소나타>!

혹시

<밥의 협주곡> 보다 더 맛있으면 어떡해요?"


"설마!

나는 아직까지 <밥의 협주곡> 보다 더 맛있는 밥을 짓지 못했어.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전화를 끊었다.

밥솥에 쌀을 더 넣고 씻었다.


쌀 위에 팥과 대추를 넣었다.

대추가 가벼운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밥솥 쌀 위에 팥&대추





팽이버섯을 하나 더 꺼냈다.

갑자기 늘어난 숫자에 쌀과 팽이버섯만 더할 수 있었다.


"히히히!

밥은 될지 모르겠다.

완전히

밥솥 가득이군!"

나는 팽이버섯을 넣으며 걱정하고 있었다.

대충대중 하는 짓이 맛있는 밥이 안 될 것 같았다.



밥솥 위에 마지막 팽이버섯 가득 넣음




전기 코드를 꽂았다.

맛있는 밥이 되길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스위치를 눌렀다.


"히히히!

<밥의 소나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3악장에 맞춰 밥이 잘 되겠지."

하고 말한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


"이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3악장이 끝났잖아."


음악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가 흐르고 있었다.


"할 수 없지!

피아노나 바이올린이나 소나타잖아.

그러니까

맛있는 밥이 잘 될 거야!"

나는 밥솥을 의심하지 않았다.

분명!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을 해줄 것으로 믿었다.



밥의 소나타!



오늘도

같이 점심을 먹을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작가님!

오늘은 무슨 밥을 했습니까?"

하고 박 작가가 물었다.


"오늘은!

<밥의 소나타>!

피아노 선율에 리듬을 타고 춤추는 밥을 지었지.

아마!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거야.

히히히!"


"세상에!

둘이 먹다 둘이 죽으면 어떡해요.

그럼!

송장을 치워줄 사람이 없잖아요."


"그럼!

박 작가는 굶어.

셋이 먹다 셋이 죽으면 박 작가가 셋 송장을 치워주면 되겠군."


"아니요!

송장을 셋이나 치울 거면 밥 먹고 죽는 게 났겠어요.

호호호!"

박 작가는 죽어도 같이 죽고 싶었다.


"영원히 살겠다며!

그 열정은 어디로 간 거야."


"아니!

작가님 생각해 보세요.

송장 셋을 치우면 맛있는 밥 먹은 기억이 나겠어요.

그러니까

저는 맛있는 밥 먹고 같이 죽는 게 낫겠어요.

먹고 죽은 귀신 뗏골도 좋다고 했잖아요!"

박 작가는 절대로 혼자는 남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젊은 작가에게 부탁해 봐야지."

나는 그릇에 밥을 담으며 말했다.


"작가님!

밥 향기가 너무 좋아요.

이 향기에 <밥의 소나타>가 느껴져요!"

박 작가는 밥솥 가까이 다가와 밥 향기를 맡았다.


"그렇지!

오늘도 최애밥이 될 것 같아.

만약에 말이야!

<밥의 협주곡> 보다 <밥의 소나타>가 더 맛있으면 어떡하지?"


"걱정 마세요!

앞으로 천상의 신들이 내려올 밥도 지을 테니.

작가님은

아마도 천상에서 밥돌이로 데려갈까 걱정됩니다."

하고 박 작가는 맛있는 밥을 하루라도 먹지 못할까 걱정했다.


"이런!

천상의 신들이 이 밥을 먹으면 어떨까!

맛있다고 할까!

그나저나 천상의 신들은 어떤 밥을 먹을까!"

나는 갑자기 천상의 신들이 먹는 밥이 궁금했다.


"흰쌀밥이죠!

제사상에 흰쌀밥 올리잖아요.

아마도

천상의 신들은 흰쌀밥만 먹고 살 거예요."


"정말일까!

그렇다면 이 맛있는 밥을 먹게 되면 큰 일이군.

아마도

나를 바로 데려갈 것 같아!"

나는 갑자기 두렵고 무서웠다.


인간이

죽고 사는 게 신의 뜻이 아니던가!


"밥이나

맛있게 먹읍시다.

이런저런 생각하면 맛있는 밥도 맛이 없어져요.

아마!

작가님은 지상에서 밥을 수십 년은 더 해야 할 겁니다."

하고 박 작가는 농담 아닌 진심을 말했다.


박 작가는

밥 맛이 살아나 좋다고 했다.

밥도

제일 먼저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오늘 한 끼 맛있는 밥!(팥&대추&팽이버섯)/밥의 소나타!




"선생님!

양평에 사는 오 선생님에게 도자기 그릇 몇 개 부탁해야겠어요.

밥이 너무 맛있으니까 이제 밥그릇도 멋지면 좋겠어요."

김 작가는 갑자기 밥그릇 타령을 했다.


"김 작가!

욕심부리면 일찍 죽어.

너무 예뻐도 일찍 죽지만 욕심부리면 더 빨리 죽으니까 그만해."

나는 그릇에 욕심 없었다.

물론

내가 셰프라도 되었다면 그릇을 좀 더 멋지고 예쁜 것을 준비했을 것이다.


나는 달랐다.

음식찌꺼기가 나오지 않게 밥을 해 먹는 게 좋았다.

된짱찌개에 쪽파나 양파 뿌리를 넣고 끓였다.

사람들은

처음에 이게 뭐냐고 물었다.

자세히 설명해 주자 맛있다며 잘 먹었다.



밥의 소나타!(도시락 배달)




<밥의 소나타>!

도시락을 네 개 쌌다.

사실

밥을 가져다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글 쓰는 작가가 아닌 밥 짓는 작가가 되었다.

언제까지

밥 짓고 맛있는 밥 먹고 글 쓰는 재미가 끝날 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맛있는 밥을 짓고 그 밥을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밥 짓고 이야기하면 소년처럼 볼이 붉어졌다.



오늘 한 끼!

밥 걱정하는 사람들아.

밥에 정성을 담았더니 내 몸이 건강하다고 말한다.

오늘 밤에는

<밥의 소나타>를 음미하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오래오래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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