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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원present Nov 05. 2023

고구마가 준 상처

더디어 6천평 고구마 농사가 끝났다.

  봄부터 시작한 고구마 농사 수확은 11월 7일 양력, 음력으로 입동즈음이다.이때까지 밭에서 마무리 수확을 끝내야 한다. 전설과 같은 동네 어른들의 입에서 전해져 오는 명언이기도 하다.

낮의 온도가 아무리 따뜻해도 밤기운이 땅속 고구마에게 영향을 주어 이고구마는 실온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썩어버려 길게 보관이 되지않는 이유이다. 찬기운이 고구마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것이 분명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6천평이라는 욕지에서는 대농에 가까운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 심기는 우리 부부를 따라올 농가가 그의 없다. 결국 기계화, 젊은 인력모두가 뒤받침 되야 하는것이다. 젊은시절 소 쟁기질하며 호령하던 고구마농부는 먼 옛날 얘기에 미소만 말없이 띄우는 백발의 옆집 할아버지 이야기다.


우체국 집배원 일이 끝나면 고구마 밭에 붙들려 산다. 지금 주어진 젊은날 할수 있는 만큼 해보자 우리도 백발의 할아버지 처럼 주역과 같은 정해진 삶은 어느날 찾아 올 것이다.

생각과 달리 매번 고구마 농사는 망친다.입이 아플 정도의 당부와 행동들은 현실과 다르게 움직인다.

풀과의 전쟁이 끝나면 멧돼지와의 전쟁이 기다린다. 그리고 자연마저 가뭄과 비를 주책없이 조절하는 정신없는 전쟁터 속에 건진 상처투성이 고구마들이다.


6천평에 얻는 소득은 많지 않다. 해년마다 찾는 단골 고객에게  감사한 보답 만큼이다. 

애지중지 고구마들이 박스에 담겨 내손을 떠나는날 뭉클함도  같이 온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애지중지 나를 떠난 고구마들이 고객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있다. 내 기준의 설득이나 이해는 필요없다. 고객이 내게 상처난 고구마를 냅다 집어 던진다.피할수 없이 맞고는 몇날 몇일 아파서 운다.

일부러 섞은 고구마를 담지 않았을 것이고 크고 작고의 기준도 못생기고 잘생긴 기준도 극히 이해할 정도의 바운드리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내 맘대로 되는건 아무것도 없다. 


 한겨울 몸도 마음도 고구마가 준 상처로 움츠려 많은 생각을 할것이다.

파릇파릇 봄이면  큰 기대를 갖고 고구마 심기를 또 할것이고, 6천평이 아닌 점차 줄어드는 경작 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간절함은 '칼융'의 동시다발성의 이론처럼 고구마 농사의 기쁨을 가져다 줄것이라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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