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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n 25. 2024

고요 속의 외침

내 나이가 쉰이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하지만 나이 드는 것이 얼마나 불편할지 예상을 하지도 못했다. 내게도 다가오겠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았었다. 막연한 추측, 짐작.. 뭐 그 정도 머나먼 이야기 같기만 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선전포고도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가 싶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급격히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쉰이 된 것이다. 그건 내게도 예외일 수 없지. 살도 찌게 되었고(배 나오는 것이 제일 불편함), 어지럼 증상(전정신경염)으로 고생도 하고, 무릎도 발목도 어깨도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깜빡빰빡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메모를 해두지 않으면 실수하는 일이 생기는 횟수가 늘고 있음이렷다~!! 히잉~


예를 들어 알람소리가 들리면 바로 끄고 행동을 했던 과거라면 현재는 '알람을 왜 했더라?' 하는  한 템포 생각하는 틈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스에 뭔가 올려두었다면 알람을 해두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얼마 전에 연근을 조리다가 홀딱 태워버릴 뻔한 일이 있은 후로 알람 시간 간격도 줄이고 수시로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오늘은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기로 한 날~! 집안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요리를 해 둬야 더운 공기와 싸우지 않아도 되니 요즘은 오전 시간이 바빠졌다. 가스불에 일단 소고기 올려두고 푸욱~  끓이는 동안  빨래 하고, 청소하고, 세탁기 멈추면 널고 분리된 다른 빨래 돌리고  등등.. 틈틈이 15분 타이머로 시간 조절하면서 이것저것 잘 해내고 있었다.


마지막 설거지가 남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거품을 내고! 시작~! 열심히 겨우 컵 하나 닦았는데 알람이 울린다~!!!

저요, 저요, 저 좀 확인해 주세요~~~!!!


미안해.. 지금은 널 응대해 줄 수 없어~

이해해 줘~


(녀석은 계속 울어 댄다~!)


평소 같음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줄 수 있을 테니 너의 요구를 들어줬겠지만 지금은 모두 등교하고 나 혼자만 있는 시간~!! 그 불편감을 나만 견디면 되니까 네가 조금만 더 참아줘~ 내 손엔 지금 고무장갑 위로 거품이 한가득이라구~


(그래도 울어댄다~!)


널 먼저 달래려면 난 고무장갑 꼈던 살짝 찝찝한 손을 깨끗이 닦고 널 잠재운 다음 다시 돌아와 마른 손으로 다시 고무장갑을 껴고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 해~ 잠깐은 기다려줄 수 있잖아. 설거지 거리도 몇 개 안 된다구~ 진짜 조금이야~~~


단 1~2분 사이 울려대는 녀석을 맘속으로 달래며 천천히 내 하던 일을 마무리한다. 옆에선 열심히 미역국이 끓고 있고 난 그제야 손을 닦고 너에게로 달려간다~!

이제 됐지?

이제부터는 조용히 하기다~~~^^


[나이에 맞춰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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