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은 필요 없단다

by 날마다 하루살이

중1 큰 녀석은 좀처럼 컨트롤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내 마음에 상처만 남게 된다.


한동안 녀석을 내 방식대로 컨트롤해보려 시도했다가 커져만 가는 갈등상황에 그냥 지켜보기로 맘 접었지만 제대로 실천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난 간간이 간섭(?)의 말을 건네고,

녀석은 무조건 "알아서 하겠다"라고 답한다.

엄마 눈엔 너무도 부족함이 보이는 상황의 연속이다.


폰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지 않으니 책 보는 시간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 알아서 잘하고 있는 거야?"

"네~"


반복되는 질문과 답은 서로를 지치게 할 뿐이다.


나도 더 이상은 불편한 대화가 싫다.

너만이 그런 것이 아니란다.


"○○, 근데 일차방정식의 활용 단원은 엄마랑 같이 하는 게 공부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어"

"아니요, 혼자 해볼게요!"


한번은 낑낑대며 붙잡고 있는 문제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도와줄까?" 했다가

"아니요~!"를 받아 들었다.


나도 더 이상은... 하다가도 한 번씩 묻게 된다.

도저히 그냥은 있을 수 없게 만드는 녀석!

내가 이렇게 누군가의 삶에 간섭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어제는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 오늘 할 거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어?"

"네~"

"가방이 무겁던데 공부할 거 챙겨 온 거야?"

제발 좀 챙겨 왔으면 책 좀 펴봐라... 하는 심정으로 던져 본 말에

"네~ 영어 수행평가할 거 준비할 거예요!"

"금방 할 수 있는 거야?"

"네~"


그렇게 말하는 속마음은 당장 좀 일어나서 시작을 좀 해봐~~였지만 내 맘속까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녀석, 아니 알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을 놈이긴 하지만.. 녀석은 그냥 짧은 답변을 내뱉고는 계속 폰만 보고 있다.


휴일 아침 뒤늦게 일어나 하루 종일 폰만 보다가 저녁 먹고 슬슬 움직인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마음이 동하였구나~'

'그래 조금이라도 뭘 좀 해봐라'


뭘 하고 있으니 일단 안심하고 난 잠이 들었다.

몇 시까지 공부방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밥 먹으며 간단히 물어본다.


"어제 영어 수행평가 준비하고 다른 공부도 좀 했어?"

"네~ 수학 한 페이지 풀었어요!"


한 페이지라...

그거 푼다고 그리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거야?

엄마 도움을 받으면 금방 끝날 분량인데...

속에서 폭발하는 화산을 애써 잠재우고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아침부터 얼굴 붉히고 싶지 않다.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메고 나오는 녀석이 엄마를 부른다.


요즘 녀석이 먼저 날 부르는 일은 학교에서 나눠주는 가정통신문에 사인할 때 빼고는 거의 없는 일이라서 난 무슨 일인지 왠지 기뻤다. 녀석이 말만 붙여줘도 좋다. 도대체 이런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지만...


"엄마~!!"

"왜?"

"수학 공부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되죠?"

"당연하지. 근데 활용 단원이야?"

"네~"

"그럼.. 공부하고 물어보는 것보다 엄마랑 먼저 공부를 같이 하고 니가 복습하면 시간이 훨씬 단축될 거 같은데 어때?"

"좋아요~시험 기간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걸 이제 알았냐.. 요놈아~


근데 물어보고 싶은 것은 언제든 물어도 된단다.

허락을 구할 일은 아니야.


오늘도 녀석과 잘 지내기 위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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