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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Aug 27. 2024

가는 날이 장날

2024. 4. 19

일부러 멀리 떨어진 마트로 운동 겸 산책을 간다. 오늘은 어제 조금(?) 무리했는지

몸이 무거워 폰도 두고 나섰다. 몸이 무거운 날엔 작은 폰조차 무겁다. 으이그... 저질체력!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꼭 그런 날 사진 찍고 싶은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트로 통하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 다리 건너 어딘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저거, 뭐지?

불이 났나?

아님 숯불구이하는 식당인가?

숯불 구이 식당 이라해도 저 연기는 너무한 거 아냐?


사이렌 소리도 없는 걸 보니 별일 아닌가 보다... 하는 순간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검은 연기는 흐려졌는데 불이 난 집은 눈에 안 들어오니 상황을 알 수는 없다!

근데.. 역시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이 상황에 폰 안 들고 나와 사진 못 찍은 것이 아쉽다. 맘이 이상한 쪽으로 쓰인다.

미쳤어~~~ 카스중독이야, 중독~!!!


마트 볼일 마치고 다른 쪽 다리 건너는데

다리 건너 길가에 늘어진 파라솔(장날이면 길가에 노점이 열린다)들이 보인다.


아하~!!!

오늘 진짜 장날이었네~!!!


[오늘은 장날 / 가는 날이 장날]


다리 건너 첫 번째 파라솔에서 참외를 사기로 맘 먹었다.마트에선 5~6개 한 봉지에 12000원이 넘게 붙어있어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그냥 나왔지만, 여긴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가지런히 놓인 노란 봉지가

"아마 만원일 거예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아저씨 얼마예요?"

"한 봉지에 만원입니다~"

"아.. 현금이 없는데 카드는 안 되겠죠.."

"계좌이체는 됩니다~!!"

본인 폰을 들고 나오시며, 이제 곧 확인 할테니 얼른 보내세요..라는 몸짓으로 자신 있게 말하시는 아저씨께 빈 가방을 보여드리며

"아... 오늘 폰도 두고 나왔네요..."

라는 슬픈 소식을 전해야 했다.ㅠ

(하루종일 손님만 기다리실 텐데...)


"이따 다시 올게요~"라는 인사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이셨던 아저씨는 내가 집에서 현금 만원을 챙겨 돌아갔을 때 환히 맞아주셨다~!!! 

아깐 보이지 않던 아주머니께서는

"이건 껍질까지 먹어도 돼요~!"

라시며 톤을 높인 목소리로 기쁨을 표하셨다.  목소리 톤엔 감정이 실려 있었다. 고단한 기다림의 일상도 숨어 있었다.


너나 나나 요즘 돈 생기는 일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사람 맘 다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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