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수행

by 날마다 하루살이
녀석은 지금 중1 성장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녀석이 요 며칠 집에 없다. 군과 교육청 지원으로 운영되는 여름방학 영어 캠프를 떠났기 때문이다. 지원자에 한해 기회를 제공했던 초등학교 영어 캠프 때는 가지 않겠다며 좋은 혜택을 눈앞에서 놓쳐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엄마 속을 썩이더니, 중학생이 되어서는 상의도 않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는 녀석이라 본인의 의사인지 담임선생님의 설득인지 알 수 없으나 엄마는 일단 안심이다.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다녔으니, 익숙한 일일 테지만 녀석에겐 첫 경험이다. 학원도 따로 다니지 않는 녀석이 수업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학교 수업은 학원 수업과 차이가 많이 난다던데... 첫째 날 통화에서 물으니 많이 어렵진 않다고 해서 다행이기도 아니기도 했다. 잘 따라가는 것이야 다행인 것이지만 혹시 어려운 느낌을 받고 더 분발하는 마음자세를 갖고 오면 좋겠다는 약간의 바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4박 5일.. 얼마나 특별히 영어 실력이 향상되겠냐만 '새로운 경험'이란 수익을 녀석이 잘 키워 나가길 바란다.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다음으로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기대를 하는 마음도 살짝 품어 본다.


빠뜨린 것이 없는지 마지막 점검을 하고 마지막으로 당부를 했다. 워낙 말수가 없는 녀석이라 특별히 일러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소할지라도, 당연한 것일지라도 녀석과 한 마디라도 더 섞어보는 것이 요즘 나의 목표가 된 지 오래다.


"○○, 도착하면 전화하고..

아침마다 눈 뜨자마자 엄마한테 '엄마 좋아' 카톡 하기~"

"네~"


'엄마 좋아'는 우리 집 인사이다. 집안에서 오며 가며 마주칠 때 수시로 나누는 우리 집만의 인사. 녀석이 변성기가 오기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변하니 조금 건조하고 의례적인 느낌이 들어서, 목소리가 맘에 안 들면 '내가 좋아하는 톤으로'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녀석에게 시도 때도 없이 요구하면 자판기처럼 툭 튀어나오는 말, 엄마 좋아! 그 말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녀석의 마음이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받는 느낌.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그 말의 의미가 변했다. 의심 없던 그 말이 이제 확인을 뜻하는 말로 변질되었다. 우리가 힘겨운 봄을 지내온 결과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엄마 생각을 해달란 뜻으로 부탁한 것이다. 오늘은 잠들기 전 수거했던 폰을 아침에 분명히 받았을 시간인데 인사가 없어서 체념하고 있던 차였다.

'어제 한 번 했으면 됐지~'

그냥 나의 일과를 수행하고 있을 때 카톡이 울렸다!

아이가 자라는 것은 독립을 위한 것이다. 부모가 가장 바라는 것도 잘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잘 꾸려나가는 것일 테다. 그런 독립의 과정에서 엄마는 낯선 감정을 만나게 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수없이 듣더라고 막상 닥치고 보면 허무한 그 감정. 그것이 옳은 길이라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다. 우리 서로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응원을 멈추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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