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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Aug 30. 2024

이건 비밀이야


방과 후 수업을 다녀온 초3 둘째 녀석 가방을 뒤적여본다. 개학 후 첫 수업이다.


"우쭈야, 오늘도 애니메이션 시간에 그린 그림 가져왔어?"


그림을 썩 잘 그린다고는 못 하겠는데 녀석이 좋아하니까 엄마는 열심히 응원해 주고 있다. 만화 애니메이션 시간에는 여러 가지 활동을 작품으로 만들어서 보내주시는데 결과물이 그럴싸해서 나도 보는 재미가 있다.


"아니~"


아.. 오늘 그린 것은 또 다음 주가 되면 하나의 작품이 되어서 돌아오겠구나. 기다려진다.


가방을 뒤적이다가 맛동산 봉지가 보인다. 방과 후 시간에는 선생님들께서 준비해 나눠주시는 젤리나 작은 초콜릿 과자 같은 것을 받아오곤 하는데 이렇게 과자를 한 봉지 통째로 받아오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물었다.


"우쭈야, 이건 뭐야? 아빠가 좋아하는 맛동산이 들어있네~~"

"응, 그거 담임 선생님이 주신 거야~"

"담임 선생님을 어떻게 만났어?"

"응 A반 수업이 안 끝나서 (녀석은 B반 수업을 듣는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와보래. 그래서 갔더니 이거 주셨어. 근데 다른 친구들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뭐야 뭐야 이 기분 뭐지? 내 아들이 담임 선생님의 특별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선생님이 부반장 돼서 엄마가 좋아하셨냐고 물어봤어"

"그래? 엄마가 좋아했다고 말하지"

"응~  그렇게 말했어~"


생각해 보니 둘째 아이의 반 교실 바로 옆 컴퓨터실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방과 후 수업이 있으니 담임선생님을 마주칠 수도 있었겠다 싶다. 어떻게 선생님을 만났느냐는 바보 같은 질문을 생각도 해보지 않고 해 버린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내 아들이 담임선생님의 이쁨을 받고 있다는데... 아이들이 생기니 내 아이를 예뻐해 주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내 일이 잘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 몇 배로 아이들의 성과가 기쁨으로 다가온다. 내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생기는 것, 학교에서 어떤 칭찬을 받았다거나 가끔 받아오는 상장들... 이런 것들이 얼마나 기쁜지 예전에는 알지 못하였다.


다음 주에는 큰 아이가 인생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나뿐 아니라 아빠도 흥분했는지 오늘은 컵라면을 챙겨가라는 얼토당토않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끓인 물을 우찌 공수하라고 ...


모든 관심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힘을 준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내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오늘도 엄마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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