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06. 2024

부모 그늘

어느 날 카카오 스토리에서

<옆집에서 날마다 날아오는 선물>

부모님 계시니
그 혜택은 고스란히 자식에게로~

계실 땐 몰랐다
그 혜택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지
그 부재가 드러나는 순간
...

고마운 옥수수, 고추, 가지를 받아 들고
갑자기 슬퍼졌다

[○○엄마는 좋겠다]

 

옆집에 둘째 아이 친구가 산다. 그 아이의 엄마는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데. 그 소리가 듣기 좋다. 예전에 내가 가르쳤던 학생과 결혼하여 아들 셋을 낳았으니, 난 나이차이가 많은 "언니"가 되었다.

어느 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왕래하기 시작했는데, 첨엔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  어느 날인가 "언니~"로 호칭이 바뀌었다. 어색하게 들렸던 호칭이 이젠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물론 그 집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더 가까워지긴 했다. (나는 수학 개인 교습자이다)


그 집안은 시댁도 친정도 모두 농사를 짓는 집안이어서 가까이 살면서 같이 농사일을 하기에 늘 먹거리가 풍족하다.

처음 가져다준 것이 상추였는데 첨 먹어보는 식감에 깜짝 놀랐다. 


"언니, 이거 드셔 보세요. 샐러드용이라 괜찮을 거예요"


'로메인'이라는 품종을 그때 처음 알았다. 보통의 상추와 달리 씹는 식감이 풍성했고 크기도 상당했다. 마트에서도 눈에 띄어 조금씩 사 오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와 식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뒤로 샤인머스켓이나 옥수수, 고추 등등... 가지 먹거리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답례로 카레나 돈가스, 잡채등을 일부러 많이 해서 조금씩 나눠주곤 했다. 서로 오가는 횟수도 잦아지고 집에 가져다주는 것들의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두세 번 그것들을 받아 들었을 때였나 보다.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올린 날이다.  해 질 녘 그날 방금 수확한 것들을 받아 들고는 눈물이 날 뻔했다. 고마워서가 아니라 너무 슬퍼서... 내가 가질 수 없는 또 하나의 결핍이었기에...


아빤 일찍 돌아가시고 엄만 대학 때부터 뇌졸중으로 쓰러지셔 병상에 누워계셨으니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온 내게 남들이 누리는 부모 그늘은 그렇게 내겐 슬픈 것이었다.


오늘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나물을  손에 들려 보냈다.  손에 들어왔을 땐 저녁 시간에 맞춰 금세 볶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였다. 맛난 양념 냄새 사이로 고마움이 피어올랐다.


선물 받고 눈물바람하던 때는 이미 오래 지났다.

이젠 고맙게 감사히 받아 맛나게 먹고 있다.

이제는 사양 같은 거도 하지 않는다. 

가슴속에 암덩어리 하나가 그날 툭 터져나가 버렸나 보다.


[ 슬픔은 터뜨리며 사는 거지]


오늘 온 공심채 나물 볶음 (처음 먹어 봄 )


작가의 이전글 동아리 준비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