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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by 날마다 하루살이

여러 곳에서 '선물'이란 명목으로 쿠폰이 날아온다. 이것이 온전히 선물이 되려면 상대의 마음에 가 닿아야 한다. 하지만 요즘 내가 받는 선물은 선물이 아닌 경우가 많다. 머리 좋고 경험 많은 자들의 아이디어로 나온 결과물이겠지.

며칠 전 자주 주문하는 치킨 앱에서 받은 쿠폰이다. 좋아라 하고 치킨을 주문하며 사용해보려 했는데, 우리가 주문한 치킨은 분명 16000원을 넘는 가격이었지만 쿠폰 사용은 불가능했다. 다른 쿠폰을 사용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사용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면 어차피 내 것은 아니었는데 내 것을 잃은 양 아쉬운 기분이 들 것이다. 어차피 내 것은 아니었음을 잊지 말자.


그나마 화장품이나 의류 쇼핑몰에서 오는 쿠폰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겨서 다행이다. 그 쿠폰을 쓰려고 필요치 않은 소비를 할 수는 없다. 그런 판단력은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날아온 쿠폰은 금액이 꽤 되는 것이다!

견물생심이라고 갑자기 손이 빨라지고 머릿속도 살 것이 없는지 궁리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금액이 큰 만큼 사용기한도 짧았다.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얼마 전 큰아이의 여드름용 패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나 얼른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쿠폰 사용 절차에 대해 확인해 보니, 이 쿠폰은 사용가능한 제품이 한정되어 있었고 내가 평소 쓰던 제품들은 아니었기에 내겐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어. 순간 흔들렸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세상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또 그에 현혹되어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었다. 처음 백화점에 창문과 시계가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 마케팅 전략이란 새로운 기법으로부터 나만의 소비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겠다. 호주머니 관리는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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