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자의 스토킹

2024년 어느 봄날

by 날마다 하루살이

학교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집에 산다. 하교 시간이면 창가에 서서 교문 앞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녀석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녀석이 교문을 나서면 그 발걸음 따라 시선을 옮기다 조금 가까이 내 목소리가 들릴 거리에 오면 '우쭈야~~~'를 외친다. 그럼 그쪽에서 손을 흔들고 나도 따라 손을 신나게 흔든다.

가끔은 집안일하다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몇 차례 반복되어 식상하다.. 싶어 져 그냥 계단 올라오는 발소리에 귀 기울이다 현관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날씨가 더워진 지난주엔 문을 열어 두었더니, 보통은 "댕겨왔습니다~~~"라고 하는데, 본인도 변화를 주고 싶었는지, "왔어요~~~"라며 집안에 들어섰다.


어제는 교문 나서는 모습을 창가에서 보고 얼른 거실을 가로질러 돌아 나와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데, "잘 가~~"라는 인사 소리가 들려 얼른 가서 창밖을 보니, 어느 여자 아이가 인사하곤 헤어져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들어오는 녀석에게 물으니, "○○○이야"라고 답한다.

아... 2학년 때 (녀석은 3학년) 같은 반 친구로 들어봤던 이름이네~


오늘은 또 그 시간에 시선 고정하고 기다려본다. 아하.. 더웠구나~! 아침에 입고 갔던 카디건을 한 손에 들고 신나게 돌리며 , 특유의 귀여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다! 녀석을 막 부르려는 찰나~


"야~ 차○~!!!"

"왜~!!"

"같이 가~!!"

"싫어~!!"

어제 그 여자아이네~

너무도 궁금한 다음 상황~!!!

건물 돌아서 걸어오는 모습이 잘 보이는 창문으로 자리를 옮겨 카메라를 들이대고 기다린다~!!

히히.. 같이 나란히 걸어오네~~~^^

그냥 좋다~

나의 귀요미가 다른 친구.. 그것도 여자 친구 외침의 대상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그 외침의 행위자가 아니고 대상이라서 더 좋은 걸 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세상살이. 나의 아이들이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인가보다. 쉽지 않은 인간관계 상처 없이 살 순 없겠지만 하나하나 잘 넘겨가며 큰 탈 없이 잘 자라주길 바란다.


[엄마 눈에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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