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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07. 2024

사랑하는  나

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한다. 웃는 아름다운 얼굴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수수한 얼굴이 웃는 것도 좋아한다. 서영이 엄마가 자기 아이를 바라보고 웃는 얼굴도 좋아한다. 나 아는 여인들이 인사 대신으로 웃는 웃음을 좋아한다.

-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중에서 -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울 때부터 좋았다. 인사 대신 웃는 웃음. 뭔지 알 거 같다. 난 어릴 적부터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이 좋았나 보다.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관계 속에 녹아 있는 애정이 보인다. 요즘 교과서에는 어떤 화려한 글들이 실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글은 계속 읽혀야 하는 글이 아닐까.


글 속의 표현대로 그저 아는 이의 짧은 인사가 나도 좋다. 거의 매일 만나는 마트 직원 중에 따뜻하고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주는 여인이 있어서 좋다. 그 여인은 눈을 꼭 마주치고 인사를 하는데 살짝 기울이는 몸에서 배어 나오는 다정한 느낌이 좋다.  계산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따뜻한 기운을 같이 공유한다. 마트에서 나누는 '안녕하세요' 한 마디에도 진심을 담을 수 있음을 알았다. 나도 다른 직원과는 다른 맘으로 '안녕하세요'를 답으로 건네게 된다. 형식적인 그 인사말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여인의 '안녕하세요'가 좋다.


"아이들이 이 과자를 좋아하나 봐요. 매일 사시네요"

"오늘은 휴일인데 아침부터! 참 부지런하세요"


그 점원이 새로이 등장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엔 이런 질문까지 했었다.


"저... 전에 우리가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나요?"


너무 친절하고 살갑게 인사해 주셔서 내가 혹시 알아야 하는 분(혹시 학부모로서 마주친 적이 있을지)을 못 알아차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물었던 것이다. 여러 계산대 중에 그 여인이 지키는 계산대로 매번 가고 싶을 지경이다. 영동 하나로 마트에 가면 그래서 기분이 또 좋아진다. 


얼마 전엔 산책길에 가끔 마주치시는 슈퍼 아주머니께서도 인사를 건네주셨다.  남편과 산책길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 있는 작은 가게. 우리가 지나칠 때마다 슈퍼 안에서 매번 보셨을 수도 있다. 우린 그냥 지나치는 순간일 뿐이지만.

한동안 남편과 같이 다니다가 요즘은 혼자 다니게 될 때가 많아졌다. 가끔 보면 눈인사만 나누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혼자 걸어오는 나를 슈퍼 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눈치다. 가까이 닿을 거리에 오자 말을 붙이신다.


"오늘은 혼자네요. 일 나가셨나 보네"

"네~"


혼자 다닌 지 한참 되었는데... 말 붙일 기회를 찾다 오늘에 닿은 거 같아 더 반가웠다. 몇 차례 기회를 엿보았겠지. 첫인사, 그 이후론 인사가 좀 더 자연스럽다.


"오늘은 날씨가 참 뜨겁죠"

"네~ 그래도 걸을만해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에서 오가는 인사말은 그래서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된다. 그 말은 온전히 그 말의 의미로만 건넸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의 인사가 어색하지 않은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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