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월요일 저녁 시간이었다. 주말 가족 여행의 여파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은 엄마가 표시한 4페이지 풀 수 있겠어?"
"네~"
일단 대답이라도 속 시원하게 들으니 맘이 놓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 목소리도 부드러워지고 표정도 좋아졌다.
너와 나의 사이에 오갔던 많은 날카로움들이 숨어버렸다. 지금은 그렇다. 숨어있다고 난 생각한다.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공부방에서 7시수업 1타임을 마치고 나왔는데도 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
녀석이 먼저 말을 한다.
"엄마 8시에 과외하러 오는 학생 오면 그때 할게요~"
"그려~"
학습량이 찔끔찔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지만 일단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니 살 것 같았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때면 엄마의 욕구는 조금씩 더 게이지를 올린다.
"○○, 이거 다 하고 조금만 더 할 수 있겠어? 여기까지"
대답은 않고 날 바라 본다.
녀석의 표정을 난 살피고 조마조마 맘 졸인다.
녀석은
"엄마 지금은 샤워해야 할 것 같아요. 어제 펜션에서 씻긴 했는데 뭔지 좀 찝찝해요~"
"그래? 그러고 보니 얼굴에 뭔가 오돌토돌 났어. 거기 물이 안 좋았나 봐. 머리도 감고 왔댔는데 반질반질 윤이 나지도 않더라고. 지금 보니까 목에도 뭔가 올라오네. 아무래도 얼른 씻어야겠다."
"네~"
녀석이 거부의 뜻을 거칠게 표현하지 않고 있었다.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입에서 주절주절 녀석의 의견에 동조하는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녀석을 뒤로하고 다음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10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라고 할 수 없었다. 녀석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싶었다. 이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로 회복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다음날 아침 등교 후 톡을 보냈다.
점심 먹는데 카톡이 울려서 보니, 글쎄 글쎄 녀석이 내 카톡에 장장 9글자나 되는 장문을 남긴 것이다! 단 한 글자, '네'가 아닌 그 9배나 되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준 것이다. 나만 알 수 있는 이 감격을 남겨두고 싶다.
녀석도 노력하고 있다.
나도 더 노력해야지. 녀석을 사랑하니까...
우린 이 터널을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을거야.
사랑한다.사랑한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