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1
목마와 패션!
목마는 말이 없다!
누군가 와서 말을 걸어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목마를 치우세요!"
"다 썩어가는 목마!
좀
버리세요."
"카포레에 어울리지 않아!"
사람들은
벌거벗은 목마를 싫어했다.
썩고 부식되는 목마를 싫어했다.
"속도 모르고!
버릴 때가 있는 법.
그때는
어련히 버릴까!"
사라 김도 목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묵묵히
하루하루 카포레는 시간을 맞이하고 또 보내야 했다.
벌거벗은 목마&카포레 전경
"옷을 입혀야지!
아주
근사한 옷을 입혀 줘야지."
사라 김은 벌거벗은 목마에 입힐 옷을 찾았다.
"어떻게!
죽어가는 목마를 살릴 수 있을까.
목마와 숙녀!
시인 박인환이라도 환생시켜 볼까."
사라 김은 <목마와 숙녀> 시 한 줄을 읽었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어쩜!
내 맘을 이리도 잘 알고 있을까.
<목마와 숙녀>
이 시의 주인공이 나 같아."
사라 김은 벌거벗은 목마를 보고 박인환의 시를 가슴속 깊은 곳에서 꺼내 읽었다.
색의 마법사!
이홍전 작가가 카포레를 방문했다.
"작가님!
벌거벗은 목마를 어떻게 할까요?"
사라 김은 이 작가에게 물었다.
"대표님!
말은 벌거벗고 뛰어노는 걸 좋아합니다.
목마에게 무슨 웃을 입힌다고!
그냥
놔두세요.
저 근육들을 보세요.
얼마나 멋져요."
하고 말한 이 작가는 벌거벗은 목마를 바라봤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님!
벌거벗은 목마에게 옷을 입혀주세요.
더 늙고 병들면
이곳을 떠나야 하잖아요.
아직
저와 동행할 이유가 있는 목마입니다."
사라 김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 작가에게 말했다.
"네!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작가는 쉽게 행동하지 않았다.
이 작가는
카포레에 오는 날이면 벌거벗은 목마를 기웃거렸다.
"춥지!
부끄러워 말도 하기 싫지.
아니
하루라도 빨리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한 줌 재가 되고 싶은 거지!"
이 작가는 벌거벗은 목마 곁에 서서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세상은
어리석은 자들의 놀이터였다.
벌거벗은 목마를 흉보고 꼴불견이라 말했다.
"아직!
사진 찍으러 올 사람이 남았어요.
벌거벗은 목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사진 찍을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그다음에는
맘대로 하세요.
아궁이에 넣고 불을 피우던지 아니면 뒷산에 던져 버리던지 맘대로 하세요."
벌거벗은 목마가 한 마디 했다.
"오!
너도 세상을 볼 줄 아는구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어리석은 목마인 줄 알았는데.
그래!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이 작가는 벌거벗은 목마가 신령스럽게 보였다.
목마에 옷을 입히다 / 이홍전 작가
이 작가는
물감을 챙겼다.
벌거벗은 목마에게 옷을 입혀줄 계획이었다.
"사라 김!
카포레 대표가 패션디자이너였지.
어렵군!"
이 작가는 벌거벗은 목마에 옷을 입히는 게 두려웠다.
혹시
사라 김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작가님!
그게 뭐예요.
패션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어떻게 해요."
어젯밤 꿈속에서 사라 김이 한 말이 생각났다.
"패션!
난 그림 그리는 사람.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데!"
이 작가는 이마에 주름살이 하나 늘었다.
"모르겠다!
내 맘대로 일단 작품을 완성해 보자.
아니!
그건 아니지."
이 작가는 하얀 물감통을 열고 또 망설였다.
카포레에 바람이 불었다.
붓에 물감을 묻히자 바람이 움직였다.
벌거벗은 목마는 조금씩 사라져 갔다.
누군가는
벌거벗은 목마를 찾았다.
"이게 뭐야!
세상에 이런 목마가 어디 있어."
누군가는
또 맘에 안 든다고 말했다.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한탄한 들!
나는 안 들으면 된다."
이 작가는 바람이 부는 대로 붓을 맡겼다.
눈 온 후 카포레 전경
하루하루
벌거벗은 목마는 옷을 입고 있었다.
"히히히!
누군가는 <목마와 숙녀>를 생각할 거야.
나를 욕하진 않을 거야!"
이 작가는 생각했다.
"이봐!
옷을 입은 목마야.
기분이 어때!
좋지."
이 작가는 붓을 내려놓고 물었다.
목마는 말이 없었다.
벌거벗은 목마가 더 좋은 것 같았다.
아니
이제야 옷을 입은 게 더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
너무 훌륭하다.
진작!
그렇게 옷을 입혀주지."
사라 김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벌거숭이 목마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나는
그 목마가 더 좋았는데!"
또
사람들은 말했다.
"패션의 즉흥 환상곡이 완성되었군!
벌거벗은 목마는 하늘에 있고
여기!
카포레는 옷을 입은 목마가 사람들을 기다리는 군."
바람이 불자
사람들 이야기가 들렸다.
그 사이로
남한강이 얼어붙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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