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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05. 2024

동아리 준비물

아이들은 믿어주면 된다

화요일은 6학년  아이의  요리 동아리가 있는 날이다. 보통은 전 날 준비물을 챙겨두는데, 어젯밤에 갑자기 떡볶이 떡을 준비하기로 한 친구에게 문제가 생겼는지 떡도 챙겨야 한단다. 아무래도 엄마께 묻지도 않고 본인이 덜컥 약속해 버린 친구였나 보다..

(떡.. 늘상 집에 준비된 식재료는 아니지~~)


어쨌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우리 집엔 특명이 내려진 셈! 해결 방법을 찾아라!  다음 날 등교 전 아침에 마트에 가서 엄마인 내가 사 오기로 결정! 마트 문 여는 시각 확인하고, 엄마가 다녀오는 동안 둘째 녀석 아침에 일어나기 힘드니  형아가 잘 깨우고 등교 준비 시켜놓기로 한다.

8시에 마트 문이 열리니 집에서 학교로 출발하는 8:30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7:50분도 되기 전에 이미 작전 시작~ 마트 문은 닫혀 있고 안을 들여다보며 닫힌 문을 밀어보니, 덜컹거리는 소리에 개점 준비 중이시던 직원분이 일부러 문을 따고 열어주신다.

조금은 불편한 상황이었음에도 문 열고 나의 요구사항을 어주신 직원분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난 극성이라는 반응을 피하고자 학교를 이유로 붙여본다. 수능 듣기 평가 시간에 온 세상이 정지하듯 학교라면 뭐든지 다 받아들여질 거 같아서...ㅎ


"저.. 학교 준비물로 떡을 좀 사야 하는데요... 떡이 혹시 왔나요?"

"아직 떡은 안 왔어요.."

"몇 시쯤 올까요?"

"8시 좀 넘으면 올 거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학교준비물이면 무엇이든 통한다! 어쩜 원래 친절하신 분이었을 수도 있겠다.

친절하게 응대를 받으니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었다. 친절한 응대! 가끔은 별일 아닌 일로 마트에서 기분이 상할 때가 종종 있는 게 사실이다.


주차장 한쪽에 서서 간혹 들어오는 차를 모조리 탐색한다.


저건 그냥 승용차..

저 트럭은 뭐지?

아.. 우유차였네..

아. 그럼 저건?

아.. 아니다. 마트 손님~


오늘따라 바람이 좀 부네..

주차장 구석이 썰렁하다..ㅠ


잠시 뒤 매장 입구 쪽 말고 뒤편으로 들어가는 승합차를 발견했다.


아, 저 차인가?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나와 바로 매장 쪽으로 가지 않고 차 뒤편으로 가신다! 나의 촉이 맞다면 내가 기다리던 바로 그것일 거야~!


좋아, 차 뒷문을 여세요..

우와~!!!!  내가 바라던 차 뒷칸에 쌓인 상자들~!!!

저거.. 떡이 맞나?

카트를 밀며 매장으로 들어가는 아저씨를 뒤따라가 보니 떡매대에 정리하고 계신다!

좋아~


떡볶이떡을 사 오란 임무를 마치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여니 오늘 이 소란의 당사자인 녀석이 문 열어주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본인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귀찮은 일을 해 준 사실에 고마운 감정이 실려있는 듯하다.

'그렇게 막돼먹은 놈은 아니구나.. '

하며 또 내 새끼에게 안도의 마음을 품어본다.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녀석이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건, 유독 융통성 없어 보이는 녀석의 성격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알고 고마움도 느낄 수 있다면 믿어줘도 되겠다.


문 열고 들어서니 거실 가득 치약 냄새가 풍긴다~

"치약 냄새나네~~ 우리 우쭈 치카까지 다 한 거야?"

바지까지 갈아입고 등교준비를 마쳤다. 바지가 조금 삐뚤어진 것이 바삐 입은 흔적 같아 그 모습마저 귀엽다~♡


엄마가 있을 땐 늘 1분만, 1분만 하던 녀석이 엄마 없이도 등교 준비를 잘 마쳤구나~

엄마는 그냥 믿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물론 도와줬을 형아에게도 고마워~~~^^


[별것에 감동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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