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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구멍 난 이벤트

나의 귀요미 우쭈에게

by 날마다 하루살이

우쭈야. 며칠 전 너의 생일을 맞아 엄마가 이벤트를 준비했지. 우리 우쭈가 아직 4학년인데 요즘 엄마가 공부며, 운동이며 네게는 좀 힘든 요구를 하게 되어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단다. 그에 대한 보상이라면 좀 미안하지만 엄마가 잠시라도 네 마음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네 생일이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았어.


우리 가족은 누구의 생일이 돌아오든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부산한 일정을 계획하는 일은 없었지. 엄마가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도 없거니와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없던 너희들의 성향도 한 몫했던 거 같아. 혹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선물을 미리 묻고 준비했고 저녁 시간에 간단히 케이크에 불 붙여 노래 불러주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모두 만족하며 살았어.


특히 생일 케이크 앞에서는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특유의 몸짓과 표정으로 어릴 때부터 엄마 가슴을 뜨겁게 했던 너였다. 어린 꼬마 녀석이 자리 잡고 앉아서 축가를 받으며 뭔가 뿌듯해하던 그 표정 잊을 수 없어. 마치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말하는 듯했지.


벌써 자라서 4학년이 되었구나. 앞서도 말했듯이 네게 모진 말을 쏟아내게 될 줄이야... 마냥 이쁘고 사랑스럽던 네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얘기하고 지켜지지 않을 때 불편한 감정까지 표출하게 될 줄이야... 우리는 지난겨울 아픈 다리 때문에 병원에서 받은 처방대로 매일 운동을 해야 하는 그 시점부터 서로에게 낯선 감정을 교환해야 했어. 힘들어하는 네게 "힘들면 그만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니. 운동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이니 엄마도 어쩔 수 없었단다. 게다가 형아 공부 문제까지 겹치면서 네게도 불똥이 튀어버렸다. 맑디맑던 너의 표정에서 근심이 그림자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힘들었어. 그래도 엄마에게 다가와 주고 따라주려고 노력하는 너를 엄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아마 미안함이 쌓여서 변화를 주고 싶었나 봐. 평소와는 다르게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어. 아빠에겐 용돈을 준비하라 부탁했고 엄만 생일 날짜에 맞춰서 네게 줄 운동화를 주문했지. 그동안 형아 신던 (아니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아 형아가 신었으니, 네게 순서가 돌아올 즈음엔 이미 많이 낡은 상태였던 운동화들...세번째로 주인을 만났으니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야..ㅠ) 운동화를 건네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어. 하지만 금방 자랄 테니 잠깐씩 신기면 될 거라고 위로하곤 했지. 근데 지금 신는 신발은 너무 낡아 엄마 마음도 같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야. 네 생일을 맞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너에게 향한 미안함을 또 불평 없이 받아 신어주던 그 고마움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니.


주문을 하고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기대의 시간이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쇼핑몰을 드나들었어. 발송 알림이 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지. 배송을 재촉하는 문자를 보내고 답변을 듣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다음은 간질간질 설렘의 시간이야.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그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할 거 같은 마음을 품은 날이었다. 하루하루 바쁜 와중에 네 생일 저녁을 기다렸어.


드디어 생일날. 마침 과외가 일찍 끝난 저녁 시간 우리는 작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촛불을 켜고.. 전등을 다 끄고.. 넷이서 둘러앉았다. 생일 축하 노래가 그렇게 감동인 것은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일 거야. 노래가 끝이 나고 선물 증정의 시간! 선물이 있다고 발표하자 놀라던 너의 표정을 잊을 수 없구나! 아빠 선물 먼저 받고, 엄마 선물! 상자를 개봉하자 환하게 웃는 너를 봤어! 너무 행복했단다. 망설임 없이 넌 바로 신어 보았고 우린 맘껏 축하해 줄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근데 말이야.. 엄마가 고민고민해서 고른 사이즈였는데 조금 작은 거야! 이를 우짜니... 신발회사마다 디자인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오랜만의 이벤트였는데... 이벤트가 김이 빠져버렸어. 다행히 네가 잘 받아줘서 고마웠다. 반품하고 큰 사이즈로 다시 주문하기로 하고 맛나게 케이크를 먹었다.


엄마가 맘 잡고 준비한 이벤트. 조금은 실망스러웠지? 며칠만 더 기다려줘. 반품과정이 완료되면 너도 새 운동화를 신는 거야!

배송비만 지불하면 수고를 대신해주는 분들이 계신다


너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찌 거둘 수 있겠니.


"우쭈야, 엄마가 요즘 공부 얘기 많이 해서 미안해~"

"아니야. 공부 얘기 해도 돼~ 공부, 해야 되잖아."


조금씩 익숙해지는 너.

너를 바라보는 나.

우리 서로를 향한 마음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자.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여정에 언제나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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