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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옳은 게 아니야!/이홍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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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너만 옳은 게 아니야!







두 의자는 말이 없다.

누군가

기다리는 의자나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더욱 아니었다.


"이봐!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등받이 없는 건 의자가 아니야!"

하고 등받이 있는 의자가 옆에 묵묵히 있는 의자에게 말했다.


"뭐라고!

의자가 아니라고.

너만

의자라는 것이지!"

등받이 없는 의자는 기가 막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등받이 있는 의자가 미웠다.





의자 작품 이홍전 작가 /양평카포레 갤러리






긴 시간이 흘렀다.

갤러리에 엄마손 잡고 들어오는 소년이 있었다.


"엄마!

이것도 의자일까요?"

하고 소년이 엄마에게 물었다.


"아니!

의자가 아니지.

그건

작품이야!

예술 작품이라고 해야지."

하고 엄마는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

이런 것이 작품이면 나도 전시 하겠어요."

그 소년은 학교에 있는 의자를 생각했다.


"그렇지!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런데

이런 의자에 색을 입히고 누가 먼저 전시하는가가 중요하지.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작가가 대단한 거야.

아들!

이 전시를 보고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

그렇다면

이 의자는 보는 사람의 영혼을 터치해 준 거야.

그러니까!

사물을 볼 때

어떻게 생각하고 보는 게 중요한 거야."

하고 엄마는 아들에게 긴 설명을 했다.


소년은

말이 없었다.


"엄마!

앉아도 될까요?"


"앉아!

의자는 작품이며 동시에 쉬어가라는 의미이니."

엄마는 쉽게 말했다.


소년은 망설였다.

천천히

의자 앞으로 다가갔다.

두 의자를 번갈아가며 앉았다.


"어때!

앉으니까 좋아?"

엄마가 물었다.


"!

이게 더 편해요."

하고 소년은 등받이 없는 의자를 가리켰다.


"설마!

등받이 의자가 편하겠지."


"아니라니까요!

앉고 뒹굴고 할 수 있는 게 편해요.

자유가 있는 것 같아요!"

소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엄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린 아들이

자유란 말을 하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의자 작품 이홍전 작가 / 양평카포레 갤러리






색만 다를 뿐

디자인이 똑같은 의자 두 개가 있었다.


"엄마!

어느 의자에 앉고 싶어요."

소년이 물었다.


"아무거나!

같은 디자인이니까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에 앉을 거야."


"아들은!

어느 의자에 앉을 거야?"

하고 엄마가 물었다.


"난!

모르겠어요.

우선

색이 맘에 드는 의자에 앉고 싶어요."


"그럼!

어느 색 의자?"


"난!

블루가 좋아요."

그 소년은 블루 의자를 선택했다.


엄마는

아들과 생각이 달랐다.

서로 다름의 의자가 영혼을 터치하고 지나갔다.


"왜!

몰랐을까.

엄마와 아들도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걸!"

엄마는 달라져야 했다.

내 자식!

내 아들이지만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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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국립장식박물관/제자들과 작품의자에 앉았다!(직원 동의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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