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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08. 2024

네가 모르는 것

나는 누나고 너는 내 동생이야

근처 가까운 곳부터 미용실을 다녔다. 그런데 미용사들은 이상하게도 익숙해지면, 혹은 익숙해지기 전에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 나의 감정을 흔드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내가 그렇게 쉬워 보이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으니. 미용실을 옮기고 마주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드디어 여섯 번째 미용실이다. 상냥하고 밝은 미용사는 손님을 기분 좋게 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몇 마디 나누다 우리가 서로 연결된 고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은 작은 읍 단위 도시로 웬만하면 한두 집 걸러 아는 사이가 많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 상냥한 미용사가 내  남동생의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론 더 편하게 드나들게 되었고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미용실이 생긴 것이 기뻤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남동생을 보면  그 친구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아마 그 친구와는 가깝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나 보다.  


일 년에 한 번 우리 4남매가 모두 모이는 날이 있다. 엄마 기일에 맞춰 산소를 찾아뵈는 날이다. 각자 결혼해 살고 있으니 명절에도 다 같이 한꺼번에 모여지기는 쉽지가 않다. 유일하게 4남매만 모이는 날은 일 년에 딱 하루인 것이다.

우린 모이면 시끌시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어릴 때부터 좋은 사이로 잘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무색하게 각자 결혼해 살고 또 여러 일들이 엮이면서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을 때였다. 그 변질되는 관계를 붙잡고 싶었나 보다. 난 자꾸 그 녀석에게 말을 건다.


녀석은 요즘  6살 된 아들 녀석 자랑에 빠져 있는데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자랑하느라 입이 마를 지경이다. 난 반복되는 그 이야기도 지루하고 가끔 만나는 그 짧은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우린 즐겁게 어떤 이야기든 유쾌하게 나누던 사이였으니 어떤 소재라도 던지고 싶었다. 녀석과의 대화가 두세 번 더 이어지길 바라면서...


녀석과의 대화 소재를 찾다가 그 미용사 친구 이야기를 가볍게 진짜 가볍게 섞었는데 돌아온 반응이 별로다.


"누나.. 나, 랑 별로 안 친해~~~"


그만 이야기하라는 소리다.

못 알아들을 만큼 내가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못 알아들을 정도의 어려운 해석이 필요한 말도 아니다.


하지만 난 가슴이 좀 시렸다. 내색할 순 없었다.

내가 너와 얼마나 얘길 하고 싶었으면 자꾸 관심도 없어 보이는 그 친구 이야길 했겠니...


너와 즐겁게 나누던 대화들이 그리웠던 것일 뿐인데...

적당한 소재를 찾지 못해 길을 잃었을 뿐인데...

잠시 그 길.. 같이 몇 걸음 걸어주면 안 되었니...


[너와 함께 몇 발짝 걸을 길을 찾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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