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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좋은 날!
사람들은
욕망의 흔적을 찾았다.
자연의 흔적!
신들의 흔적!
마법의 흔적!
욕망의 흔적!
바람은 지웠다.
지우고 또 지웠다.
인간의
사악한 욕망이 찾지 못하도록 흔적을 지웠다.
그런데
화가는 알았다.
멈추지 않는 욕망의 늪!
그곳에
머무는 바람은 앙칼지고 날카로웠다.
숨 쉴 수 없는 혹한의 바람이었다.
화가는
붓을 들었다.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붓을 들고 따라갔다.
"이봐!
붓을 들고 있으면 어떡해.
바람 따라 춤을 춰봐!
아니
붓을 줘봐!"
바람은 화가에게 붓을 달라했다.
'휘익!
휘이익.'
바람은 붓을 들고 춤추며 나아갔다.
그림 이홍전 작가
'휘이익!
휘이이익.'
바람 소리는 강렬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아니
그것은 붓이 캔버스에 스치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을 치유하고 있었다.
"봐봐!
인간을 치유한다며.
제발!
너나 잘 치유하고 살아.
누구도
너의 흔적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 길을 따라가봐!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거야."
하고 말한 바람은 붓을 화가에게 주었다.
붓을 든 화가!
긴 침묵이 흘렀다.
"흔적을 지우고 싶었는데!
흔적을.
내 삶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는데!"
먹먹했던 가슴이 뻥 뚫렸다.
붓을 든 화가!
욕망의 늪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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