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1년 6개월 만이네요. 작가 신청을 한번만에 붙어놓고 글을 딱 두 편 올린 뒤 여태 브런치를 방치했던 이유는 딴거 없고 제가 공무원이라서였습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다 민원인들 뒷담까는 글에다 공무원을 소재로 글을 계속 쓰러면 이해가 가지 않는 동료나 상사에 대한 이야기도 꺼낼 수밖에 없을 텐데, 만약 제 신상이 털리는 순간 저는 직위해제 당하는 거거든요.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가 그만두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뒷말이 돌았을 것임은 확신합니다.
알림도 1년 반 동안 확인하지 않고 있어서(이건 단순히 별 관심이 없었어서요.) 뒤늦게 제가 올린 글의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흠, 이 알림을 보니 어차피 면직할 거였는데 계속 브런치에 글을 올렸으면 뭐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건 전직 공무원의 신포도입니다.
면직하고 저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서 일하느니 공무원하겠다' 싶은 분들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저의 근무지에서는 차마 밝힐 수 없던 이유가 있는데 여기에는 시원하게 털어놓을 테니까요. 이걸 듣고도 이해가 안 가시면 어쩔 수 없고요. 그리고 솔직히 저는 그 조직에 있으면서 제가 거둔 성취를 후려치는 이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여실히 목격했기 때문에 저와 세상 보는 시야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 존재를 납득받으려 애쓰는 데에 신물이 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올릴지 대강 계획은 짜두었습니다. 스포일러를 좀 해드리자면요.
53살 남자 동장이 26살 여자 9급한테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라고 수십 번은 말했던 것
공무원 월급에 1년에 자취하면서 1000만 원을 모았는데 정작 면직 후에 그 조직에선 내가 부잣집 딸이라고 소문이 나있던 것
과장님께 컨펌받은 문서에 계장님이 꼬투리를 잡으셨는데, 계장님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더니 '글을 더럽게 못쓰고 머리도 나쁜 애'가 되어버린 것
우선은 이 정도로 어그로를 끌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브런치를 방치하지 않고 꼭꼭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실 공무원으로 일하던 1년의 기간 동안 저는 브런치에 올린 글 두 편(글자 수로 따지면 공백포함 1만 5천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업무를 위해 쓰는 보도자료나 공문 같은 것은 제외하고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은 죽어도 쓰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나 이 '글이 안 나와' 병은 면직 후 3개월 만에 완치되었고 지금은 내가 이 재미를 잊으면서 살아왔다니! 하는 후회 덕(?)에 모터달린 듯 글을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부디 제 브런치에도 모터가 달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