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 친정 고모가 살고 계신다. 고모부께서는 복숭아 농사를 멋들어지게 지으시어 내가 복숭아를 먹는 이유가 되었다. 어떤 품종은 딴딴하면서 찰진 느낌에 씹는 맛이 좋고 또 어떤 품종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달콤함을 품고 있다. 작년에는 아는 지인이 새품종을 줬다며 우리에게도 나눠주셨는데 이름하여 납작 복숭아였다. 얼마 전 미우새란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상민과 모델 배정남이 프랑스 시장에서 맛보았던 바로 그 복숭아였다. 백도가 지나가면 황도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황도는 쨈으로 만들어 두면 참 향이 좋다. 해마다 얻어먹는 복숭아도 이 집에 산 세월만큼 쌓였다.
여름이면 우리는 고모께서 올려다 주시는 복숭아를 아주 잘 받아먹는다. 벌레 먹은 녀석들은 상품성이 없으니 우리 집으로도 오게 되는 것이다. 일부는 작은 아이를 위한 통조림으로
일부는 남겨서 큰아이와 남편에게 껍질째 잘라서 내어준다.
올해에만도 벌써 몇 바구니째다.
맛난 복숭아 얻어먹고 딱히 난 드릴 것이 없다. 얼마 전에는 콩국수 끓여드시라고 콩가루를 드렸다. 귀하게 농사지으신 것을 가볍게(?) 받아먹으려니 죄송한 마음이다. 그 노력과 정성에 비하면 마트에서 구입한 콩가루가 대수겠냐만 마음이 그러하니 드리고 싶었다. 어제는 땡볕에 상자 포장하시는 모습이 보이기에 오랜만에 냉커피를 타다 드렸다. 커피에 설탕만 넣은 그 커피를 두 분이 좋아하신다.
요즘 고모부 댁에 힘드신 일이 계속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거리를 두게 되는 일을 겪으시어 여러 가지 사정이 더해져 마음에 큰 상처가 내려앉아 있을 것이다. 도울 수 없으니 마음은 더 좋지 않다. 힘든 시기에 올려 주시는 복숭아를 받으니 마음은 더 편치 않다.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은 전해드리고 싶다. 부디 두 분께 닥친 이 어려운 시기가 잘 지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