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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Aug 31. 2024

사랑에 빠진 자의 스토킹

2024년 어느 봄날

학교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집에 산다. 하교 시간이면 창가에 서서 교문 앞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녀석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녀석이 교문을 나서면 그 발걸음 따라 시선을 옮기다 조금 가까이 내 목소리가 들릴 거리에 오면 '우쭈야~~~'를 외친다. 그럼 그쪽에서 손을 흔들고 나도 따라 손을 신나게 흔든다.

가끔은 집안일하다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몇 차례 반복되어 식상하다.. 싶어 져 그냥 계단 올라오는 발소리에 귀 기울이다 현관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날씨가 더워진 지난주엔 문을 열어 두었더니, 보통은 "댕겨왔습니다~~~"라고 하는데, 본인도 변화를 주고 싶었는지,  "왔어요~~~"라며 집안에 들어섰다.


어제는 교문 나서는 모습을 창가에서 보고 얼른 거실을 가로질러 돌아 나와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데, "잘 가~~"라는 인사 소리가 들려 얼른 가서 창밖을 보니, 어느 여자 아이가 인사하곤 헤어져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들어오는 녀석에게 물으니, "○○○이야"라고 답한다.

아... 2학년 때 (녀석은 3학년) 같은 반 친구로 들어봤던 이름이네~


오늘은 또 그 시간에 시선 고정하고 기다려본다. 아하.. 더웠구나~! 아침에 입고 갔던 카디건을 한 손에 들고 신나게 돌리며 , 특유의 귀여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다! 녀석을 막 부르려는 찰나~


"야~ ~!!!"

"왜~!!"

"같이 가~!!"

"싫어~!!"

어제 그 여자아이네~

너무도 궁금한 다음 상황~!!!

건물 돌아서 걸어오는 모습이 잘 보이는 창문으로 자리를 옮겨 카메라를 들이대고 기다린다~!!

히히.. 같이 나란히 걸어오네~~~^^

그냥 좋다~

나의 귀요미가 다른 친구.. 그것도 여자 친구 외침의 대상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그 외침의 행위자가 아니고 대상이라서 더 좋은 걸 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세상살이. 나의 아이들이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인가보다. 쉽지 않은 인간관계 상처 없이 살 순 없겠지만 하나하나 잘 넘겨가며 큰 탈 없이 잘 자라주길 바란다.


[엄마 눈에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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