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길!

유혹에 빠진 동화 202

by 동화작가 김동석

아름다운 손길!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고집부리면 더 아프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부러지고 고장 나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냥 놔두면 녹슬고 쓸 수 없게 된다.


부러진 의자는 고집부렸다.

그냥

부러진 채로 살고 싶었다.

누구 말도 듣지 않았다.

화가는 달랬다.

부러진 의자를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았다.

찬 바람이 불었다.

더 아프기 전에 고쳐야 했다.

나무가 썩어 못쓰게 될까 걱정했다.

다행히

부러진 의자는 의지가 강했다.

화가는

못과 망치를 들었다.

나무 조각도 몇 개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수술을 해야겠다!

봄비가 내릴 거야.

비를 맞으면 안 돼.

다리가

더 썩기 전에 수술을 하자."

화가는 부러진 의자 앞에 서서 말했다.


"난!

늙었어.

이제 땔감이나 하면 될 거야.

그러니까

힘들게 고생할 필요 없어."

부러진 의자는 아직도 고집부렸다.


"늙다니!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아직도 이팔청춘 같은데.

아무튼

난 부러진 다리를 고쳐야겠어.

그래야

내가 잠을 편히 잘 수 있을 거야."

화가는 망치를 들었다.


'뚝딱! 뚝딱!'

못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겨울바람이 몰아쳤다.

화가의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조금 기다려!

옷도 예쁘게 입혀줄 테니."

하고 말한 화가는 망치를 들고 돌아갔다.


빨강 구두와 부러진 의자!/사진 김동석



부러진 의자!

빨강 구두로 동화를 썼다.(빨강 구두와 부러진 의자! (brunch.co.kr)

그런데

의자를 고쳤으니 어떡해야 할까.

동화를 지워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하고 넘어갈까.

오늘

부러진 의자를 고쳤다는 사진을 받았다.

보기 좋았다!

부러진 곳을 고쳐줘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어딘가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동화의 주인공!

빨강 구두와 부러진 의자.

이제

뭐라고 해야 할까!


빨강 구두와 튼튼한 의자!/사진 이홍전 작가



부러진 의자를 고쳤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의자였다.

아마도

사랑이 필요했던 것 같다.

누군가

손을 내밀고 밀고 당겨주자 튼튼한 의자가 되었다.


아프면 슬프다.

슬퍼하면 더 아프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기를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마라.

제발!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인사하는 사람이 되자.







#빨강 구두 #부러진 의자 #양평 카포레

빨강 구두와 부러진 의자!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