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빌어 봐!
미륵(석조불두상)은
천 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낮에는
새들이 찾아와 놀고 갔다.
밤에는
산토끼. 노루. 뱀. 들쥐가 놀다 갔다.
미륵은 외롭지 않았다.
미륵은
누군가 찾아와 소원을 빌면 들어줬다.
그런데
가뭄에 콩 나듯이 찾아오는 사람들은 몇 안되었다.
"미륵님!
저를 기다렸군요.
천 년의 세월 동안!
저를 만나기 위해 꼭꼭 숨어 지냈군요."
나는 미륵의 몸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기다렸지!
또 기다릴 거야.
처음에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아.
기다림은
시간과 같은 거야!"
끝이 없는 거지."
미륵은 기다림에 익숙해졌다.
소원을 들어주는 미륵!
그것도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미륵.
그런데
천 년을 기다려도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는
오늘에서야 미륵 앞에 섰다.
이제야
가슴에 품고 있는 소원을 빌었다.
"소원을 말할게요!
너무 늦지 않았죠.
죄송해요.
이제야 찾아왔어요."
나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소원을 빌었다.
"다 알고 있다!
걸어오는 순간 다 들었다.
가슴에 품은 소원!
시간이 필요한 것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꿈꾸는 일도 다 이뤄질 것이다."
하고 미륵이 말했다.
기다림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다.
하지만
미륵은 천 년을 기다렸다.
누굴
기다린 것일까!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런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미륵은
역사의 진실을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
미륵 앞에 서있는 게 미안했다.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누구의 손에 의해 조각된 작품일까!
궁금했다.
나는
미륵 앞에 앉았다.
석조불두상(영광군)/통일신라시대
나는
천 년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미륵님!
이야기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신라의 달밤부터 이야기할까.
아니면
어제 있었던 일부터 이야기해 줄까!"
미륵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륵님!
저는 미륵이 되어도 좋습니다.
천 년 만 년 걸려도
미륵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싶습니다."
나는 미륵이 되어도 좋았다.
낮에
새가 와서 미륵의 이야기를 듣고 가듯!
밤에
산토끼, 노루, 뱀, 들쥐가 와서 미륵의 이야기를 듣고 가듯!
빛과 어둠, 바람과 시간이 미륵의 이야기를 듣고 가듯!
나도 미륵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많은
토굴꾼들이 훔치려고 했지!
그런데
그들은 꿈을 이루지 못했어.
나는
묵묵히 지켜봤어.
낮에 찾아오면 새들이 방해하고
밤에 찾아오면 뱀들이 나타나 토굴꾼 몸을 칭칭 감았지.
그 뒤로 미륵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돌았어.
벌써
천 년의 세월이 흘렀군!"
미륵의 이야기는 전설 같았다.
천 년의 세월!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나는
미륵이 돼 가고 있었다.
미래가 아닌
과거 속으로 들어갈수록 나와 미륵의 관계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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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두불상(영광군)/통일신라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