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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험 무대

by 날마다 하루살이

큰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하던 지난달 한바탕 쓰나미가 나를 지나갔다. 본격적인 경쟁의 무대에 올려질 아이를 바라보는 불안함이 나를 괴롭혔다.


중학교부터는 학습량이 더 늘어야 할 텐데...

집에서 도통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엄마가 나서야 하나...

이제 슬슬 학원에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수학은 혼자서 해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란 확신은 있지만 영어도 공교육만으로 충분할 것인가...

등등...

그동안에는 고민의 범주에 들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그것은 오로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경쟁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려진 아이도 걱정되었지만 그걸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 상태가 더 큰 문제였다.


예전에 카카오스토리에서 일상을 나누던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중학생인 자녀의 시험 기간이 되면 본인도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고. 그리하여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진 나의 소식도 뒤늦게 보고는 댓글로 그 사정을 들려주곤 했었다. 그 친구의 딸은 결국 S대에 입학했고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며 꼬물꼬물 꼬맹이였던 나의 아이를 바라보던 나는 이제 불안이란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시기를 맞게 된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안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마침내 당사자에게 충고랍시고 던진 말에 돌아온 반응을 마주하고서 난 잠깐 멈칫할 수 있었다. 녀석이 나의 충고를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받아들이면 어쩌지...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일로 내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기다려 보자... 믿어 보자...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어제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반편성 배치고사를 보고 왔다. 시간이 부족해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단다. 그럼 찍어서라도 답안지를 제출했어야 하는데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요놈은 그냥 제출했단다. 정직한 것도 좋지만 요령도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이럴 땐 정직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평소엔 꺼내려면 조심스러웠던 얘기를 슬쩍 꺼내보았다.


"○○,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

"아는 것과는 달리 시험이란 것은 시간 내에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니까 평소에 충분히 훈련을 해야 해~"

"네~"


평소 같음 잔소리로 여기는 듯하여 듣고 있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충고하는 나조차도 기운 빠졌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다행인 건지 모르겠다. 안 하던 짓을 하려면 강제조항이 붙어야 할 텐데 학원보다는 스스로 해보겠다는 선택을 했다. 대신 엄마가 도와달란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비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 시간에 하기 싫어할 수도 있는 녀석을 자리에 앉혀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어느 정도의 실랑이를 포함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또한 내 아이에게 쏟을 에너지를 남겨둬야 한다. 그게 힘들어 녀석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아이 시간을 줄인다면 수입이 줄어들 테고... 그러면... 여러 가지 복잡한 선택사항들이 머리를 채운다. 복잡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만 머물러야 할 것이다. 아이에게 들켜서는 안 될 것이다.


자발적으로 공부를 선택한 아이에게 무한긍정의 에너지를 나눠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나의 체력부터 키워야겠다. 적어도 나의 문제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힘들겠지만 다독여 본다.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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