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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09. 2024

진단평가 결과

사교육에 대해 늘 생각해 봅니다

큰 아이 이번 학기 초였다. 6학년이니 중학교로 진학하기 마지막 진단 평가이다. 지금까지 진단 평가를 신경 크게 쓰진 않았었는데 중학교 입학을 앞에 두곤 신경이 좀 쓰였다. 중학교 공부에 잘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아야 했다.

작년 5학년 때 평가에선  아는 것을 틀린 거 같다며 많이 아쉬워했었기에 그런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몰라서 틀린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아는 문제를 틀렸다면 맘이 너무 안 좋을 것 같기 때문이고, 몰라서 틀리는 문제 또한 있다면 얼마나 많은지 체크해야 했다. 말로는 실수라지만 '실수'라 칭하는 것도 엄격히 따지면 정확히 모르는 것일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깊어졌다.


요 녀석은 다른 아이들처럼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스스로 공부하도록 두고 있다. 그렇다고 엄마가 숙제를 체크한다거나 문제집을 체크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사교육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지나친 사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요즘은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에게까지 사교육이 일반화되고 또한 그 시기도 자꾸 앞당겨지는 것이 안타깝다. 혼자 스스로 충분히 고민해 보고 방법을 찾는 훈련을 해보기도 전에 학원 스케줄에 떠밀리는 꼴이다. 남이 일러주는 방법을 그대로 습득하여 빨리 푸는 기술만 익히는 거 같다. 더구나 1년 정도 선행은 이곳 작은 소도시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니 내 아이가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을 어느 부모가 떨쳐버릴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린 이 길을 선택했고 지금까지는 별 문제없어 보이는 것에 감사해하고 있다.

녀석에게 학교 공부만으로도 충분한지 알아야 했다. 그 이상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게 받아들여질지는 차후에 생각할 문제라 해도 일단 생각은 그러했다.

사실 조금 조언이라도 줄라치면  답으로 오는 반응이 썩 부드럽진 않아서 선의로 말 건넸던 나까지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일을 몇 번 겪고 나서는 무작정 믿고 기다리는 일밖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궁금하고 답답하지만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그리고 본인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엄마는 나서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린 거의 암묵적으로 그 믿음에 합의를 한 상태다.


학급 알림장을 보고서야 알았다. 진단평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녀석은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고 보통 먼저는 조잘조잘 얘기하지 않는 성격으로 언제나 알림장을 잘 살펴봐야 한다. 알림장에 안내되어 있기에 물었다.


당연히 수학부터 물었고, 돌아온 답이 괜찮았다. 다른 과목도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다. 질문하면서 나의 가슴은 살짝 두근거렸고 '제발~'이란 간절함을 숨기려 애써 무심하게.. 담담히.. 묻고 답했다.

수학은?

영어는? 

과학, 국어, 사회....


사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폰도 맘껏 자유롭게 사용하는 너와 진단평가 결과...

그 상관관계...


사교육을 받았다면 혹은 매일  시간을 제한했다면 결과가 어찌 달라졌을까? 달라지긴 했을까? 또한 지금의 결과가 달리 나왔어도 나의 소신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의문은 끝이 없다. 한 아이를 두고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도해 어느 것이 좋은 결과를 낳는지 동시간에 실험을 해볼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선택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의문이 들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답은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아직은 믿고 맡겨줘도 괜찮을 모양이다.

지나친 선행 학습도 지나친 폰 통제도 반대하는, 아니 반대라기보다 스스로의 결정권을 존중해 준다는 다소 멋진 표현을 빌어 지금 상태를 조금 더 유지해 보기로 했다. 

성적을 올려 준다는 TV 솔루션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내 아이를 향한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오늘은 일단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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